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독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의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다른 어느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우위에 두고 사고하는 사람이 '보통'인걸까, 나보다는 타인의 존재를 먼저 배려하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인 걸까. 

암으로 죽음을 앞둔 사립탐정 기타미는 말한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지도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거나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은 '보통'이 아닌 '훌륭'한 인간이며, 보통의 인간이란 오히려 지구를 자기방향으로 돌리려 하고 그렇지못할때 화를 내는 겐다 류의 사람이 '보통의 인간'이 아니겠냐고 이야기 한다. 스스로를 평범하다라고 생각하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절대 평범할 수 없는 주인공 스기무라는 기타미의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을 배려하는 일이란 나를 죽여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 책에는 '독'을 이용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두 명의 악인이 나온다. 한명은 결코 악하다고만 볼 수 없는 악인인 동시에 환경 속의 피해자인 인물이고, 또 다른 한명은 도대체 그녀가 왜 그토록 악해졌는지 부모조차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선천적으로 악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겐다'가 그 주인공이다.

 

"그때마다 저와 아내는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생각했습니다. 이즈미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부모로서 무심하고 무신경해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 애를 심하게 삐뚤어지게 만들거나 깊은 상처를 주는 짓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수없이 했습니다. 그 애는 언제 어디서나 멋대로 말썽을 일으키고 다른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내내 그렇게 해 왔습니다."

 

이해할 수 없을만큼 제멋대로인 겐다의 잘못을 사과하러 온 겐다의 아버지는 부모인 자신들 조차도 딸을 피해 달아날 수 밖에 없을 만큼 겐다는 잘못된 아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선함을 믿는 나는, 겐다가 태생부터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부모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어떤 말하지 못한 상처가 있기 때문에 겐다가 그토록 비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항상 화가나 있는 상태로 자신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을 끝내 알지 못한 겐다는 마음에 드는 취조관을 만나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떤다는 뒷이야기를 남긴다.

 

인격장애에는 다른 사람이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자기애성 인격장애'가 있다. 일명 나르시시즘성 인격장애라고 하는데, 이들은 자신에게 남보다 뛰어난 점이 있으면 극도로 자신에 대한 과시와 자긍심이 넘친다. 그러나 반대로 남보다 열등하거나 뒤쳐진 점이 있으면 지나치게 풀이 죽고 자기비하를 일삼는다. 또한, 타인의 처지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중심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타인을 재단하려 한다고 한다.

단지 겐다가 자기애성 인격장애자일 뿐인 걸까. 그녀는 살인을 저지르거나 하지는 않았기때문에 그 정도가 약하긴 하지만 어쨌든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로 분류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궁금한 것은 그녀가 인격장애를 겪게 된 원인이다. 자기애성 인격장애이건 반사회성 인격장애이건 반드시 그 나름대로의 원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보통의 인간으로 표현되는 스기무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별히 원하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는 것이 많은 사람.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순진한 얼굴로 모든것을 해결하는 사람. 그러나 자신의 것들이 상처받는 것은 참지 못하는 사람...

때문에 역시 스기무라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누군가>는 읽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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