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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쇼핑 -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
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누구인가. 현대사회에서 내가 누구라고 규정지을때 소비자로서의 나를 빼놓을 수 없다. ’나는 무엇을 어느만큼 어떻게 소비하는 자인가. 그리고 내가 소비하는 것들은 내 삶에 꼭 필요한 소비재들인가’ 하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본 적없이 오늘 지금 이순간까지도 나는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며 더 많이 소비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이 지구 한 귀퉁이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사는 물건은 필요에 의해서 사는 것으로 여긴다고 한다. 나 역시도 무엇인가를 살 때 나름대로 두번 세번 생각하고,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물건을 구입한다. 두고두고 오래도록 사용하리라 생각하지만 새로운 상품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새로운 물건을 향한 내 욕구들 또한 끊임없이 속구친다. 현대 사회는 이 끊임없는 소비를 향한 욕구로 굴러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대 사회는 합리적인 소비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소비해야만 제대로 돌아가는 사회가 현대 자본주의의 사회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소비하는가. 소비행위는 사회적이며 동시에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사회 속에서 일원으로 살아가려면 소비할 수 밖에 없다고 가르친다. 물물교환, 선물 주고받기, 경쟁적인 소비를 통해 한 개인은 꼭 필요한 사회성원으로 인정받는다. 자기만족 때문에 소비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인간은 사회속에서 인정받는 즉 받아들여지는 사람이 되고싶은 것이다. 유치하다고..?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다. 인정받기 위해 더 높은 집, 더 좋은 차, 더 비싼 가방이 필요하다. 나 혼자 두고보자면 그것들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그 사회의 가치는 개인을 지배하고 개인은 사회에 충족되는 성원이 되기위해 노력한다. 소비할 수 없는 자는 진정한 어른이 아니다. 소비할 능력이 없는 자는 인간으로서의 가치조차도 재평가되는 시대가 바로 현대사회다.
주디스와 폴이 1년동안 생필품 외에는 구매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을 일기처럼 기록한 책이 <굿바이 쇼핑>이다. 주디스는 그 과정에서 스키를 즐기려고 산 양말이 결국에 스키를 타는 행동을 규제하고, 스키를 타는 주체인 자신을 규제한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사실이다. 쉽게 쓰기위해 산 샤프펜슬을 시험보는 날 집에 두고 왔을때, 시험치는 시간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으며 나를 지배해 결국 시험을 망치게 되는것과 같은 경험이다. 나는 결국 물건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는 슬픈 사실을 마주한다.
사는 행위는 갖고싶다는 욕망 한가지만으로 설명되기에는 복잡하다. 갖고 싶다는 이면에는 필요와 욕구 이외의 다른 감정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경쟁심이랄지, 보상심리랄지,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저 단순한 습관이랄지...... 우리는 이미 시장경제로부터 벗어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잃어버렸다. 주디스와 폴처럼 자발적으로 가난해지는 삶을 선택한다 해도 우리는 대형마트와 글로벌 기업으로 부터 벗어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한 개인이 시장경제체제를 거부하고도 이 사회에서 살아갈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건을 구매할 때 내가 선택하는 소비가 지구의 자원과 선진국의 최저인금 수준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인금을 받으며 물건을 생산한 제3세계 사람들에게 미칠 잠정적인 영향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봐야 한다고 주디스는 말한다.
어느모로 보나 소비를 떠나서는 생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일 때 주디스처럼 세상을 위해 소비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즉, 좀 더 책임있는 소비자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유기농산품을 사고,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그리고 소비를 줄이는 것.... 간단하지만 결코 쉽지않는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내면화 시킬 수 있다면 말만 앞서는 표면적 환경주의자가 아니라 좀더 공리적인 인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공리...’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그 속에서 득을 보는 인간들은 결코 원하지 않는 가치이지만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기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