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天葬)
박하선 글, 사진 / 커뮤니케이션즈와우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오래도록 바라봐온 박하선의 天葬을 드디어 손에 쥐었다. 보고싶은 책은 도서관을 이용하기보다 직접 구입해 내 책장에 꽂아놓고 아무때고 뽑아 볼 수 있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에게 매달 책 값의 압박은 만만치 않다.

 

天葬을 오래도록 바라만 보다가 드디어 내 손에 쥐기까지 역시 책 가격에 대한 압박이 적지않았으나, 그보다는 책 속에서 만나게 될 이질적인 문화에의 충격을 감당할 자신이 그간에는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없던 자신이 갑자기 생기게 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소설<적절한 균형>의 작가 로힌턴 미스트리의 <그토록 먼 여행>에서 영혼을 하늘로 올려보내는 의식이라는 조로아스터교의 장례식 모습을 인상깊게 보았던 것이다.

 

차마 상상하기조차 힘들만큼 끔찍한 모습일 것이라는 그간의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조차도 그들 틈에서 죽은자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올리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던 것이다. 그순간, 나는 박하선의 天葬을 떠올렸다. 죽음을 대하는 티벳인들의 鳥葬을 이제야말로 두려움 없이 볼 수 있겠다, 하는 용기가 났던 것이다.

 

'티벳인의 정신 세계가 담긴 죽음의 의식, 떠난 자들의 첫 공양' 이라는 부제가 달린 天葬.

오래전 인도에서부터 시작된 장례절차 라는데, 이방인들은 이들의 죽음문화를 '야만적'이라 재단하며 티벳인들을 욕되게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해서 천장터에 이방인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고, 실제로 숨어서 천장터를 촬영하던 한 서양인은 칼부림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박하선은 죽음을 무릅쓰고 천장터를 찾았다. 그리고 그는 책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끔찍함을 두 눈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책에서는 이랬다. 어쩌면 잘 꾸며진 영화 촬영지처럼 전혀 두려움 없이 오래도록 세세하게 들여다 볼 여유가 있었고, 그랬음에도 조금도 끔찍하지 않은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새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은 밀랍으로 만들어진 형상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박하선이 죽음을 무릅쓰고 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망자를 새들에게 내맡기는 참혹함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문명의 눈으로 문화의 다름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는 경고였을까, 그도 아니라면 어떻게 살든 결과는 죽음에 이를뿐임을 일깨우고 싶었던 것일까.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천상병의 '귀천'을 몇번이고 씹으며, 책을 덮는다.

 

오래도록 탐했던 天葬을 가슴에 품고 잠이 들었던 지난 밤, 나는 하늘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별을 보았다.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은하수 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