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박원순 꿈을 주는 현대인물선 5
김나경 지음, 권재준 그림 / 리잼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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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저지르는 자의 것이다' 를 나의 인생모토로 삼았던 적이 있었다. 마치 한때의 일인 것처럼 표현하고 말았으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최근까지 제법 오랜 세월을 저지르는 자만이 세상을 쥔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일단 저지르고 나면 뭐가 되도 되겠거니 하는 안일한 생각과 함께 저지르는 저돌성이라도 있어야 세상이 살아지더라는 경험에서 였다. 그러나 최근 여러모에서 생각이 바뀌었다. 일단 저지르고 나면 내것이 되기는 되더라만은 그것은 아귀가 안맞는 억지스러움을 내포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항상 저지르는 것 같으면서도 순탄하게 인생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처럼 뵈는 한 사람을 만났다. 그렇다고 그가 자기만 잘먹고 잘살겠다고 편한 자리 찾아 앉은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는 일부러 문제들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보였고, 끝내 국가로부터 고소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래도 그는 그다지 힘들어 뵈지 않는 모습으로 당당하다. 어쩌면 즐겁게까지 보이는 그의 저돌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최근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를 무척이나 인상깊게 읽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국가로부터 지배를 받는 일이 어떻게 당연할 수가 있느냐고 묻는 해맑은 우에하라 이치로에 홀딱 반해버렸다. 결국 지구상 어느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지도에조차 표기되지 않은 섬으로 떠나버린 그는 진정한 아나키스트가 아닐까. 그런데, <아름다운 사람 박원순>을 읽으며 역설적이게도 이치로를 떠올렸다. 절대 박원순은 아나키스트가 아닌데도 말이다. 박원순은 규칙이나 규범 속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꿈꾸는 사람이다. 그에게 국가는 개인을 지배하기 위한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도로 보장해주는 안전장치이다. 이치로나 박원순 두사람은 다 자유를 사랑하고 개인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무척 닮았다. 그래서 나는 이치로와 박원순을 다 같이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시민운동가 박원순의 이야기다. 현존하는 인물의 전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박원순이라는 인물은 살아서 평가되기를 거부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기라고 하기보다는 활동기라고 해야할까. 우리 아이는 초등 4년이라 이 책을 혼자서 이해하기에는 많이 어려웠다. 격동기였던 70~80년대의 역사적 사건들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리기 때문이라고 할까.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여러날에 걸쳐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과 인물, 단어들은 저자가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주었기 때문에 주석을 읽어주면서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곁들여 주었고, 아이에게 너무 벅찬 사건들은 대충 얼버무려 주었다. 사건을 아는것 보다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아이가 혼자 읽도록 하지 않았다. 

글쎄.. 아이가 이 책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박원순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게되었는지는 나로서는 정확히 가늠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중요한 역사적 사건도, 어떤 중요한 역사적인 흐름도 한꺼번에 쉽게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이는 이해했다. 한사람 한사람의 숨은 노력이 세상을 더 살기좋게 변화시켜왔고, 그 숨은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이 자신도 사람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데 숨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도면 아이에게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아이가 이 책을 혼자서 이해할 수 있을만큼 자랐을때 아름다운 시민운동가 박원순을 자기 인생의 멘토로 삶을 수 있을만큼 아름다운 한사람이 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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