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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ㅣ 주니어 클래식 11
강신준 지음 / 사계절 / 2012년 5월
평점 :
21세기를 눈앞에둔 1999년 세계 최고의 공영 방송이라 일컫어지는 영국의 BBC 방송에서 청취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 천 년 동안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칼 마르크스가 1위로 선정되었다. 그 이유는 그의 저서 <자본> 때문이었다고 한다. 또,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으로 <주역>, <성경>과 함께 <자본>이 꼽힌다. 그만큼 마르크스의 <자본>은 인류에게 매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자본>을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랫동안 금서였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 나는 무시무시하게 방대한 양 때문에도 지금껏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마르크스 평전인 <칼 마르크스 그의 생애와 시대>에서 이사야 벌린은 <자본론>을 한 줄도 읽지 않았거나, 오역해서 해석한 <자본론>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거나 증오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일갈했다. 나 역시 <자본>을 읽지 않은채로, 자본주의에 대해 회의하게 될 때면 막연하게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생각하는 맹목적인 숭배자로서 청소년용으로 발간된 이 책에 기쁜마음으로 달려들지 않을 수 없었다.
강신준 교수는 머리말에서 마르크스의 <자본>에는 과학적인 진리가 있다라고 예찬했는데,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했던 나로서는 이 책이 지나친 '자본론 찬미가'가 아닐까하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의심은 프롤로그와 자본의 탄생 과정을 읽고, 생산과 소비가 일치했던 자본주의 이전 사회를 지나 생산과 소비 사이에 교환이라는 행위가 끼어든 자본주의 사회를 읽을 즈음에는 마르크스의 <자본>이 왜 진리인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강신준 교수는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를 통해 <자본>을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의 원대상인 청소년들이 읽기에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뿐만아니라 재미까지 있어 초딩 6학년인 우리 아이에게 꼭 읽히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다.
지나친 부는 타인의 몫을 빼앗는데서 발생되고, 자본과 빈곤은 대물림되며, 자본은 자본만을 무한 증식시킨다는 이미 알고있던 내용을 차근히 정리하는 것 외에 새롭게 알게 된 것이라면, 복지의 천국 북유럽은 마르크스의 <자본>을 근거로 시작되었고, 유지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본>이 해금된 이후로도 많이 읽히지 않는 이유는 책의 난해함이나 방대함 외에 보이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은이 강신준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자본>은 꼭 필요한 책이라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강신준 교수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그 자신의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개인적 회한을 토로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청소년 용으로 발간한 것인데, 일찍부터 청소년들에게 <자본>의 비밀을 귀뜸해 맹목적으로 타인의 욕망을 추종하며 살아가는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을 멈추려는 시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지금껏 <자본론>을 읽지 않은채로 숭배하거나 증오하는 기성세대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소개했던 어떤 신문기자는 조금더 복잡해지더라도 어른용 <자본>을 새롭게 묶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피력하기도 했다. 나 역시 그 생각에 크게 공감하지만, 이 책만으로도 감히 <자본>에 도전할 용기를 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자본>을 번역해 소개했다는 강신준 교수의 <자본>시리즈를 온라인 서점을 통해 몇번을 살펴보며, 침을 꼴깍 삼키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