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를 영화로도, 소설로도 무척이나 즐겁게 만났던 나는, 창비 출판사의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여섯번 째 작품인 <비바, 천하최강>을 기대를 갖고 읽었다. <완득이>의 경우 청소년 문학이라지만, 청소년이 아닌 나도 완득이와 똥주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자주 웃었고, 가끔 울었을 만큼 웃음 못지않게 짠한 감동을 동시에 주는 책이였다. 그랬던 만큼 이책에서도 즐거움과 생각거리를 기대했다.
이 책은 화자를 비롯한 네명의 청소년이 청년으로, 성인으로 변화하는 성장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화자가 친구 병문안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는 것으로 부터 시작된다. 화자인 승언이 지하철 역을 한 역 한 역 지나면서 타고내리는 승객들의 모습을 통해 과거 자신들의 실루엣을 회상하는 것이다. 한 역이 지날때마다 승언의 추억담에 빠져들고 주변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패턴을 이해하게 되면서, 도대체 누가 어쩌다 얼마나 다친것인지 궁금해져서 미리 도착역을 뒤집어보기까지 했다. 그런데 의외로 병문안을 가는 승언의 모습에 여유가 느껴져 친구의 상태가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암시를 주는 듯 했지만, 결과는 의외로 참담한 것이였다.
천명관의 <나의 삼촌 브루스 리>에는 이소령을 신봉하는 삼촌과 조카가 등장한다. 아마도 그무렵의 남자들은 다 이소령이나 성룡을 마치 자기 친형이나 되는 듯 자랑스럽게 생각했었나 보다. 남자가 되 본 적이 없으니, 나로서는 무협세계를 신봉하는 그 심리를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지만, 남자들은 의리나 약속을 태생적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종족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친구>나 <바람>에서 처럼 그시절, '왕따'는 없었을지 모르나, 폭력은 간간히 오고갔고, 남자애들의 세계에서는 그게 자못 멋진 일이였던가 보다. 어째서 그러한가는 좀더 생각해 볼 문제겠지만 말이다.
마지막 도착역에 내릴때까지 마치 처음 보는 세계를 들여다 본 것처럼, 그저 성장소설이라기엔 생소하고, 요즈음 자주 보아온 무협 혹은 폭력 영화처럼 자극적이진 않지만, 때때로 긴장했고,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러나 꼭 성운의 마지막이 그토록 영웅적이여야 했을까. 좀더 참신한 결말을 생각할 순 없었던 걸까. 그저 누구나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는 없었던 것일까. 더구나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려던 불법체류자라니..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뛰어든 서양인에 대해선 그들이 무얼하고 살아왔는지 알지못한채로도 불안한 시선보다는 흐믓한 미소를 먼저 떠올리면서, 불법 체류자나 혹은 저개발국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무조건 경계부터하고 보는 보통의 우리 심리가 떠올라, 조금 안된 생각이 들었다. 시선이 그들을 돌변하게 하는 것인지, 그들이 원래 옳지못하기 때문에 곱지못한 시선을 보내게 되는 것인지 도통 답이 없는 얘기이지만, 불법체류자 외국인 노동자란 이름만으로도 괜히 가슴이 아려진다.
어쨌든 <완득이>처럼 청소년 문학이라지만, 청소년에게보다는 30을 넘은 성년들이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읽기에 좋은 책인듯 하다. 요즘 아이들은 무엇인가를 아련히 추억하기엔 너무 바쁘니까. 또한 그들은 아직 천하최강인 채로 세상에 조금더 욕심을 내볼 수 있었으면 좋겠으니까.
아, 써놓고 보니 괜히 울적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