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 잡혀간다 실천과 사람들 3
송경동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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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연극치료를 했습니다. 올해 가장 많이 한 동작을 해보라 해서 팔을 활짝 벌려 흔들었습니다. 올해 가장 많이 한 말을 해보라는데 '고맙습니다'하며 목이 메였습니다. 가장 고마운 사람이 누구냐 묻는데 '감옥에 있습니다' 그말을 미처 못끝내고 울었습니다. "

-김진숙 님의 트윗에서

 

35미터 상공, 자신의 동료가 129일을 버티다 목을 맨 그곳에서 309일간을 서성이며 다리한번 제대로 쭉 펴본 일 없이 지낸 김진숙은 지난해 가장 많이 한 말이 '고맙습니다'였다고 했다. 흔히 밑바닥이라고 불리우는 다양한 노동판을 떠돌며 십대 후반과 이십대 초반을 보낸 그녀는 급기야 스믈여섯의 나이에 해고자가 되었다. 쥐똥이 섞인 보리밥을 도시락으로 내주던 조선소에서 용접 불똥이 튀어 뺨이 얼기고 설켜도, 너덜너덜해진 작업복을 테이프로 기워입었어도, 감전사고로 혈관이 다 터져죽는 동료를 보고도, 미끄러져 바다에 빠져죽는 동료를 보고도, 그것은 개인의 부주의 탓이였지 회사의 안전불감증, 노동자학대가 아니었다고 증언할 수 밖에 없었다는 그녀는 그래도 그나마 아침마다 일하기 위해 출근할 수 있고, 월급을 탈 수 있는 직장이었기에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탱크 안에서 다시 용접을 할 수 있게 되기를 투쟁하다 빨갱이로 찍혀 대공분실과 교도소를 들락거리고 수배생활을 하다보니 어느덧 쉰이 넘었다. 2011년 1월 한진중공업이 또다시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하기로 한 하루 전 새벽 그녀는 동료 김주익이 목을 맨 바로 그 크레인에 올랐다. 그리고 그 후 309일간, 그녀는 '고맙습니다'란 말을 가장 많이 했다고 했다.

 

다행이다. 참 말 다행이다 싶었다. 쉰이 넘도록 억울함을 벗기 위해 투쟁했던 그녀가, 동료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마치 자신의 탓마냥 괴로워했던 그녀가, 두다리도 편히 뻗을 수 없는 그곳 크레인 위에서 고맙습니다란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참 다행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 자신이 참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병원 치료를 받는 중인 그녀는 연극치료중 가장 고마운 사람의 이름을 끝맺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끝내 부르지 못한 이름은 '송경동' 이었다. 송경동 시인은 크레인 위의 김진숙을 만나러가는 '희망버스'를 기획한 자로 구속되어, 1월 17일 10시 20분 첫 재판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잡혀있는 숨은 이유는 희망버스가 쌍용으로 재능으로 콜트-콜텍으로 현대차 비정규직 현장으로 달릴 것을 두려워한 구속이었다.

희망버스를 계속 달리게 하자는 배후로 송경동이 지목되었지만, 사실 희망버스는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시민들의 참여 운동이었다. 누가 강제로 끌어내거나 재촉했던 의무감에 의한 것이 아닌 불합리한 세상을 좀 더 즐겁게, 가볍게, 경쾌하게 바꿔보자는 시민들의 자발적 축제의 장이였다.

 

노동이라거나 운동이라거나에 아는것이 전혀 없고, 시를 즐겨읽는 것도 아니었던 나는 송경동 시인을 김진숙을 통해 알았다. 김진숙이 가슴아파 차마 부르지 못하는 이름이 송경동이라는 것을 알고,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는 송경동, 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는 대추리에서, 삼성반도체에서, 기륭전자에서, 용산에서 노동자들과 철거민이 마땅히 받아야할 인간다운 권리를 위해 투쟁했다. 그가 꿈꾸었던 것은 누구를 위한, 누구만을 위한 세상이 아닌 모두를 위한 세상인데 그것이 죄인가. 그의 꿈은 김진숙의 꿈이기도 하고, 99%인 우리들의 꿈이기도 하다.

희망버스가 달리지 못한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농성장에는 '희망텐트'가 있다. 그곳에서는 쌍용차 노조원 20여명이 농성하고 있으며, 희망텐트는 1월 5일로 30일 째가 되었다고 한다. 새해 소망이 공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하는 그들은 모두에게 잊혀질까봐 가장 두렵다고 했다. 잊지 않아야 한다. 영하 10도가 오르내리는 이 겨울, 텐트를 치고 농성을 해야만 하는 그들의 절망과, 그들의 절망이 우리들의 미래임을 잊지않아야 한다.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과 김진숙의 <소금꽃 나무>와 함께 송경동의 <꿈꾸는 자 잡혀간다>를 나란히 책꽂이에 꽂으며, 참 마음이 아리다. 그의 책 옆에는 또 어떤 책을 꽂게 될까. '가난한 마음들이 이후로 부터는 가난을 이유로 상처받지 않게 되었다'는 내용의 책을 꽂게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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