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엔젤리너스
이명희 지음 / 네오휴먼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자원봉사를 하게 해 진학하는데 가산점을 준다고 한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마치 학교에서 무슨 편법을 강요하는 것처럼 불쾌했다. 그렇게 하는 봉사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싶고, 인간적인 정까지도 학업하고 연계시키는 것 같아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바꿔 생각해보니 그렇게 강제적으로 하는 봉사라도 하고보면 아이에게 가산점 외에도 다른 어떤것이 남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경험하지 못한 것은 평생 알 수 없을 테지만, 경험했던 일은 평생 잊혀지지 않고 남아있을 테니까. 
내가 학교다닐 때는 자원봉사라고 하면 무척 거창하게 생각되었다. 물론 초.중.고 생활 중 한번도 봉사라는 걸 해 본 적없고, 대학 중에는 전시회장이나, 공연장에서 자원봉사를 해 본 기억은 있다. 그리고는 종교생활 중에 하는 봉사가 전부이다.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고 난 후에는 몸과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봉사보다 조금 더 손쉽고 생색도 나는 일정 금액을 매달 자동이체하는 기부를 꾸준히 하고 있으니, 나라는 사람은 자기 생각만 하며 사는 인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나 스스로 생색을 내고 있다. 연말정산시 가장 떳떳하게 청구하는 항목이라고 할까.... 
돈으로 하는 기부도 안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시간을 투자해야하고, 마음과 몸을 모두 요하는 한단계 높은 봉사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없어서, 나는 약해서, 나 살기도 바쁜데.... 등등의 안되는 이유를 갖다 붙이지만 그것은 어쩌면 진정한 나눔을 요하는 것에는 나눠줄 마음을 갖지 못한 편협한 내가 겉치장만을 번드르르하게 하고 있다는 증거일 지 모른다.

호모 엔젤리너스 Homo Angelinus. 인류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오부지가 착한 인류, 잘 먹고 잘 살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인류를 넘어, 나누고 살 줄 아는 멋진 날개 단 천사 같은 인류를 꿈꾸며 저자가 붙여 본 것이라고 한다. 
인류는 정말 모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달려왔다. 나 하나 잘나기 위해 옆사람쯤이야 넘어가든가 꼬부라지든가 관심없이...
자본이라는 것은 늘 강한자가 살아가기에는 충분한 조건이 되지만 약자에게는 건널수 없는 강과도 같다. 약자는 강자를 위한 디딤돌의 역활을 할 뿐이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지금, 한정된 자연자원도 고갈되어 가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간적인 도리도 고갈되어 가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우리가 서로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적기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내것, 우리것만을 고수하며 살기에는 모든것의 끝이 너무나도 뻔히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봉사를 하는 호모 엔젤리너스들의 이야기가 있다. 
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  자신도 장애인이면서 시각 장애인을 위해 책읽어주기 봉사를 하는 사람, 전혀 봉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문화를 후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 늘 부딪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더 알기 힘든 헌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제도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변호사 이야기.... 이 모두가 남이 시켜서가 아닌 호모 엔젤리너스들의 자발적인 봉사이다. 
나는 아이들이 강제로 학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는 봉사도 나름 남는 것이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마음을 접었는데, 이유는 봉사는 학습되기 때문이다. 봉사가 학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한 번 해보면 자꾸하게 되기 때문에 학습이다.봉사가 학습이 되고, 한 번 하면 자꾸 봉사하게 되는 이유는 호모 엔젤리너스들이 늘 하는 말인 바로 그것이다. 
"봉사는 남을 위한 배려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나는 책을 좋아하고, 목소리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책읽어주기 봉사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아마도 근사하게 해 낼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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