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민음사 모던 클래식 4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가엾은 이 꼬마를 어쩌면 좋을까. 달려가는 구급차에 아는 누군가가 타고 있을까봐 마음을 졸이는 이 아이를. 보이지 않는 할머니가 혼자 어디서 쓰러졌을까봐 두려워하는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가족, 친구 심지어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보호해 주고 싶은 모두를 감싸고도 남을 만큼의 호주머니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 작은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오스카는 9.11테러로 아빠를 잃었다. 아빠는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던 때에 죽었고, 그 순간 오스카에게 발신중이 였다. 너 거기 있니? 너 거기 있니? 너 거기 있니?

두려움으로 도저히 전화를 받을 수 없었던 아홉살 소년 오스카는 아빠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괴롭다. 또한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다는 말을 하지 않은 아빠가 원망스럽다. 그리고 벌써부터 새 남자친구를 집에 들이는 엄마가 밉다. "엄마는 아직 스크래블 게임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거울을 볼 때가 아니라든지, 필요 이상으로 전축을 크게 틀어놓으면 안된다든지, 그런일은 아빠한테도 옳지않고 나한테도 옳지 않았다. 하지만 전부 마음 속에 묻어두었다." 어째서 아들들은 아빠의 죽음에 대해 엄마탓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스카에 빠져들 수록 알 것 같았다. 어린 오스카는 슬픔보다는 죄책감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아빠가 죽었다는 슬픔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자신에 대해 자꾸만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역사 속의 개인은 늘 피해자이다. 인간의 역사는 근원도 의미도 알 수 없는 폭력 앞에서 하릴없이 상처입는 개인의 삶이 반복되는 이야기다. 한 개인이 원하는 것은 국가도 이념도 아닌 그저 가족과 단란하게 사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전쟁이란 말이냐. 2001년의 오스카는 테러로 아빠를 잃고, 오스카의 할아버지는 2차대전 당시 드레스덴 폭격으로 가족과 사랑하는 이, 그리고 아이를 잃었다. 이 야기는 오스카의 할아버지로 부터 오스카까지 이어지는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않는 전쟁의 역사 속에 상처입은 개인의 이야기이다. 

 

그런 한편으로 가족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국 모두가 모두를 보내고, 모두가 모두를 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인생에 왔다가 가버리냐! 다 셀 수도 없을 정도라고! 그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놔야해!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들이 떠날 땐 잡지도 말아야지!" 누군가에게 내 생명의 무게를 지운다는 것은 행복한 일 일까, 걱정스런 일 일까. 남는 사람은 누구나 오스카처럼 죄책감에 몸을 떨 수밖에 없지 않을까. 슬픔을 담느라 말을 지웠던 오스카의 할아버지는 어린 오스카의 슬픔앞에 마음을 연다. 다행히도 상처는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지는 것이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그들은 가족이며, 결국은 사람들이다.

 

미스터 블랙 씨의 사람에 대한 한마디 정의가 재미있다. 체 게바라-전쟁, 마하트마 간디-전쟁(엥? 그는 평화주의자인데?), 톰 크루즈-돈, 수전 손택-사상, 요한 바오로 2세-전쟁, 마릴린 몬노-섹스, 나-책? ㅎㅎㅎ즐겁다.

소설에 씌인 많은 사진과 다양한 타이포그래피는 지은이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실험이었다고 한다. 마구 뒤엉킨 언어들이 중복되어 쏟아져 나와 무슨말인지 도대체 읽을 수 없었을 때, 빌딩에서 떨어지는 사람의 실루엣을 되 돌리던 페이지들이 등장인물들의 슬픔을 더 한층 이해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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