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의 기술 -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즐기며 공부하기
가토 히데토시 지음, 한혜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뒤늦게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학교를 졸업한지 꽤 오래 되었음에도, 무엇인가 배우고자 하는 욕망이 아직 사그러들지 않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막상 공부를 시작하자 오래전 공부할 시기에, 좋아서 혹은 스스로 원해서 공부했던 적이 없었음을 깨닫았다. 학교는 으례 가는 곳이려니, 공부는 하라니까 하는 것이거니,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사람노릇하며 살 수 없다고 하니 그런것이려니, 혹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부모가 속상해 하니 해야하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나는 공부에 관한 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런 생각은 지금 막상 하고싶은 시기에,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하자 더 강렬해졌다. 그래서 지금 뒤늦게 시작한 '공부'가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생각해보면, 내가 학교에 다닐 시절에는 누구나 학교에 다녔다.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는 지지리도 가난해 학교에 다니기 위한 최소한의 돈도 마련할 수 없는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시절이 변했고, 요즘에는 자신이 스스로 원해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도 있고, 정규 학교교육 대신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많다. 물론 체제에 종속시키지 않겠다는 부모의 의지를 따르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중학교를 졸업할 나이쯤 되고 보면, 아이 스스로 학교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신이 주체적으로 홈스쿨링에 매진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들을 볼 때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앞서고, 누군가 틀을 정해주지 않아도, 자신을 규정할 수 있는 그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막상 내 아이가 상급학교에 진학해야 할 나이에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자신의 의사를 강하게 표한다면, 부모인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학교에서 시키는대로 하는 모범생이 되길 바라지 않아 아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가르치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정규교육을 거부해서는 체제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이가 평생을 종속되어 살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궤도를 이탈한 별로 방황하기를 바라지도 않기 때문에 그 불안함이 작지는 않다. 아이에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점수면 엄마도 족한다고 말하곤 하지만, 내면 깊숙히 들어앉은 타율 중심의 기준점을 어떻게 떨쳐 버릴지가 부모된 자로서 늘 하는 고민이다.

  이 책을 쓴 가토 히데요시는 '학교 교육'을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학교교육이란 본시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므로 주체적인 공부를 교육하는 곳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공부란 모름지기 스스로 배우고 깨닫아 가는 과정인데 학교는 대체로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시험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으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책의 내용이 70년대의 일본 교육을 바탕으로 쓰여졌으나, 지금의 우리 나라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학교에서 질문하는 아이는 예나 지금이나,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골치거리 일 뿐이다. 왜냐하면 주어진 문제가 아니면 해결할 줄도, 해결할 수도 없는 수동적 인간형을 지향하는 것이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이기 때문이다.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은 체제에 순응하는 지식인, 기술자를 양성하는 것으로 그 목적을 다한다.

  최근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다는 카이스트의 자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한쪽에서는 외국의 유명대학의 자살률도 만만치 않은데 굳이 카이스트만 문제삼는 이유가 뭐냐며 핏대를 올리기도 하지만, 대체로 자식을 둔 부모라면 무엇인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피부로 직감할 수 있다. 먼저 인간이 되는 교육을 받았더라도, 지치고 힘들때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도움이 되어주고, 될 수 있는가를 배웠더라도 그렇게 쉽게 스스로 목숨을 끓을 수 있었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정해준 틀 외에 내가 스스로 정한 틀에 적응하는 법을 배웠더라면 그것만으로도 살 이유는 충분하지 않았을까.

  이 책은 평생 공부해야 할 이유와 공부를 통해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하자는 자기계발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부모와 교사가 반드시 읽어야 할 훌륭한 자녀 교육서이며, 교사의 지침서이기도 하다. 지식만을 전달하고 전수받는 요즘 교육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행복한 한사람을 키워내기 힘들기 때문에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씌여진 시기가 1974년 이라는데에 깜짝 놀랐다. 무려 36년이나 지난 지금,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복간될 만큼의 새로운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평생 공부', '주체적인 공부'는 '공부'라는 작업의 정석이며 상식일진데, 그 상식은 늘 무시되어 왔고, 지금 현재도 무시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또한번 크게 놀라며 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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