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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인격이다 - 품격을 높이는 우리말 예절
조항범 지음 / 예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말이 인격이라는 이야기는 중.고등학교 시절, 주야장천 들었던 이야기 이다. 요즘도 학교에서 그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요즘 아이들은 일상용어가 거의 줄임말이고, 욕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도 기성세대가 되어서인지 요즘 아이들끼리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도대체.." 하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그런데 아마도, 내가 중고등 학생이던 시절의 어른들도 그랬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도대체.." 라고.
말은 어차피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하고,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자랄 때보다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은 더 거칠고 투박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 시대에 맞게 변화되어온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한다. 그렇지만 어쨌든 욕이 일상어의 반을 넘게 차지하는 것은 시대적 상황과는 다른, 품격의 문제로 생각해 볼 일이다. 그만큼 요즘 아이들에게는 품격이나 인간적인 교육이 부족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인격을 쌓는 소양 교육보다는 경쟁에서 지지않는 실용적인 교육에 바쁘니까 말이다.
이 책의 저자 조항범 교수는 국어국문학과의 교수로, 국어 사용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을 이 책에서는 비교적 쉽게 풀이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어렵지 않았다. 가령, 임산부는 한 사람이 아니라 두사람이라는 소제목을 보았을 때, 임신한 엄마와 뱃속의 아이까지를 포함해 두사람을 말하는 것인지 알았다. 그러나 임산부라는 말은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뜻의 '임부'와 아이를 낳은 사람이라는 '산부'가 합해져 두사람이라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임산부'라는 흔한 표현은 매우 잘 못된 것이다. 또 '곤욕'과 '곤혹'의 차이도 새로 알았으며, 자주 사용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주의하게 되는 '지양'과 '지향'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았다. 이처럼 쉽게 흔히 사용하는 잘못된 표현들에 대한 교정은 매우 유익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책의 곳곳에서 저자가 어쩔수 없는 선생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는데, 틀린 한글 사용을 못참고 곧바로 지적하고 고쳐줘야 직성이 풀리는 선생의 직업병이 여기저기서 자주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문학적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이 앞서서 상대의 입장과 상황을 좀더 너그럽게 배려할 수는 없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국어학자가 알고 있는 지식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현실어는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틀린 사용을 용인하고 틀린대로 두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좀더 너그러울 수 있는 상황에도 까칠하게 짚고 넘어가는 그의 직업병이 안타까웠을 따름이다. 국어학자를 친구, 혹은 동료로, 선배로, 스승으로, 지인으로 둔 사람들은 참으로 피곤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말 혹은 저런글을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너 틀렸다'라고 당장 지적할테니까 말이다. 내 눈에 그는 선생이요, 어쩔수 없는 구시대의 아버지 상으로 비쳐졌다.
1부와 2부가 국어 사용에 대한 올바른 지식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3부에서는 성공하는 사회인을 위한 느닷없는 자기계발서로 둔갑하는데, 한마디로 성공하고 싶으면 말조심하라는 내용이다. 물론 옳은 말이고, 들어서 좋을 말이지만 쉽게 수긍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다. 어쨌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나' 개인을 죽이라는 이야기이니까.
말이 거칠어지고 있는것은 비단 청소년 뿐만은 아닐것이다. 나 역시 시대 상황을 탓하며 변하는 것은 변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지만, 근본적으로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존재는 인정한다. 그중 하나가 말의 소중함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이고 존중이다. 이 책을 읽고, 기억하는 것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