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2
켄 키지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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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정신병원에 가짜 환자 맥머피가 들어오면서 시작한다. 병원은 수간호사 랫치드의 주도 아래 환자들을 제멋대로 다루고 있었다. 맥머피는 수간호사 랫치드와 사사건건 부딪히는데, 그녀는 환자들을 교묘하게 학대하고, 그로인해 환자들은 더욱 치유불능의 정신병 상태로 빠져든다. 이를 안 맥머피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여기고 병원을 떠날 수 있었음에도 그에 분노하고 저항한다. 이때문에 맥머피는 말썽을 부리는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반복적인 전기치료를 받게 되지만, 전기치료조차도 자의식이 강한 맥머피를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맥머피는 수간호사 랫치드가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 더 거대한 체제가 있음을 감지한다. 그러나 체제에 대한 불응만이 유일한 힘이었던 맥머피는 결국 수간호사의 주도로 실시된 전두엽절제술을 받고 식물인간이 된다. 맥머피는 전기치료와 전두엽절제술이 두려워 수간호사 랫치드에게 순응하는 환자들에게 독립심과 활기를 불어넣어주지만, 결국 자신도 체제에 불응했을때 받게 되는 최고 처벌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무너짐은 이 책의 화자인 인디언 부롬든에게 자신의 힘을 깨닫게 하고, 자유를 향해 날아가도록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조지 오웰의 <1984>를 떠올렸다. 체제에 순응하며 '그런가보다'라고 여기는 것이 불가능했던 윈스턴이 총살 당하는 장면이 자꾸 생각났던 것이다. 윈스턴은 빅브라더의 체제를 추종하는 척이 아닌 완전 사랑하는 상태로 그나마 총살 당할 수 있었다. <1984>에서는 어떤 희망도 없이 체제의 폭력앞에 인간은 더이상 인간이 아니라는 절망 속에 막을 내렸지만, <뻐구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브롬든이 자유를 향해 탈출을 감행함으로써 살아있는 인간상태로 되돌릴 수 있었기에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봐야겠지만, 자의식이 넘치고 삶에 의욕적이었던 맥머피의 마지막이 너무도 어이없고 처참해서 한순간 맥이 다 빠져버렸다.

작품해설에서 옮긴이는 맥머피 자신은 무너졌지만, 결국 병원에 환자들에게 자신과 체제에 대해 '사고'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고, 브롬든에게 자신의 힘을 깨닫게 하고, 자유를 향해 전진할 수 있는 의지를 주었기에 맥머피는 패배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들 속에 맥머피는 살아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나는 개인 '맥머피'에게서 생각을 떼낼 수 없다. 결국 그는 무너졌다. 다른 패배자들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희생을 통해서야만 구원이 가능한 것일까. 그렇다면 희생자는 선택받은 자라고 보아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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