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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에 읽는 긍정의 한 줄 ㅣ 긍정의 한 줄
스티브 디거 지음, 키와 블란츠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밤 아홉시 반, 우리집에는 어떻게 하면 안 자볼까 꾀를 내는 아이와, 어떻게 하면 열시 전에 재워볼까 궁리하는 엄마가 있다.
아이를 살살 달래 동화책을 한권 들고 먼저 자리에 누워 기다리면 아이는 갖은 핑계를 대며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은 책읽는 소리에 쫓아와 두눈을 말똥말똥 굴린다. 그리고 이야기 한편이 끝나갈 무렵이면 아이는 어김없이 꿈나라에 빠져있다. 조금전까지 안자겠다고 갖은 수를 쓰던 잠든 아이의 모습은 천사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어쩌면 그렇게 잠드는 것이 순간인지....
순식간에 잠드는 아이와 달리 나는 잠이 들기까지 갖가지 생각 속에 빠진다. 아마도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잠드는 속도와 비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잠이 들기 전까지 책을 읽다가도, 책을 덮고 잠을 청하면 온갖 것들이 다 튀어나와 내 머릿속을 꽉 채운다.
나는 '극 소심녀'이다. 무엇인가 무지하게 억울한 일을 당해도 선뜻 나서서 사과를 받아낼 용기가 없어 울그락불그락 얼굴빛만 카멜레온마냥 바꾸어 대다가 좋은게 좋은거지... 말도 안되는 억지논리로 나 스스로를 달래고 마는.....그런날 잠자리에서 나는 맨정신으로 하지 못했던 말들을 상상속에서 쏟아대느라 엄청 말똥한 정신으로 새벽까지 눈을 굴리곤 한다.
또 어떤날은 돼지란 돼지는 다 나와 내 상상 속에서 널을 뛴다. 이렇게 정신없이 돼지들이 널뛰는 상상을 하면 그 상상이 꿈으로 이어져 내 꿈속이 온갖 돼지로 치장되지 않을까 하는 반쯤은 믿지도 않는 그런 생각들로 채우기도 하고, 또 어떤날은 그닥 크게 잘못한것도 아닌데 '내가 왜이럴까' 자책에 빠져 잠든 남편에게로, 아이에게로 종종 걸음으로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나름 고단한 내 하루가 스르르 잠 속에 녹아들고 자는건지 마는건지 모르겠는 무엇인가 불편한 선잠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맞는 찌뿌둥한 아침.........
내가 좋아하는 사회심리학과 최순영 교수는 잠자리에서 온갖것들을 향해 이를 갈지 말고, 하루중 있었던 일 중, 감사할 일 세가지만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그게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렵다. 감사할 일 보다는 억울한 일이 먼저 떠오르고, 억울해 하다보면 감사쯤은 개눈감추듯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이 예쁜 책 한권을 만났다. <잠들기 전에 읽는 긍정의 한줄>
이 책은 처세술로 빼곡한 자기계발서는 아니다. 그저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는 생각거리라고 할까.
세상살이를 하다 보면 잠들기 전의 시간은 평온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어쩌면 후회와 근심이 있는 시간이기도 한 잠들기 전의 찰라에, 막연한 불안과 불평을 대신할 긍정적인 생각거리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 내 삶을 윤택하게 하는 건 바로 나', '누구나 도움이 필요하다', '베푸는 삶'........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날마다 한 챕터씩 읽을 수 있게 편집되어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든, 잠자리 한켠에 두고 밤마다 한 챕터씩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꼭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일은 꼭 하지 않게 된다. 긍적적인 생각만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부정적인 생각을 더 떠오르게 한다. 어떤 개념을 떠나 그냥 습관처럼 한 날 한 이야기를 읽고 눈을 감으면 그것이 줄기를 타고 내 생각들을 정리하게 한다. 그것은 원망도 아니고 불평도 아니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나를 느낀다.
이 느낌이 꼭 긍정적이라거나 할 수는 없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그리고 그 불편하지 않음은 나를 평안한 잠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그리고 맞는 아침은 단 한마디 뿐 다른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기분 좋은 아침!'
몇권을 주문해 가까운 지인들에게 새해 선물을 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