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덫 걷어차기
딘 칼란 & 제이콥 아펠 지음, 신현규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비전에 매달 소액의 기부를 하고 있다. 월드비전에서 연결해준 과테말라의 한 어린 소년을 후원하고 있는 것인데, 내 기부금이 소년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인지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러나 한번도 직접 월드비전을 통해 확인해보진 않았다. 그러다 작년에 월드비전에서 근무하면서 후원금이 어떤 나라, 어떤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적은 최민석의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를 읽고 후원금은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기보다는 아이가 살아가는 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설비함으로써 아이가 굶지 않고 생활 할 수 있도록 간접의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테면, 후원금을 모아 학교를 짓는다던가, 마을에 우물을 판다던가 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였다. 그것은 이 책 <빈곤의 덫 걷어차기>의 저자가 말하는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일시적인 자선이 아니라 빈곤을 해소하는데 근본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비영리단체 빈곤퇴치혁신기구IPA의 설립자 딘 칼런과 빈곤 퇴치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하고 있는 제이크는 이 책의 동 저자이다. 어느부분을 누가 적었는지 정확히 구분하고 있진 않지만, 딘 칼런은 화자인 '나'로써 제이크가 여러 빈곤 국가들을 다니며 직접 경험하고 도움을 준 장면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두 사람은 빈곤퇴치를 위한 7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는데 소액대출인 마이크로 크레딧을 통한 대출보다는 저축을, 그리고 저축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저축 시기 알림서비스와, 더많은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꼭 필요한 비료의 선불 판매, 또 장기적인 안목에서 빈곤 탈출에 확실한 도움을 주는 교복지급이라든가 구충제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 진정한 교육을 위한 보충수업과, 식수를 정화해 빈곤국에 만연한 전염병을 퇴치할 것, 그리고 저축이나 교육, 비료 사용 등이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위한 자기 구속 장치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빈곤퇴치를 위한 아이디어 7가지는 행동경제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경제적 동물이라는 전통경제학의 비합리성이 빈곤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의 빈곤퇴치를 위한 7가지 아이디어를 보면서 나는 우리나라의 60, 70년대의 새마을 운동을 떠올렸는데 다른점이라면 우리나라는 그 모든 것을 자력으로 해냈다는 것이였다. 그래서 자랑스러웠다는 것보다는, 모든 나라가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결국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활성화 되어야만 잘 살 수 있겠 되는 것이냐는 의문이 생겼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대국의 수준에 진입했지만, 들여다보면 극심한 양극화로 이른바 서민들은 나날이 생계유지를 위한 경쟁에 내몰려 있는 상태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는 발문에서 빈곤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이러한 도전정신에 감동 받았을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감동보다는 빈곤퇴치라는 것이 경제대국의 위치에서는 또다른 시장개발을 위한 노력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나는 정말 모르겠다. 빈곤퇴치를 위한 우리의 기부나 도움이 정말 도움인 것인지, 그들을 경쟁 속에 내몰고 그로 인한 불행의 길로 인도하는 것은 아닌지하는 의문이 생겼다. 분명 우리는 잘살게 되었지만 행복하지 않고, 빈곤국의 사람들은 밥을 굶지않으며 잘살게 되기를 꿈꾼다. 그리고 이제는 밥을 굶지 않는 우리들은 일말의 동정으로 그들을 위한 기부를 하고, 그 또한 나를 과시하는 욕구 내지는 속죄로 생각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잘 삶의 의미가 경제적인 속국이 되어 경쟁 속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며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일까.

저자의 말처럼 선량함 만으로는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더 많은 생산을 위한 비료를 사용의 권고보다는 그들의 먹거리를 수출이나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으로 빈곤을 해결하고, 전 세계인이 똑같은 것에서 기쁨을 얻기보다는, 그들 나름의 문화 속에서 그들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진정한 도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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