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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책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은 비단 지은이가 추천하는 목록만을 훑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 책이였다. 이 책을 읽으므로서 비로소 책에 관한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책과 한 사람이 만났을때의 공명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책을 즐겨읽는 것으로 알려진 몇몇의 유명인들이 책을 즐겨읽는 이유와 책에 관한 생각을 들어보는 책인데, 그들은 꼭 작가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비평이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며, 촬영감독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책과 사람에 관한 인터뷰' 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군가 혹은 어떤 책이 주인공으로 애초에 따로 정해져 있었던 게 아니라, 누구나 소설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인터뷰이들을 통해 들어내 주는 책이라고 할까. 이 책을 읽으므로서 진정 얻게 되는 것은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들 간의 오고간 이야기 속 추천 책 목록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내 자신이 읽을 책 목록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과 책이 만나는 지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한한 힌트를 준다. 왜냐하면 책이란 다름아닌 사랑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고 결국 어떤 책을 사랑하느냐는 그 사람의 속성, 그 사람의 자존감, 그 사람의 희망, 그 사람이 꿈꾸는 미래, 그 사람이 살아온 삶, 그 사람의 포용력, 그 사람의 사랑에 대해 더할 나위없이 정확히 짚어주기 때문이다. (277쪽)
읽고있는 혹은 읽었던 책을 말해준다면 그가 누구인지 말해주겠다고 했던게 누구였던가. 나는 책속의 인터뷰이들이 즐기는 책을 통해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모습 이외의 숨겨진 열망을 보았다. 한 권의 책을 탐하는 것은 지금의 나보다는 더 나은 나를 꿈꾸는 열정, 열망, 미래이며 삶 그 자체인 것이다. 그와동시에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지금 당장은 도저히 죽을 수 없는 나의 책과 삶에 대한 보게 된 것이다.
흔들리는 버스 뒷자리에서 책을 보던 습관때문에 눈은 나빠졌지만 지금도 버스에서 책을 잘 읽노라는 고백과, 말없이 책을 권해주던 엄마와 수줍은 재능을 드러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던 선생님들에 관한 기억을 가진 그들이 못견디게 부러웠다. 나에게도 한동안은 멍하게 가만히 책만 읽을 자유를 허락해주는 엄마와, 은근히 그러나 끈질기게 나를 칭찬해줄 선생님과, 그런 것들이 없었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책을 읽을 꽉막힌 답답함이 있었더라면 오늘날 나는 좀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까...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아쉬움으로 책을 읽으며 가슴이 아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라도 늦지않았다고 나를 다독인다. 읽고싶은 책은 너무나 많고, 읽은 책은 아직 부족하므로 나는 살아야 겠다. 꿈꾸는 눈을 닮고 싶기에 파트릭 모디아노를, 츠바이크를, 오스카 와일드를 읽어야 겠다. 내 삶은 짧지만 내 열정은 길다. 책을 읽고 만드는 내 삶의 목록 이외의 침입은 허락치 않겠다. 나는 진정한 내가 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