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지구마을 여행 - 꼭 한번은 떠나야 할 스물다섯, NGO 여행
이동원 지음 / 예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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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이었다. 달랑 80만원 들고 세계 여행을 떠난 22살의 청년에게 홀딱 반했던 것은. 

그 청년은 영어 울렁증 상근이의 자급자족 세계여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이란 책의 주인공이었는데,

당시 초딩2학년 아들과 밤마다 한 챕터씩 읽으며, 종횡무진 세계일주를 떠났다.

그로부터였다. 각종 여행기를 섭렵하게 된 것이.

몇년간 여행기를 두루 읽다보니 이제는 누가나 가는 해외여행일뿐더러,

아무나 쓰는 해외여행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여행기에 시들해졌다. 사진으로 도배된 책은 무겁기도 했고, 어느곳이건 여행기란 다 똑같았다.

개인적인 것은 개인적인 것일뿐. 더이상 공유할 즐거움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일상의 탈출을 곧바로 '일탈'로 연결하는 버릇이 남아,

가끔은 어디 색다른 여행기 없을까, 뒤져보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제목에서부터 까놓고 조금 다른 여행이라길래 관심을 갖고 목차를 살펴보았다.

오, 이것은 그이름도 공정하다는 NGO 체험 여행기. 욕심많고 오지랖 넓은 스믈다섯 청년이 쓴 여행기였다.

곧바로 4년 전, 밤을 밝히며 읽었던 '상근이 형'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여행서에 대한 흠모가 새롭게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누구나 관광이 아닌 여행을 꿈꾼다. 그것도 진짜 현지의 삶을 체험하기를 바라면서.

나 역시 몇번의 해외여행길이 관광이 아닌 여행이길 소원해지만,

 계획을 짜고 비행기를 탈 무렵이면 여행이 아닌 관광이라는 것에

안도아닌 안도를 하기도 했다. 여행길이 고행길이 되어서는 곤란하니까.

 

조금 다른 여행을 꿈꾸었던 스물다섯의 청년 이동원은 말그대로 소통하는 여행,

부대끼는 여행을 실제로 해 내었는데, 이 책이 그 결과다.

그리고 똑같은 여행기에 지쳤던 나는 아주 많이 다른 이 여행기가 썩 마음에 든다.

한때 상근이 형에게 쏙 빠졌던 것처럼 이번엔 동원이 형에게 홀딱 반하고 만 것이다.

거북이를 지키고, 곰을 지키고, 물을 지키고, 평화를 지키고, 지구를 지키고,

그리고 결국에는 인간을 지키려는 치기어린 이 청년은

꿈도 많고, 정도 많고, 눈물도 많다. 거기다 아줌마처럼 오지랖도 무척이나 넓었다.

가는 곳마다 다시오겠다는, 꼭 돕겠다는 약속을 남발한다.

그러나 그 모습이 밉지 않다.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들이 외려 듬직할 지경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걸은만큼 인생이다. 말해 뭐할까. 토익도 좋고, 스펙도 좋다.

다 좋은데 자기 자신하나 '주체'하지 못하면서 머리만 비대해진 어른이 되면 정말 잘 먹고 잘 살수 있는 걸까.

옆이나 뒤를 볼 수 없도록 차안대를 쓰고 달려가는 경마장의 말들처럼 바쁜 청춘들이

좀 많이 읽어줬으면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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