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을 가다 - 복지국가 여행기 우리시대의 논리 16
박선민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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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국고로 연수를 떠나는 국회의원이나 공무원, 또는 공사의 직원들을 볼때면 의아스럽다. 단기간이라고 말하기도 뭣한 몇일간의 이른바 '연수'를 통해 배울 것이 뭐있겠나, 그저 관광을 떠나면서 듣기좋게 '연수'라 이름하는 것이겠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열흘간의 연수를 통해 책까지 내놓은 이가 있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국민의 세금으로 그 멀고먼 스웨덴까지 다녀와서는 책까지 내는 뻔뻔함이라니, 라고 생각할 뻔 했지만 그의 이력과 여행의 변을 담은 서문을 읽고나자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얼렁뚱땅 여행기는 아닐것이라는 방향으로.

지은이는 세아이이의 엄마이며, 2004년 부터 줄곧 진보정당의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분단된 조국의 현실과, 가난한 이들의 삶이 아리다고 했다. 해서 좋은세상을 꿈꾸며 정말 열심히 일하고 열정적으로 살고 있노라 했다. 그런이라면 적어도 관광을 연수로 포장하는 배짱은 없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여행기라지만 어디가 좋더라 뭐가 맛있더라, 따위의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단순여행기는 물론 아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람기를 적은 문화탐방기도 역시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를 살펴본다는 것은 식문화와 문화시설을 빼놓고는 말할수 없다. 식문화와 문화시설은 그들의 생활모습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대변되는 스웨덴의 복지 시스템을 살펴보는 것이 주 목적인만큼, 거기에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의 복지국가 탐방기라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이가 고백하고 있듯, 열흘간의 일정중에 오고가는 시간을 제하고나면 일주일.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발바닥에 땀나듯 뛰어다니며 인터뷰 해본들 고작 일주일이다. 일주일의 시간은 한나라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살펴보고 그에대해 무엇인가 배웠다고 말하기는 짧아도 너무 짧았다. 일단은 그것이 '단기연수'에 대해 갖고 있는 나의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주진 못했다.

그러나 보편복지를 국가가 망하는 지름길로 폄하하며, 잘못된 정보를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남발하는 보수 신문들의 보도를 인터뷰를 통해 꼭집어 줄때는 그야말로 속이다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일부의 신문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년 정기구독이면 끼워주는 상품으로 이 책을 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다.

이른바 진보적이라는 신문을 구독하다보면 '끼리끼리만 알면 뭐하는가'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정작 알고있는 사람들끼리만 알고 씹어댄대서 도대체 달라질 것이 무엇일까 하는 체념 아닌 체념이 일기도 하는 것이다. 정작 알고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은 두눈 두귀를 다 가리고 있는데 말이다.

이미 알고있듯이 스웨덴은 세금을 많이 걷고 걷은 세금의 대부분을 복지에 쓴다. 또한 스웨덴의 복지는 빈곤층을 겨냥한 시혜가 아닌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국가이다. 그러나 복지천국, 이상향으로 그려지는 스웨덴이더라도 상대적으로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비교했을때 불편한 점이 있으며, 그것을 없애가기 위해 노력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이야기는 참으로 믿음직 하다.

 

대선을 앞둔 우리의 정치계에서는 '복지'에 대한 공약이 그야말로 난립의 지경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후보 모두 북유럽식의 교육을 통한 생산적 복지를 약속하고 있지만, 그들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일까. 왠일인지 나는 그들이 거는 공약의 삼분의 일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큰그림만 강조하지 말고, 그 약속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세세한 밑그림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일할 수 있는 자에게는 고용을, 일할 수 없는 자에게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이 실천될 수 있도록, 그전에 세금에 대한 문제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세금을 걷을 것이고, 걷어진 세금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약속이 먼저 선행되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현 스웨덴의 집권당인 우파 연합은 복지 제도의 축소가 아닌 유지를 약속했기에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진보주의자 박선민의 전언을 전하며, <스웨덴을 가다>를 읽고난 개인적 소견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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