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아프리카
권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가벼운 소설하나 쓱싹~ 읽어치우고 싶었다.
절대, 결단코, 쓱싹~ 읽어치움이 불가능한 가벼운 이야기.
깊은 이해가 필요했느냐고? 작가의 의도를 알아차리기에 그저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절망감뿐. ㅡ.ㅡ;

’39개국의 여행 끝에 완성한 스무살의 성장통’ 이라더니......
11개월 만에 39개국을 여행하느라 도저히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집중을 못하니 이해가 힘들었고, 이해는 커녕 일해도 못하고 있으니 공감이 어려웠다. 이래서야 원 가벼운 소설하나 쓱싹~은커녕 머리가 점점 쑤셔오고 내겐 너무 버거워를 연발할 뿐...
거기다 스무살의 성장통을 느껴주기엔 내 심장이 너무 늙어버린건 아닐까 하는 자괴감까지...............

그저 시작이 꽤 매력적이 었음을 기억한다.
오홋~ 우연히 읽게된 괜찮은 작품 하나를 예감하게 해준 
’유석은 현실 인식이 부족했으며 무척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좋게 말하면 감정이입의 천재였고 나쁘게 말하면 ’이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Free Child....... 자유를 사랑하고 그렇기 때문에 겁이 많고, 감정표현이 풍부하고 충동적이며 호기심이 많고, 그래서 당근 섹시한 FC형 인간.... 바로 내 스타일(내가 추구하는 인간군이 아닌 내 실제에 가까운) 과 닮은 주인공 유석의 모습 때문이였다. 이 지루하고 어려운 가벼운 이야기를 손에서 놓지 못한것은....

가끔은 아, 여행만이 나의 꿈이였어.. 내 꿈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바티칸의 시스티나성당이나 비둘기 똥으로 가득찼다는 산 마르코 광장, 붙임성 좋은 진짜 터키인을 만날수 있다는 이스탄불이나 나의 로망 산티아고.....
가끔은 작가의 탁월한 언어감각도 매력적이었다.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유작인 빈 캔버스 <눈오는 아프리카>가 그렇고. 예술가를 조루증 환자에 비교한다거나 기억은 잊을수 있지만 영감은 사라지지 않는 다거나......

어렸을적, 우리 가족은 비교적 여행을 많이 다녔다.
장기간 해외여행을 하거나의 경험은 없지만 주말의 짧은 여행이라던가, 여름휴가, 혹은 단풍여행...... 매번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는 원인모를 슬픔을 맛보았던 기억이 있다. 거꾸로 누워 차창으로 비껴가는 플라타너스를 보면 삐죽 눈물이 났다.
현실로의 귀환이 주는 슬픔을 그 어렸던 날부터 알아버렸던가 보다.
11일만의 귀로든, 11개월만의 귀국이든... ’돌아왔을때의 외면적 상태’는 변함이 없다. 대통령이 어떻고 경제가 어떻고 엄친아가 어떻고 신상이 어떻고........
그래서 떠나는가 보다. 돌았을때의 변함없는 상태를 확인하려고.


인내가 필요해. 여행이든 독서든. 
확 뒤집어 엎고 싶다거나 확 돌아서 버리고 싶을 때, 한번쯤 인내해 보렴.
왜 참아야 하느냐고?
외적인 상태는 변하지 않지만 틀림없이 내 속 어딘가는 틀어지거나 바로잡혀 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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