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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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책을 읽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데 쓰고

누구는 책을 읽고 남을 무시하거나 공격하는 데 쓰고

누구는 책을 읽고 사기 치는 데 쓰고

누구는 책을 읽고 외로움을 달래고 슬픔을 극복하고

누구는 책을 읽고 우정을 쌓고

누구는 책을 읽고 세상에 대해 배우고

누구는 책을 읽고 힘을 얻어 자기를 뛰어넘고.(240쪽)

 

나는 책을 읽고 다시 살 힘을 얻는데 쓰고, 지은이 정혜윤은 책을 읽고 더나은 사람이 되어 다시 사람을 사랑하는데 쓴다. 이것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의 결론이다.  

나는 아직 사람을 사랑하는데 까지 이를 정도로 독서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점점 사람에 대해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실의에 빠진 사람을 보듬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외로운 혹은 쓸쓸한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지 못한것에 대한 안타까움, 나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못했다는 부끄러움, 그리고 무엇보다 울고있는 내 안의 어린 소녀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조바심이 새록새록 생겨남을 느낀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것이 안타까움인지, 부끄러움인지, 조바심인지 조차 구분하지 못했으니, 이만하면 많이 여유로워진 것이 아니냐고 항변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읽은 책은 부족하고, 읽지 못한 책으로 인한 조바심과 함께 읽고 싶은 책들에 대한 갈증이 크고도 깊다. 이것이 내가 죽을때까지는 책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이유다. 그래서 행복한 이유이기도 하고.

 

나는 이 책을 '책 권하는 책', 그러니까 서평집으로 알고 골랐다. 선뜻 책을 골라 읽기 어려워서, 또는 같은 책을 읽고 다른사람은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서, 어떤 책을 꼭 읽고싶지만 반드시 읽을 절박함을 느끼지 못할 때 나는 서평집을 읽는다. 서평집을 읽으며, 어떤 책을 읽어야 할 동기를 일깨우기도 하고, 읽을 책과 읽지 않을 책을 고르기도 하는 실용적인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삶에 대한 갈증으로 책을 읽는 나로서는 삶의 방향을 틀어줄 획기적인 도서 목록을 이 책으로 부터 얻길 바라고 있었던 거다. 물론 이 책의 뒷부분에는 본문 중에 인용된 책들의 목록이 잘 정리되어 있지만, 딱히 목록이 반갑거나 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이 책을 권하는 책이긴 하지만, 어떤 책을 읽으라는 권유라기 보다는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담고 있으니까. 무엇을 읽던 자신이 읽을 책의 리스트는 자신이 작성해야 한다는, 혹은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책이니까.

 

라디오 PD이기도 하다는 그녀는 이야기를 참 맛있게 한다. 일부러 눌려서 끓여먹는 누룽지처럼 고소하고 꼬들한 맛이라고 할까. 야구를 사랑하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택시 기사의 이야기로 정혜윤은 이야길 시작한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또 그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는데, 그 이야기는 책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가 책을 읽는 이유가 다시 사람을 사랑하는데 있다고 보는 이유가 이것이다.

나는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을 헤매며 주말을 보냈다. 꼭 보고 싶었던 영화 '7번방의 기적'을 보지 못했고, 꼭 먹고 싶었던 용인의 멧돼지 전골을 먹으로 가지도 못했다. 앉은 자세가 엎드린 자세가 되고, 엎드린 자세가 누운자세가 되어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누구보다 편안하고, 누구보다 풍요롭게 주말을 보냈다. 모든 책이 그러하듯이 <삶을 바꾸는 책 읽기>라는 제목의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당장 삶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므로써 내 자신이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그리고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내 속의 어린 나를 보듬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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