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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산책 - 매혹적인 밤, 홀로 책의 정원을 거닐다
리듬 지음 / 라이온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 누구나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책 권하는 책'을 향한 욕심이 남다르다. 지은이가 권하는 책이 내가 읽은 책이라면 반가운 마음에, 읽지 않은 책이라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마음에 '책 권하는 책'을 골라 들곤 하는데, <야밤 산책>은 책을 권하는 책 이라는 점 외에도, 지은이 리듬이 블로그에 리뷰 쓰기를 즐긴다는 것이 나와 같아 더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도대체 리듬은 어떤 책을 즐기고, 리뷰는 어떻게 정리할까?
책을 좋아한다는 것과 블로그에 리뷰를 적는다는 공통점 외에 리듬과 나는 책을 고르는 취향은 달랐다. 아마도 사회적 혹은 생태적 시기와 경험에 따라 독서취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일 것이다. 생태 시기적으로 볼 때, 리듬은 이제막 30대를 들어서는 미혼일 것으로 생각되는 반면, 나는 14살의 아이를 둔 엄마이다. 딱히 그것만 아니라도 하는 일도 다르고, 좋아하는 분야도 다르며, 경험치와 관심사 또한 다를터이니 책 역시 좋아하거나 즐기는 분야가 분명하게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나는 그녀가 '사랑'을 주제로한 책을 읽고 쓴 리뷰들에는 거의 공감하지 못했다. 무슨 큰 사랑의 상처가 있는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지 사랑은 '자신에 대한 투영'이며, '수시로 변하는 감정놀음' 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써는 '사랑'이라는 말 자체에서도 이미 아무런 울림을 받지 못한다. 아아, 사랑앞에 이미 너무 늙어버린 나는 이럴때 이렇게 말하는 건가?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런 반면,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나 <심플 플랜>,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같은 책은 전혀 관심도 갖지 않았던 책이며, 제목 조차 생소한 책이기도 한데 리듬의 리뷰를 보고나자, 꽤 흥미가 생겼다. 자본주의의 폐해와, 지식인의 두얼굴 따위의 것들에 유독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반가웠던 것이다. 책 권하는 책을 읽으며 가장 기쁜 순간은 바로 이런 때가 아니던가. '이런 좋은 책을 내가 왜 아직도 읽지 않은 거지..?'
또한 리듬이 쓴 리뷰 중 이미 내가 읽었던 책은 그 반가움이 더더욱 컸는데, 바바라 애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과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는 나도 아주 좋아하는 책들이다. 또한 조지 오웰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녀가 <동물농장>이나 <1984>를 아직 읽지 않았다는 것에 다소 놀란 한편으로,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리듬의 꼼꼼한 리뷰를 내가 썼던 감상과 비교하며 읽었다. 그녀의 리뷰에 비하면 내 감상 정말 조악하고 개인적이다.
몇년 전 블로그에 올린 조디 피콜트의 <마이시스터즈 키퍼-쌍동이 별> 리뷰엔 이런 댓글이 달려있었다. '스포있다고 미리 좀 써두지..'
서평이 아닌 개인적 감상에 치중하는 나는, 누군가 내가 쓴 리뷰를 보고 줄거리를 다 알아버렸다고 투덜거릴 줄은 정말 몰랐던 터라, 당황한 마음에 한동안 블로그를 닫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아무리 개인적인 감상이라지만,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리듬의 리뷰들을 읽어보니, 줄거리 정리가 꽤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 정리된 줄거리의 요약은 누군가에는 '스포'이기도 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할테니까 말이다.
아아, 오늘도 '책 권하는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 나는 읽고싶은 책들이 아직도 방안 가득 수두룩 쌓여있것만, 몇 권의 책을 또 지르고 만다. 그러나 리듬의 말처럼 책에 관한한 아무리 사들여도 죄책감이 들지 않으며, 돈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