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원의 육체산업 - AV 시장을 해부하다
이노우에 세쓰코 지음, 임경화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일본AV를 본 적이 있다.
왜? 여자가 그런것을 보았느냐고...?
이 책의 설문조사에서 AV를 보았다고 응답한 대부분의 여자들 처럼 남편이나 애인의 강요나 권의에 의해서 보았던 것은 아니였다. 그냥 호기심이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인가.
충격이였다. 남자들이 이런것을 보고 자위를 한다는 것이 우스웠다는 이 책의 응답자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였다. 내 느낌은, 세상은 요지경.... 이런것이 존재한다는 것에 그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고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 무서웠다.
이것이 연기일까 하는 의문도 있었고, 이런류의 장면을 찍는 여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내 느낌을 표현하자면... ’말세야!’

사실 이 책은 돈주고 사서 구입한 것은 아니다. 어느 인터넷 서평싸이트에서 당첨이 되어 척 떠안겨온 책이였다.
책이 도착되고도 몇일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약속은 소중한 것. 쓰겠다고 신청했으니 온 책을 호기심에서 보고싶었으나, 나는 우아한 여자로 이런류는 읽을 수 없다고 위악을 떤다해서 내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므로. 

책을 펼치고는 또 한번 놀랐다. 작가가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인권에 대한 책을 이미 여러권 낸 중견 프리 라이터이다. 브라보!

대부분의 AV필름들은 남성위주의 상품들이다.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들을 보여주는 남자들의 로망이란다. 유독 일본 AV들은 강제나 폭력이 많다고 한다. 아마도 억눌린 남성들의 몽상을 풀어주는 대변자역활을 하고 있나보다. 
이 책의 설문조사에 응답했던 많은 남성들이 폭력적인 섹스장면에 대해 연기이고, 여배우가 용인하는 것들이니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답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작가는 성욕이 본능만이 아니라 자라오면서 체득한 것이라고 본다면 폭력적인 섹스는 그 사회가 용인한 문화의 문제라고 한다.
그것은 쉽게 AV를 접할 수 있는 많은 어린 남자들이 혹은 여자들이 성이란 본시 그런것이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은 문제는 아닐것이다.
또, AV배우들의 인권 문제가 있겠다.
인권을 논하겠다면, ’안하면 그만 아냐’ 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할 것이다. 그것은 AV를 즐기는 남자들이나 그런류에 혐오감을 들어내는 여자들이나 쉽게 하는 말일 수 있겠다. 나 역시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독 AV배우들 중에 성장기에 성폭행의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 많다고 한다. 이미 자존감에 수없이 상처를 입은 그들이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선택한 길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개중에는 그일이 좋아 자청하는 여자들도 있겠으나 떳떳히 내놓을 수 없는 직업이고 보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은 배우는 극소수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음지의 AV를 양지로 끌어올리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자는 이야기 일수도 있다.
성이란 본시 음지에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무엇이든 양성화 하고 보면 별 것 아닐 수 있다.
감추고 가리는 사이, 부정이라는 것이 부패라는 것이 만연하지 않던가.

인간은 두부류로 나뉠 수 있다. AV를 본 사람과 안 본 사람.
두 부류 모두 한번쯤은 읽어보았으면 싶은 책이다. 즐기는 사람은 말초적인 느낌만을 추구했다면 한번쯤은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할 것이다.
혐오했던 사람은 문제의 본질을 알고 혐오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지나친 혐오는 자신의 내면에 문제일 수도 있다. 



AV를 용인해서 이상한 나라가 아니라, 자꾸만 감추려고 하는 나라가 오히려 이상한 상상이 가득한 이상한 나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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