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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앞 표지와 뒷 표지를 돌려가며 꼼꼼하게 살피고, 날개도 펼쳐 읽었다. 들어가는 글을 읽고, 목차를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듯 읽었다. 초록색 안지를 넘기며 나란히 선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을 잠시 바라보고 첫 장을 넘겼다. 손이 떨렸다. 마침내 시작되는 '그날 아침'.
그날 아침 늦잠을 잤다. TV가 없는 우리 집에선 정오가 다되도록 그일을 몰랐다. 슈퍼에 라면을 사러갔던 아들 아이가 뉴스를 보고 달려와, "노 대통령이 죽었데." 라고 호들갑을 떨었을때, 엉뚱하게도 나는 노태우 대통령을 생각했다. 연세가 있으시니 지병이려니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친구의 전화를 받고서야 헐레벌떡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았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 역시 믿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분이 세상을 떠난 방식과 그 분을 그렇게 가시게 한 세상을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었다.
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랬어도, 여전히 그분이 떠난 날의 기억은 비통함이고, 서러움이고, 아픔이다. 무엇이 그렇게 서러웠는가 가만히 생각해본다. '사람 사는 세상'이란 말을 좋아하고, 자주 썼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기간 내내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간들이었기에 그 서러움의 폭이 컸을 것이다. 그분이 홀로 외로운 길을 떠나기 까지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상상할 수 있었기에 더더욱 서글펐을 것이다. 사람의 존엄함을 무엇보다 귀한 가치로 여겼다는 그분이 원했던 것은 권력도, 명예도, 재산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으며 사는 세상, 누구나 존엄함을 인정받는 세상이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그날 이후 개인적으로 나는, 내가 살아오던 방식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나, 개인의 문제가 결코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사람사는 세상이란 물질적인 '부'만을 추구하는 세상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분이 나에게 남기신 것은 그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 시절에도, 퇴임 후 검찰의 조사를 받던 때에도, 그리고 그분이 마지막 길을 가시던 그 순간에도 변함없는 차분함으로 노대통령을 지키던 문재인 비서실장은 무던히도 듬직한 모습이었다. 흔들림 없는 냉철함으로 노 대통령의 운명을 지키고 있던 그분이 언젠가는 자신의 위치에서 바라본 노대통령의 모습과, 노대통령의 고뇌와, 고통을 진술해 줄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이 책이 나왔을 때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책은 문 이사장의 평소 모습처럼 차분하고 간결하다. 그날 아침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두 분의 처음 만났던 눈부시게 젊었던 시절을 지나 노무현 정부 때, 문 수석의 시각으로 본 국정과 진실, 대통령의 고뇌 등을 진술하고 다시 그날 아침으로 돌아와 노무현재단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구구절절하지 않고, 그의 방식대로 요약된 것이 감정을 배재하고 책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책을 쓰기 전에 100% 솔직할 수 있을지 자신이 서지 않아 고민했다고 했는데, 나는 이 책의 내용이 문 이사장의 시각에서는 100% 진실이라고 믿는다. 보는 시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그가 절대로 없는 이야기를 지어낼 사람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열정적이고 저돌적인 노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문재인 이사장은 그렇게 자신의 운명을 지키고 있었고, 지금도 지키고 있다.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려했고,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자 했으며, 함께 세상을 바꿔보고 싶었다는 노 대통령과, 문 이사장의 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엉뚱하게도 나는 두 분의 운명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