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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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나는 소비하고, 혹은 소비하기에 존재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소비는 의식주 해결을 위한 단순소비를 넘어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확장된 소비, 현실적인 것의 소비로부터 이상적인 것의 소비욕망까지, 소유욕과 그 후의 만족감까지를 포함한 소비에 관한 모든 행위까지를 다 포함한다.

소비라는 행위를 이렇게 포괄적으로 이해할 때, 한 사회 속에서 이루어지는 소비는 개인의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비의 주체인 한 개인은 그가 속한 사회의 체제와 사회 문화적 관습, 구성원들의 가치관에 따라 그의 소비패턴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루이비통>은 한국인의 일상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소비현상을 탐색하고 그들의 소비 행동 안에 감춰진 심리를 추리하는 책으로, 한국이라는 사회 공통의 소비심리 안에 각 개인의 다양한 소비심리를 파악해 기업의 입장에서 마케팅 기법을 살펴보는 책이다. 그렇다고 소비자인 내 입장에서 이 책을 볼 필요가 없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마케팅의 대상은 소비자이고, 때문에 소비자 입장의 '나'는 기업의 입장에서 '나'를 객관화시켜 봄으로써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읽었던 것이다. 즉,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기업의 마케팅에 맞서 나의 소비욕구를 조절해보겠다는 야무진 다짐으로 읽은 책인 것이다.

 

황상민 교수는 2011년 <한국인의 심리코드>에서 한국인을 이해하는 심리 코드 중 '소비'를 들었고, 이 책은 <한국인의 심리코드>의 연장에서 특별히 '한국인의 소비 심리 집중 연구 편'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황상민 교수에 의하면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으로 소비를 이해하는 한국인의 소비 패턴은 무엇보다 '비교 심리'에서 비롯된다. 나는 남보다 낫다는, 혹은 나도 남과 다르지 않다는 심리에서 '대세'와 '유행'을 쫓는 심리가 출발하고 이러한 심리는 '보편'으로 이어진다. 보편적인 것을 쫓는 심리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것'이 있다는 믿음이기도 한데, 이는 다양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보다 정해진 하나의 옳은 답 즉, '정답'을 쫓는 한국인의 안정 갈구 심리와 일맥상통 한다. 결국 한국인만의 사회 문화적 공통의 심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근의 소비 심리는 다양한 선택, 다양한 소비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재의 마케팅도 다양한 마음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황상민 교수는 선거도 소비심리와 소비행동의 측면에서 볼 때 시장에 나온 상품을 고르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했는데, 나는 책을 다 읽고난 지금까지도 책의 제목이 <대통령과 루이비통>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특정 이슈나 사안, 혹은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마음 등을 정확하게 밝히는데 몹시 서툰 한국인으로서는 자기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소비보다는 유행을 쫓고, 자기만의 정치적 소신을 밝히기 보다는 '대세'를 쫓는데서 안정감을 느낀다라는 것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한국인의 이러한 심리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로 정리될 것이다.

 

튀는 것을 좋아하고, 일부러라도 유행을 선호하지 않는 나는 애초에 한국인 공통의 소비심리보다는 내 개인적인 소비행동을 조절하고 싶어 읽은 이 책을 통해, 소비 행위에도 사회문화적 기질이나 관습 등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또한 명품 가방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속물적이라 여김과 동시에 로고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진짜 명품 가방을 하나쯤 갖고 싶었던 나의 감춰진 이중심리를 이 책을 통해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역시 한국인으로 묶이기 보다는, 나 개인으로 분류되고 싶다. 때문에 한동안은 '튀기 위한 소비'를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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