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역습 - 오만한 지식 사용이 초래하는 재앙에 대한 경고
웬델 베리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웬델 베리를 처음 안 것은 격월간지 <녹색평론>을 통해서였다. 그는 생태주의자, 환경주의자이며, 문명비평가, 사회평론가, 실천주의자이기도하며 또한 작가이다. 위의 모든 직함을 다 수용하고도 무엇보다도 그는 늘 농부였으며, 지금도 변함없는 농부이다. 따라서 농업과 환경과 인간에 대한 고민을 담은 그의 글은 탁상공론일 수가 없다. 그의 피부로 만나고 겪은 실제상황이면서 실제 고뇌이고, 더 나은 인간의 삶을 위한 담론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그가 쏟아놓은 인간의 무지의 대한 토로는 구구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오늘날의 자연환경은 곳곳에서 인간을 향한 공격을 하고 있다. 이는 본래 자연의 본성이 아니며, 다만 인간의 무지로 인해 자연에게 건 전쟁의 결과일 뿐이라고 웬델 베리는 주장한다. 인간의 오만은 우리가 가진 한계와 효능을 제대로 알지못하고, 인간이 모든 것을알고 있거나, 언젠가는 알게 되리라는 가설 아래, 자연환경을 포함한 생태계와 세계를 좌지우지 할 날이 오리라는 믿음으로 방종하는데서 부터 시작한다. 인간은 더 나은 경제적 부와 발전, 진보라는 미명하에 다른 인간과 자연을 상대로 무한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실제적 권력을 휘두르는 자는 소수의 인간일뿐이지만, 그외의 다수는 소수의 폭력을 묵인하거나 방관하는 것으로 자연에 대한 인간 전체의 폭력으로 확대한다.
자연에는 인간 또한 포함된다. 그렇기에 소수의 인간에 의한 자연의 파괴에는, 인간 본성의 파괴 역시 뒤따른다. 따뜻한 마음과 겸손, 배려, 돌봄 등 인간의 본성은 무지와 오만, 편협함, 불완전하고 위조된 지식 아래에서 철저히 파괴되고 서로가 서로를 짓밟고 이용하기 위해서만 타자를 인정하고 있다. 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만을 특별히 사랑하셔서 그 어떤 종류의 인간이 그외의 다른 인간들을 향한 폭력을 허 하셨을리 없듯이, 또한 인간만을 특별히 사랑하셔서, 인간에게 모든 자연환경을 인간 좋을대로 이용하라고 하셨을리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인간은 무지의 길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갖은 것으로 부터 더 갖고자 하는 마음이 폭력을 부른다. '더'라는 욕망은 지금 현재의 상태를 부정하게 하고, 불안하게 한다. '더'는 '완전'으로 오역되어 끊임없이 타자를 공격하게 하고, 결국 타자를 향한 폭력은 부메랑처럼 나 자신에게 되돌아 오게 된다. 이는 자연환경의 파괴로 멈추지않고, 곧 전인류의 공멸로 이어진다. 부와 권력을 쥔 자들은 과학을 통해 지구가 아닌 다른 대안을 상상할 수 있겠으나, 나로서는 실현가능성을 얼마만큼이나 내포한 상상인지 알 수 없고, 이 상태로 거칠어진 인류가 비교만족을 얻기 위한 타자없이 인간 스스로 만족할 만한 완벽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믿을 수 없다.
이에 웬델 베리는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탐욕의 경제학을 지금처럼 계속 굴려갈 때, 결국 우리모두가 살상되지 않겠느냐고 묻고 있다. 개개인이 탐욕의 경제학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을 때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겠느냐고 묻고 있다. 소수의 인간을 위한, 소수의 경제를 위한, 소수의 권력을 위한 탐욕을 이제라도 멈출수 있어야 우리 모두가 같이 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인간은 지금보다 더 나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아직은 있다고 믿기에 저자는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인간의 탐욕에 의한 전쟁이 발발하면 대통령을 비롯해 전쟁에 찬성하는 행정부의 모든 각료와 국회의원이 연령과 신분을 막론하고 즉각 민간인 신분으로 전투 부대에 합류해야 하며, 어떤 전쟁이든 종결되는 시점까지 전쟁에 개입하는 군수산업체의 모든 임원과 주주의 연소득 상한성은 해당 기업의 공장 노동자의 연소득을 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조항을 헌법에 넣어야 한다'(212쪽)는 웬델 베리의 주장은 거칠고 과격하다. 현실성이 없으며 도저히 실현될 것 같지않지만, 그러나 통쾌하다. 마땅히 옳은 이야기이고 그럴 수만 있다면 인류 스스로 공멸하게 될 결과는 초래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주장이다.
통쾌하지만, 왠지 실현성이 없는 위의 주장과 달리, 베리는 좀더 구체적인 희망으로 이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는 장소를 존중하며, 산업을 유치해서 경제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고, 좀 더 현명하게 큰 규모에 대해 생각하고 대처하며, 자연과 인간의 모태인 땅에 대한 파괴에 절대로 타협하지 않을때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웬델 베리는 이 책의 배경을 미국 사회와 정치, 농업경제에 촛점을 맞추고 썼지만, 이 책의 배경은 꼭 우리 사회의 모습과 같다. 그렇기에 더더욱 절절하게 책의 내용이 가슴에 와 닿는다. 무엇보다, 먼 미래를 내다 보지 않는 편협한 권력자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개발과 발전에만 목을 매고 있는 우리의 정치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더나은 발전된 조국을 위해 날이면 날마다 땅을 갈아엎는 토건업자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나만 살고 말 미래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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