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뒷담화
김용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목요일 밤부터 금요일 새벽까지 아이폰의 팟캐스트를 들여다 보며 전정긍긍하고,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들리지않게 '참 건방지네'를 중얼거리며, 자주찾는 북카페에서 댓글로 '부끄럽고요..'를 연발하는 나는 '꼼수폐인'이다.
문명의 이기에 끌려다니고 싶지 않다라는 나름의 신념으로 스마트폰 보기를 돌같이 알았으나, 사용하던 터치폰이 드디어 터치가 먹히지 않게 되자, 결국 폰이라고는 스마트폰 밖에 전시되어 있지 않는 핸드폰 매장에서 끔찍하게도 깜찍한 아이폰을 선택했다. 그리고도 한참을 전화를 걸고 받는 용도로만 사용하던 아이폰을 초딩 아들이 뒤져서 아이튠즈라는 것을 발견해 냈고, 우연히 정말 우연히 '나꼼수'를 듣게 되었다. "이건 뭥미..?"
그날로부터 거꾸로 전 회차의 방송을 차례로 들으며, 비오는 날 머리에 꽃 꽂은 여자처럼 수시로 혼자 웃어댔고, 분노했고, 기가 차 했다. 그리곤 주변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나는 꼼수다, 들어봤어?"
 

이 책은 말 그대로 '나는 꼼수다'의 뒷담화다.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어떻게 제2의 '나꼼수'를 만들 수 있는지, '나꼼수'를 기존의 언론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관한. 그리고 곁들여서 '나는 꼼수다'의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있는 김용민 미래 교수(혹은 과거 교수)의 과거사를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알게 된 것이라면, 김용민 이라는 사람이다. 방송의 '나꼼수'에서 사실 그는 들어나게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다. 인기 투표에서 울부짖는 에어컨에게 순위를 밀릴 뻔한 정도라니 결코 그의 존재감이 크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분명 '나꼼수'는 PD 김용민이 있어 가능하다. 연출도 권력이라고 아집을 부리자면 한이 없겠으나, 그랬다면 오늘의 '나꼼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워낙에 캐릭터가 강한 김어준 총수나, 모든 것을 자신의 풍모를 드러내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정봉주 전 의원, 날카롭지만 부끄러운 주진우 기자의 뒤에 가려진 김용민은 가끔 한마디씩 할 뿐이다. 그것도 아주 공손하게.
 

진행자 네 명. 때론 다섯 명 또는 여섯 명.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러면 곤란하다. 목소리가 많아져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이 섞여서 의미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이는 소음공해에 다름 아니다. 경험컨대, 딱 둘이 좋다. 시종 나와야 하는 셋도 부담이다. 그런데 우리는 형식상 넷이다. 이게 내가 가급적 마이크 앞에 잘 안서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95쪽)
김용민이 방송 '나꼼수'에서 조신한 것은 말발이 달려서라거나(사실 말발이 달리긴 하다), 할 말이 없어서라거나, 터뜨릴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은 이 책을 읽고 나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경제학자 우석훈은 경향신문 칼럼에서 '자연인 김어준은 잡아갈 수 있고, '나꼼수' 방송은 세우거나 재갈을 물릴 수 있겠지만, 스타일을 잡아가둘 수는 없다. 그래서 김어준이 무서운 것이다. 순교자를 만들면, 더 유명해지고 더 강해진다'고 했다.
김어준은 <닥치고 정치>에 친필로 '쫄지마!'라고 사인한다. 나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안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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