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혼 오로라 - 천체사진가 권오철의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여행
권오철 글.사진, 이태형 감수 / 씨네21북스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함메르페스트 체류 16일째 되던 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곶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마을 위편 하늘 한쪽에서 투명하면서도 다채로운 색상의 구름이 나타났다. 분홍색, 초록색, 푸른색 그리고 연보라색이 뒤섞인 구름이었다. 구름은 희미한 빛을 띠었고 소용돌이치는 듯했다. 구름은 서서히 하늘 전체에 퍼졌다. 석유가 고인 곳에 무지개 빛깔이 나듯이 묘하게도 유성이 느껴졌다. 나는 그 자리에 선 채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빌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함메르페스트 편 중에서)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을 읽은 후 죽기전에 가고싶은 곳이 하나 더 늘었으니, 그곳은 노르웨이의 함메르페스트 이다. 빌브라이슨에 의하면 함메르페스트는 날씨도 사람도 무척이나 불친절한 곳으로,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정말 따분한 곳'이다. 그러한 따분한 곳을 돈들이고, 힘들여 일부러 찾는 이유는 오로지 '오로라'인 것이다.

재기발랄한 빌브라이슨의 오로라 여행기를 읽고나자 추위에 노출되는 것을 죽을만큼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속에 영롱한 오로라의 빛을 품게 되었다. 그렇게 품은 가슴속 빛은 노르웨이 대신 천체사진가 권오철의 오로라 여행기를 만나게 했다.

 

사진가 권오철은 잠수함 설계(응? 이런직업도)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등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첨단 과학적인 직업의 세계와 별을 찍는 사진가라는 다소 낭만적인 부업의 세계를 함께 전전했다. 그러다 만난 오로라로 사진가 권오철은 먹고사는 게 전부인 직업의 세계를 완전히 떠나, 천체사진가라는 부업을 전업으로 삼을 용기를 얻게 된다. 풍족하진 않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세상을 만난 것이다. 그 댓가는 최신모델 그렌저 대신 95년식의 액센트.

 

1장에서는 이처럼 권오철의 천체 사진가로서의 스토리가 펼쳐지고, 그리고 2장에서 드디어 우리는 오로라를 만나게 된다. 신의 영혼이며, 여신의 드레스자락인 오로라의 신비를 사진으로나마 다채롭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3장. 오로라는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들이 지구의 자기장에 잡혀 내려오다 대기권에 있는 공기 입자들과 충돌하여 빛이 나는 현상이다.(64쪽)

 

오로라란 무엇인지,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보는 오로라가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 어디로가야 오로라를 볼 수 있는지, 언제쯤 오로라가 가장 잘 보이는지를 소개받고 나면, 오로라를 만나러 떠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한 친절한 안내가 이어진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 권오철이 여섯번을 찾았다는 캐나다 옐로나이프로 날아가 오로라를 보려면 어떤 비행기를 타고, 어디서 자고, 렌터카 예약은 어떻게 할지뿐만 아니라, 방한복은 어떻게 준비하는게 좋을지 등, 세세한 사항까지를 막라한 가장 친절한 '오로라 여행 가이드'를 4장에서, 그리고 오로라 촬영을 위한 팁을 5장에서 만나게 된다. 이른바 오로라 여행을 위한 권오철의  '나만의 비장의 무기'를 고스란히 전수받는다고 할까.

빌브라이슨의 여행기를 읽고 오로라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되었다면, 권오철의 여행기로 '오로라'라는 실체를 만날 준비를 다지게 된 것이다.

 

 

이토록 친절하고 자세하게 오로라 여행에 대해 안내 받았으니, 신의 영혼의 춤사위인 오로라에 비추인 나를를 보러 당장이라도 달려갈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