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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ㅣ 정진홍의 인문경영 시리즈 1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인문학이 위기라더니, 오히려 기회가 되어 대학 밖으로 나온 인문학 강연은 여기저기서 유행을 타고 있다. 모 드라마에서 무늬만 경영자인 한 오너가 요즘엔 와인 강좌 대신 인문학 강좌를 듣고 있다고 느믈대던 장면을 기억한다.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만큼, 드라마 속의 그 경영자는 어디가서 폼잴만큼의 간판으로 인문학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CEO 인문강좌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인간과 인간의 문화를 연구하는 인문학이 어디가서 아는척할 만큼만 하면 되는 학문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라고 위키백과에 명시되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 사이를 생각하는 학문이다. 인간이라는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뜻하듯이,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정현종의 시 <섬>에서 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섬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학문. 그리하여 나와 너 사이를 잇는 가교를 세우는 학문이 인문학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문학 강좌를 전공으로도, 교양과목으로도 수강하지 못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그렇다.
전공자가 아니고, 아는 것이 많지 않아 그런지 모르지만 나는 이 책이 '인문'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리봐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도 경영자로서 취해야 할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인문서라기 보다는 자기계발서, 처세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오해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제목에 '인문'이라고 달았을뿐인 것을 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경영이 인문을 만나야 하는 이유로 통찰의 힘을 키우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옳은 말이다. 인문의 힘은 확실이 통찰하는 데 있으니까. 그러나 그 통찰은 더 많은 페르소나를 사용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더 높은 자리로 오르기 위한 통찰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이 '나'를 생각하고, 더 많이 '이웃'을 생각하고, 더 많이 '인간'을 생각하기 위한 통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통찰의 힘이 시각훈련을 한답시고 벽에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걸어두고 1주일간 하루에 최소 5분씩 바라본 후, 밤마다 그림의 세밀한 부분까지 떠올린다고 키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학이 현실로부터 유리되고 박제화 되었다고 탓하기 전에, 대학이 현실과 동떨어져야 하는 이유부터 생각해 보는 것이 통찰의 힘 아닐까. 잘 살기 위해, 지금보다 더 잘 살기 위해 공부하는 학문이 인문학인 것은 맞지만, '잘삶'의 의미가 물질적인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은 굳이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잘알고 있다. 관념적으로만 '앎'에 머물지 않고, 몸으로 체득하고 실제로 행동하기 위한 공부가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살기위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한다는 저자 정진홍의 인문학 강좌에 그토록 열을 올리는 CEO들이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근본적으로 '인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인문학을 사랑하기를 감히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