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 일상을 깨우는 바로 그 순간의 기록들
조던 매터 지음, 이선혜.김은주 옮김 / 시공아트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56쪽과 57쪽에 걸쳐 있는 이 사진은 '마마 보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 나는 이 사진을 보는 순간 푹~하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두려울 것이 없는 당찬 엄마의 발걸음과 엄마의 기에 눌려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끌려가는 아들의 모습이 너무도 적나라 했기 때문이다.
한 장의 '작품'을 얻기 위해 반복되어 찍힌 여러장의 사진들을 보는 것은 또다른 재미를 준다. 오른쪽에 실린 같은 설정의 사진을 살펴보며 웃다가, 무용수의 이름이 '종선'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종선'이 한국 무용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나자 이사진이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딱 우리나라의 열혈 어머니와 그 아들의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가만, 마마보이는 전지구적 현상이던가?
그러나, '종선'은 한국인이 아니였다. '사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에피소드를 읽어보니, 그는 중국인이 였으며 사진 속의 여인은 '종선'의 진짜 엄마였다. 이 책의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였다. 일단 사진을 제목과 함께 내 느낌대로 읽을 수 있고, 그후 뒤에 한꺼번에 요약되어 있는 사진에 얽힌 에피소드를 읽으며, 사진이 탄생한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명으로는 'Rock Star', 우리말로는 '샤워 중, 아니면 공연 중'이라고 번역된 이 사진 역시 무척 경쾌한 느낌이었다. 하얀 타일의 평범한 욕실모습과 에로틱하리만치 부드러워 보이는 투명 샤워커튼이 무용수의 도약과 함께 묘하게 어우러져 사진을 들여다 보는 내 눈에도 뽀얗게 김이 서릴 것만 같았다. 보라색의 거품용 스폰지 때문에 무용수의 탄탄한 우유빛 근육이 더 돗보이는 것 같았다. 이런 소품조차도 물론 설정이였겠지?
이 사진을 보며 깨닫은 것은 번역의 중요성이 였다. 그저 '록 스타'라고만 제목을 붙였더라면, 그 느낌이 이토록 경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역자에게 박수를!

일부러 계획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진 속엔 유독 비오는 장면이 많다. 표지사진인 '빗 속의 댄서'를 비롯해 '촉촉한 키스', '공연 첫날 밤' 외에도 많은 사진들이 빗속에서 연출되었다. 댄서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반복되는 도약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사진은 얼마든지 사후 조절이 가능한 예술이지만, 사진이 찍히던 그 순간의 느낌만은 어떻게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댄서들은 반복되는 도약에 마냥 기쁘만 한 것은 아닐텐데도 그들의 표정이나 몸에서는 열기가 넘쳐 보였다. 삶이 이토록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 받을 수 있었던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고, 행복하기까지 했다. 그래. 대체로 산다는 일은 기쁨이야!

'당신의 작품들은 너무 행복해 보여요. 하지만 삶이 늘 즐거운 건 아니죠.' 라고 출판사의 편집장이 말했다. 그래서 이 작품이 탄생한 것인데, 마침 작가는 몇달 전 어머니를 떠나 보냈지만 제대로된 애도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사진을 촬영한 후, 작가는 방으로 돌아와 사진을 보며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서 울고 싶지 않다. 애도의 이 장면 조차도 슬픔보다는 깊은 사색 정도로만 느끼고 싶다. 휴가가 끝나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휴가지에서 조차 일상의 걱정들을 짊어질 이유는 없는 것이니까.

이것도 고정관념의 하나일 수 있겠지만, 자신의 아이를 걸고 하는 모든 작업에 경의를 표한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절실하고,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자신'보다는 '자식'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 사진집을 기획했다고 했다. 순간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아이의 열정은 도대체 언제 어디로 사라져 버리는 걸까, 작가는 그것이 궁금했다고 했다. 정말,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세상 모든 일을 그렇고 그렇게 이해하게 된 걸까.
페이지마다 실린 사진들은 순간에의 완벽한 몰입을 보여준다. 기획되었거나 혹은 운이 좋았던 순간과 무용수의 놀라운 기교가 정교하게 어우러진 한장 한장의 작품을 보며 나는 감탄한다. 그러나 그 외에도 사진을 찍던 순간의 몰입이, 지금 여기 책을 보는 순간에 완벽하게 재현되기 때문에 나 역시 몰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이렇게 쓴 쪽지한장 끼워서.
'우울하거나, 삶이 버거워질 때 이 사진들을 봐. 너도 모르게 살풋 웃게 될꺼야. 그리고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야 할 이유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지.'
거기에 '사랑해'라고 쓸까,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