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세번째 읽는 책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내용이 전혀 기억나질 않았다. 베로니카라는 여자가 죽을 결심을 했다는 것 말고는....
밑줄까지 그으며 읽었던 흔적과 두번이나 읽었던 기억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몇번의 전신마취 덕에 머리가 정말 나빠진 것인지.... 
세번째 읽었는데도 내용이 참 새로웠다.
모든 책은 반복 읽기를 할때마다 새로운 것을 느낄 수 밖에 없나보다. 영화가 그렇듯이. 

젊고 예쁘고 탄탄한 직업도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남자를 마음대로 유혹할 수 도 있는 베로니카는 죽기로 결심했다.
그날이 그날인 삶에서 어떠한 매력도 발견할 수가 없었으므로!
정상적이라고 대부분의 인간들이 규정해 놓은 원에서 이탈하길 바랬던 베로니카는 이탈할 용기가 없어 차라리 죽기로 한것이다.
차라리 죽을 결심도 하지 않고 정상의 범주에 안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가기로 한 것. 그것을 오히려 용기있는 결단이라고 봐야할 지도 모르겠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타인의 평가에 온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갓난 아기가 자기 자신의 본능대로만 행동하는 것 같아도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갓난 아이는 살기위해 엄마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엄마가 원하는 행동을 해야만 목숨을 부지 할 수 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습득된 ’타인의 눈에드는 행동하기’는 아이가 커갈수록 넓어져 가는 인간관계에서 더더욱 중요한 생존력이 된다.
정상이라는 것은 ’타인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 행동하기’ 이다. 남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기 위해 내 욕망을 죽여야 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그것을 조금이라도 벗어나 내 눈에 거슬리는 행동하는 누군가를 발견할때 우리는 조금도 서슴지 않고 "저 인간 미쳤어!"라고 규정하게 된다.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타인의 시선. 미쳤다는 말을 듣는 것.....

관계속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은 남들의 평가를 무시하며 유아독존으로 살기에는 너무도 약한 존재이다.
관계를 놓치고 싶지않은 불안은 내 욕망에, 내 의지에 반하는 행동일지라도 남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 행동을 선택하게 한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남의 눈에 합당한 내가 될 것이냐. 내가 원하는 온전한 내가 될 것이냐.
타인과의 관계를 놓고 내 세계에게만 충실해질 때 ’미쳤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어느정도의 위장술이 필요한 것이다. 미치되 미치지 않은척하는 기술... 동조하며 내 길을 가는 고도의 테크닉.

어쨌든 베로니카는 우여곡절 끝에 죽지 못했으나 내일은 죽을 지도 모른다는 결론 속에서 하루하루의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더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더이상 다른사람의 시선과 판단 속에서 허우적대지 않으며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여길줄 아는 존재가 된다. 흔히 말하는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심정이 된다.
사실 우리는 모두 오늘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위태한 삶을 살고 있다.
단지 누군가 "넌 오늘 죽게 될꺼란"말을 해주지 않았을 뿐.
자살을 시도했던 후유증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는 베로니카와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곧 죽게될 우리와의 다른점은 그것이 시한부인가 아닌가의 차이뿐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엄청나다.

이쯤에서 나는 내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한 인생을 살고 있나 생각해본다.
나는 내가 보는 내 자신이 아닌 남이 보는 나를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하고싶지 않지만 해야하는 것들을 위해 얼마남지 않은 시간들을 소비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당장 변할 수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변해버린다면 내가 짊어져야할 타인의 판단들의 무게가 무섭기 때문이다.
외롭고 나약한 나는 도저히 나혼자서 나를 짊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베로니카처럼 죽을 결심을 할 용기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살아가야 하는 걸까. 그렇게 살다 죽는것도 한 방법이겠지.
그렇지만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있는 나를 느낀다.
타인과의 관계보다 나와의 관계에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내가 원하는 내가 되기.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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