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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좀 도와줘 - 노무현 고백 에세이
노무현 지음 / 새터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뭐라고 해야할까. 주말 오전에 그 황망한 소식을.
누구도 예상 못했고, 실제 상황이란 것도 믿을 수 없는 그 꿈만 같던 주말.
여기저기 인터넷 기사들을 들쑤시며 이럴수가 이럴수가... 눈물만 났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는 적잖이 실망도 했다. 그리고 그사이 나는 내가 노사모였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럴수는 없다. 이렇게 가셔서는 안되는 거다....
멍하니 앉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가 나는 문득 그분에 대한 책한권 읽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4년 마흔아홉에 그가 직접 쓴 책이다.
’제 후원회 전화번호’라는 꼭지를 보면 그가 이 책을 왜 썼는지에 대해 적고 있다. 변변한 줄 하나 없는 그가 정치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여기저기 나 좀 후원해달라고 사정하다 못해 돈 좀 벌어 볼까 하고 이 책을 썼다는 것이다.
그 시절 이 책 한권 사는게 그에게 큰 도움이었텐데..... 이제서 무슨 도움이 될까....
나는 그분을 믿는다.
적어도 권력을 향해, 내 한몸의 일신을 위해 하룻밤사이에 변절하는 역사는 갖지 않았던 사람임으로.
소신이 너무 곧아 부러질 망정 휘지는 않았던 분으로 믿는다.
좀더 말을 아꼈더라면, 한때 그분에게 했던 실망이 없었을까......
한 국가의 수장이었던 분의 죽음 앞에 국민의 세금 1원도 쓸 수 없다고 했다던가...
자살은 자살 일뿐 서거일 수 없다고 했다던가....
그의 죽음은 그의 탓이라고 했다던가....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던가....
우리민족은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냄비근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언제 끓어 넘칠 지 알 수 없는 냄비들임으로 국민들을 잠재적 폭도로 규정하는가.
누구보다 ’냄비근성’이란 말에 열폭하는 나이지만 나 또한 어쩔수 없는 냄비인가보다.
신념을 위해 진실되게 살고자 했던 분의 죽음앞에 그때 그때 달라지는 원칙을 내세우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내 안에 원칙이 있지 않고 내가 중심이 된 원칙을 내세울때 세상은 무서워진다.
나를 재는 자와 나와 다른 사람을 잴 때의 자가 다를 때 세상은 광폭해진다. 그것은 원칙이 아니라 반칙이다.
이성적이고 따박따박 따져가며 앞뒤 재가며 제 할말 다 하는 눈치없이 똑똑한 그네들은 참 좋겠다....... 이성과 감성의 획을 분명하게 그을 줄 알아서. 공정과 편파를 확실하게 제 입맛에 맞게 구분할 줄 알아서.
이제와서 시해네 어쩌네 말도 많지만... 근본적으로 무엇을 믿고 누구를 믿는단 말인가.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너도 나도 눈시울 붉히며 말하는 그분의 인간미에 대해 흠뻑 취하고 싶다면 <여보 나 좀 도와줘>읽어라.
타인에 비친 노무현이 아닌 노무현의 시각에서 보는 과장되지 않은 노무현의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