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의 이별 - 슈베르머가 전 생에 걸쳐 실천한 재능 나눔, 무소유 이야기
하이데마리 슈베르머 지음, 장혜경 옮김 / 여성신문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소유와의 이별>의 저자 슈베르머는 대도시에서도 나누며 사는 공존의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4년 동안 집과 돈이 없는 삶을 살았다. 그렇다고 그녀가 노숙자가 된 것은 아니었고..... 그녀는 여행을 가거나 그 밖에 다른 일로 비는 집을 지켜며 살았다. 때로는 집주인이 여행을 다녀올 동안 남겨진 애완동물이나 식물들을 돌보기도 했고, 한 번은 집주인의 어머니를 돌보기도 했다. 또 그녀는 돈을 소유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가진 것을 나누며 도움을 주는 생활을 실험했다. 예를 들어 집에 선반을 다는데 도움을 받았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다른일, 설겆이를 하거나 책을 읽어주거나 하는 식으로 받은 도움을 돌려주는 것이다.

강자와 약자는 출발선이 다르다. 더 튼튼한 다리로, 더 좋은 신발을 신고, 더 앞에서 출발하는 강자들은 가끔은 죽을 힘을 다해 달리는 약자들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기도 하면서 더 열심히 달려보라고 그렇게 달려서 언제 고지에 달할꺼냐고 일장 훈계를 늘어놓기도 한다. 무한경쟁, 약육강식. 경제 시장의 원칙은 간단하다. 이런 사회에서는 공존할 수 없고, 개인의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슈베르머는 이런 사회를 거부하는 것이다. 악착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고, 나누고 도우면서 살라고 몸소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방적인 봉사가 아니라 나눔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받을 수 있는 것을 받는 것이다. 말그대로 서로돕는 것이다.

내가 이용하는 전철 4호선에서 가끔 마주치는 껌팔이가 있다. 그는 전동휠체어에 앉았는데 손도 얼굴도 비틀린 중증 장애인이다. 물론 발음도 정확하지 않은 지적 장애인이기도 하다. 불결해 뵈는 옷을 입고 꼬질꼬질한 얼굴을 한 그는 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한 괴성을 내며 껌을 흔들어 보인다. 꾸벅꾸벅 졸거나, 책을 보거나, 게임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은 껌을 사라고 울부짖는 그의 소리를 못듣거나 못들은 척 한다. 나는 가끔은 그에게 껌을 사기도 하고 가끔은 못본척 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제는 마침 <소유와의 이별>을 읽던 참이었기에 멀리서 부터 들리는 바람소리 같은 그의 소리에 껌을 살 준비를 했다. 느릿느릿 오는 그를 기다려 2천원을 내밀자 그는 비틀린 손으로 껌을 주고 천원짜리 두 장 중에 정확히 한 장만을 챙긴다. 나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어설픈 내 동정이 그의 비틀린 손 앞에서 부끄러워졌다. 천원을 챙긴 그는 비틀린 얼굴과 목으로 꾸벅 머리를 숙여보인다. 부끄러웠던 나는 그보다 더 깊이 머리를 숙였다.
딱 그만큼이라고 생각한다. 적절한 소유란..... 정해진 룰을 지키는 것, 껌 한통에 천 원짜리 한장. 내가 너보다 우월한 인간이니, 그정도의 도움을 달게 받으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와 내가 동등한 인간으로서 대접하고 대접받는 것... 그것이 바로 서로의 자유를 인정해 주고 존중해주는 삶을 사는 비결이 아닐까.


이 지상에 세울 나의 파라다이스는 다른 사람을 방해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는 사회, 공동체 내에서 스스로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행복한 개인들이 힘을 합쳐 만든 사회가 될 것이다(p.195). 
대안을 모색하기 보다 불평없이 희생하면서 비참한 기분에 빠져 있기가 더 쉽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새로운 인간’은 절대 희생하지 않는다. 새로운 인간은 자기가 하는 모든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똑같이 주고받으며 남과 조화롭게 살 뿐 아니라 자신과도 조화롭게 사는 사람이다(p.196).

왜 유독물질은 계속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인지, 굶어죽는 사람은 늘 넘쳐나는데 한쪽에서 명품을 사재기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정치인들은 왜 늘 한결같이 그모양인지.... 불합리한 세상의 진실 앞에 분노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