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가기 - 진정한 자유로 나아가는 가장 현명한 선택
미리암 메켈 지음, 김혜경 옮김 / 로그인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결혼 기념일 이었다.
모처럼 쾌적한 가족레스토랑에서의 여유롭고 낭만적인 식사. 그윽하고 부드러운 남편의 눈빛. 너를 만나 행복하다고 속삭여주는 달콤한 목소리. 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나는 남편이 식사시간엔 제발 휴대폰을 꺼주길 바랄뿐.

매일 아침 나는 서평등록을 하기 위해 혹은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컴퓨터를 연다. 사나흘에 한번꼴로 메일을 살펴보면 서른통 이상의 메일이 쌓여있다. 그러나 정말 내가 읽어야 할 메일은 열통이 채 되지 않는다. 사이트를 가입할 때 늘 '메일수신거부'를 신청하건만 어찌 그리도 정확히 광고메일은 나를 찾아온단 말인가. 내가 나 인줄은 알고 오는 것일까.

지하철을 좋아한다. 이유는 단 하나. 원하는 곳까지 책을 읽꺼나 혹은 졸며 갈 수 있다는 매력때문에.
어느날, 책을 읽다 꾸벅꾸벅 졸아버린 나는 옆자리에 앉은 여자의 끊임없는 통화때문에 나의 '졸'수 있는 권리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지만 도끼눈을 뜨는 것 말고는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을 느껴야했다.

시간을 벌어주고, 이동을 자유롭게 해주고, 사무실에서 놓여나게 해주기 위해 생겨난 기능들, 즉 휴대폰이나 휴대가능한 인터넷 장비들, mp3 등은 인간을 거꾸로 억매는 도구가 되고 있다. 사생활과 직업생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더 빠른 더 편리한 세계가 인간을 부속품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느리게 가기'를 정말 느리게 여유를 느끼며 강바람처럼 읽고 싶었다.
창틀밖으로 보이는 나무그늘 아래서의 여유로운 독서.... 나의 꿈.. 나의 행복한 시간..
그러나 그건 진정 꿈이다.
그러기에 나는 너무 바쁘다. 뭔가 유능한 사람인것처럼 보이기 위해 바쁘다.
나는 절대 한가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주변에 보여주기 위해 나는 바쁘다.
숨가쁘게 디지털에 대해, 멀티태스킹에 대해, 더 빨리 더 많이 소화하기 위해 바쁘다.
그렇지만 진정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은 여유로운 삶이다.
열려있는 휴대폰에 항상 대기상태인 나를 원하지는 않는것이다. 네트워크 시대의 한 부속품으로 내 삶을 끝내고 싶지는 않다.

스위치를 끄고,
가끔은 사적인 생활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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