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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닮은 집, 삶을 담은 집 - 현실을 담고 ‘사는 맛’을 돋워주는 19개의 집 건축 이야기
김미리.박세미.채민기 지음 / 더숲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광고가 있었다. 그 광고를 보며 아무리 팔기 위한 광고라지만, 사는 곳으로 한 사람이 평가받게 된다라는 주장은 너무 비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그 광고가 이야기 하는 것이 고급스러움이라거나 품격이 아닌 '일반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그 비정함이 더 크게 다가온 것인데, 일반의 삶조차도 꿈에 지나지 않을 보통의 사람들이 느낄 소외감은 이루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래서 그토록 그 광고를 싫어했는지도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물건에의 취향이라는 것도 결국 선택의 여지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몹시 불평등한 자본주의적 발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요건이 아니라고 보여진다. 개인의 취향 이전에 '보통', '평범', '일반'이 있기 때문이며, 평범하기 위해 우리는 테두리를 넘지 않는 삶을 지향한다. 집에 관한한 특히나 더 그러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판에 박힌듯 똑같은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살기 편하다는 것 외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파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남과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일 것이다. 적어도 남만큼은 나도 하고 산다는 생각말이다.
아파트를 벗어나야겠다라고 생각한 것은 바로 이런 생각을 할 즈음이였다. 나는 좀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 동질감을 그만 벗어버리고 이질적인 존재가 되고자하는 충동이 그만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 시절을 포함해 줄곳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나와, 마당에 오줌을 누며 졸린 눈으로 새벽별을 보았다는 남편은 꼭 같은 꿈이 있다. 마당있는 우리들만의 집을 짓고 골든 리트리버든 잉글리쉬 쉽독이든 커다란 개를 키우자는 그런 꿈을 꼭 같이 꾸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집의 주인들도 나와 비슷한 꿈을 꾸었다. 자기들의 삶을 담을, 자기들의 삶을 닮은 꿈을 꾸었다. 그들이 나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들은 그 꿈을 이뤘다는 것이다.
최근에 한 선배가 경기도 화성 즈음에 집을 지었다. 너는 좀 뭘 아는 애니 집 도면을 같이 봐달라는 부탁을 들었을때, 나는 눈앞이 캄캄해 질 정도는 아니였다해도 즐거운 기분으로 선뜻 오케이 할 수 없었다. 도통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로 도면을 보며 마냥 부러워만 해야할 궁색스런 순간은 피해야만 했는데, 그 이유가 일단은 도면을 볼 줄 모르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뭘 좀 안다'는 말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뭘 좀 아는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보여지고 싶었던 것과는 다르게 나는 사실 뭘 좀 모르는 부류이기 때문이다. 아는 것도 없이 눈만 높다고 해야 하나.
그때 당시 이 책을 보았더라면, 정말 뭘 좀 아는 것처럼 근사하게 충고 한마디 했을지도 모르겠다. 집은 집주인을 닮기 때문에 내가 보아도 잘 모를거라고.

한 일간지의 시리즈 물로 기획되었다는 이 책에 등장하는 집들은 그야말로 기가막히게 멋있다. 마치 딴 세상에 등장하는 집들처럼 보이는 데, 지은이는 좋은 집을 보며 집에 대한 안목을 넓히라고 권하고 있다. 그림같은 집들을 보며 지은이의 권유가 그다지 틀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내 집은 아니지만, 부럽다는 생각보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집을 짓겠다는 다짐이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다. 꿈은 구체화 할 수록 이루어진다나 뭐라나.
집을 의뢰받는 건축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집을 짓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원하는 집의 뚜렷한 상이 없다라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막연하게 언제가 집을 짓겠다는 꿈만 꿀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집을 확실하게 머릿속에 그려둬야 겠다 생각한다.
일단 내가 짓고 싶은 집은 책장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 이책에 실린 경기도 파주의 '책의 주택' 정도면 딱, 내 스타일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천장에 유리창을 많이 내고 싶다. 밤에는 반짝이는 별을 지붕 삼아 잠이 들고, 아침이면 쏟아지는 햇살과 함께 눈을 뜨고 싶다. 뿐만아니라 유리창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내몸을 적시지 않은채로 고스란히 맞고 싶은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더라도 마당은 꼭 있을것 정도로 내 집을 그려본다.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사진 속에 실린 집들에 대해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은 집이 너무 모난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 하고, 나는 조금 튀는 디자인이 좋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 사이에 앉은 우리 아이는 자기는 아무런 집이라도 마당있는 집이라면 다 좋다라고 헤벌쭉 웃는다. 우리들의 집을 짓기 위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의논 정도지만, 이렇게 새록새록 우리를 담을, 우리를 닮은 집을 짓기 위한 노력이 구체화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