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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클래식 - 우리 시대 지식인 101명이 뽑은 인생을 바꾼 고전
정민 외 36명 지음, 어수웅 엮음 / 민음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부제에 '우리 시대 지식인 101명이 뽑은 인생을 바꾼 고전'이라고 되어있지만, 이 책에 101명과 그들의 추천책이 전부 실려있는 것은 아니다. '101 파워 클래식'이란 제목으로 연재된 <조선일보>문화부의 연중 기획물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101명 추천의 고전 읽기인줄로만 알고 덜컥 책을 구입한 나로서는 서문을 읽다가 '헉!' 소리나게 놀라고 말았다. 그러나 문화와 책을 사랑한다면, 주체측이 어디건 무슨 상관이랴. 오히려 돈 많은 주체측으로 인해, 더 푸짐한 기획물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인데 라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성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니 섭외라는 문제가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돈많은 주체측의 기획은 더 유용하고도 폭넓은 섭외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목차에 정민, 김정운, 박웅현. 시작부터 나쁘진 않았다.
서문을 읽고, 추천서와 추천인이 적인 목차를 읽고, 책을 권하는 책이니만큼 맨 뒤의 추천 도서 목록을 읽었다. 가장 많이 추천된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장자>, <마담 보바리> 등으로 일반적으로 많이 추천되는 책들을 이었다. 물론 그중에는 고전 중의 고전이것만, 여전히 나는 제목만으로도 읽기 싫은 헤로도토스의 <역사>라던가, <논어>, <반야심경>까지 두루두루 추천되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삼십세> 같은 책도 있어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삼십세>나 <이기적 유전자>같은 책은 고전이 아니잖아?
책 권하는 책을 즐기는 나로서는 산더미 같은 책더미를 알록달록한 표지사진으로 취하고 제목마저도 '파워 클래식'인 이 책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러나 여타의 다른 책 권하는 책에 비해 특별히 건진 책은 없다. 그렇지만 일간지의 기획물로 일주일에 한번씩 추천되는 책에 대한 명사들의 이야기는 꽤 훌륭하다 싶다.
특별히 어떤 책에 꽂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의 박웅현을 새롭게 발견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이미 오래 전에 구입해두고도, '광고'에 대한 거부감과 박웅현이라는 인물이 유명세를 치를수록 그의 책이 싫어지는 기이한 내 성격 때문에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읽을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시 파는 것이 목적인 '광고'는 아무리 인문학적 접근이라 해도 달갑지않아 읽기 시작한지 30분만에 다시 덮고 말았다. 대신, 그의 다른 책 <책은 도끼다>를 하루의 배송도 기다리기가 싫어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달려가 지르고 말 정도로 매혹된 박웅현의 글은 이랬다.
알랭 드 보통의 글을 보면서 나는, 도대체 어릴 때부터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그런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톨스토이를 읽으면서 나는, 인생 전체를 관조하는 한 대가의 꼼꼼한 시선을 느꼈다. 족탈불급. 그들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이해 범위에 들어온다. 적어도 그들이 어떻게 소설을 구성했는지는 그려진다. 그런데 밀란 쿤데라의 머릿속 풍경은 도무지 파악할 수가 없다. 어떻게 그렇게 철학적 사고와 역사적 문맥, 시대적 통찰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절묘하게 녹여 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나의 주제를 성과 사랑, 정치와 역사, 신학과 철학으로 변주해 나갈 수 있는지. 그 직조의 기술이 나에게는 도무지 파악되지 않는다. (31쪽)
어쨌든 <파워 클래식>을 읽고 박웅현과,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당장 참을 수 없을만큼의 강도로 궁금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