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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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식 교수의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를 강렬한 느낌으로 읽은 나는 저자 강연회를 찾아가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 후, 성적소수자와 장애인, 그리고 어린 학생들의 인권이야기까지를 다룬 <불편해도 괜찮아>를 찾아읽었지만, 강렬했던 전작에 비해 무난하게 읽혀진 인권 이야기로 김두식 교수에 관해 조금 심드렁해졌다. 그렇더라도 처음읽었던 김두식 교수의 책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신작을 결코 놓칠 수 없었다. 어쨌든 그는 권위로 똘똘뭉친 그나이 또래의 지식인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이 책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역시 김두식'이었다.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는 숨겨진 욕망에 대해 자연스러워지자고 말하는 그는 우선 자신의 감춰진 욕망을 발가벗기는 일부터 놓치지 않고 있다. 그의 글을 따라 읽다보니 나 혼자서만 욕망의 덩어리, 욕심 덩어리, 부끄러움 덩어리가 아니였다는 안도가 들었다. 영화 <색.계>의 탕웨이를 보고 욕망으로 부터 자신을 발가벗길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김두식 교수의 고백은 귀엽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커다란 권력을 쥐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소한 권력을 쥐게 되었을 때, 자신보다 약한 이들에게 행하는 폭력에 가까운 권력행사는 참으로 추하고 끔찍하다. 또한 '계'에 묶여, 자신에게 조차도 자연스럽지 못한 사람들은 타인의 잘못이나 치부를 드러내고 욕하는데 무척이나 부지런하다. 그러한 부지런함은 오히려 지식인일수록, 혹은 진보적인 사람일 수록 더 극심하게 나타나곤 한다라고 김두식 교수는 말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욕망을 뒤로 감춘채로 상대방에게 투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멀리갈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나 자신이 지금껏 그래왔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욕망을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해준 김두식 교수의 이번 저작에 박수를 보낸다. 십년 묶은 체증은 이런 책을 만났을때 내려가는 것이 아닐까.

 

특히 나는 8장 '몰락의 규범, 규범의 몰락'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장을 읽으며 어버이 연합의 어르신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밤이건 낮이건 검은 선글라스로 중무장한 어르신들은 각종 집회에 정의의 사도마냥 나타나서 자식들을 부끄럽게 만들곤 하는데, 흔히 어르신들이 용돈 몇푼에 현혹이 된다라고들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분들은 그분들 나름의 '계'가 있는 분들이며, 그러한 행동이 나라를 위한 애국행동이라고 믿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나서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규범에의 맹목적인 복종으로 '악의 평범성'을 예루살렘이 아닌 대한민국 서울바닥에서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람이 일생에 꼭 써야할 '지랄 총량의 법칙'을 떠올릴 때면 언제나 점잖다는 평을 듣는 나의 남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그는 도대체 '지랄'을 언제 다 써버릴 것인가 은근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부디 나를 만나기 이전에 쓸만큼의 '지랄'을 이미 다 써버렸기를 바라면서, 그에게 제발 이 책을 읽어달라고 추천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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