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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못이 아니야, 나탈리! ㅣ 어린이작가정신 저학년문고 3
질 티보 지음, 이정주 옮김, 마리 클로드 파브로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얇고 얇은 책을 십오분에 걸쳐 읽으며 그토록 눈물이 흘렸고 그토록 가슴이 떨렸을 수 있었을까.
나는 '탁'소리가 나게 책을 덮어 침대 밑에 처박아 버렸다. 다시는 읽고 싶지 않았고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감추어 버리고 싶었다.
나에게 딸이 없으니 나는 안심이라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았다. 나에게는 아들이 있다. ..
아들은 언젠가 자라서 남자가 될 것이다. 나는 그 아들에게 이따위 책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 누구보다 맑고 밝은 내 아들....
딸보다는 아들을 잘 키워야 이세상에 '성'에 의해 행해지는 죄악이 없으리라는 생각은 딸갖은 부모 못지않게 크다. 그러나 나는 가끔 성추행범이나 기상천외한 인간같지 않은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하라는 여성단체들의 시위를 볼때 가슴이 떨린다.
내가 무슨 인권주의자거나 그런것도 아닌데. 나는 그 범죄 당사자의 인권보다 그 가족의 인권에 가슴이 아프다. 얼굴도 모르는 그의 어미되는 이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그런 범죄자의 엄마도 똑같은 인간이니 그런대접은 받아 싸다고 몰아붙일수 있을까..?
아.. 얘기가 비약되었다.
부모, 어미라는 이름은 내 자식은 어느 누구보다 순수하고 맑고 밝은 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자의 이름일 것이다.
'네 잘못이 아니야, 나탈리!'를 읽고 세상에 어떻게 이럴수가 하는 절절한 가슴 아픔이 아니라... 주위에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이런 끔찍한 일을 이렇게 간단히 이렇게 아프게도 표현할 수 있다는 데에 가슴이 떨렸다.
조심스럽게 침대 밑에 처박혀 있던 책에 먼지를 털고 아들 책장에 꼽아주었다.
아직은 이 책의 의미를 모를것이다. 그것은 내 아들이 순수하고 맑아서가 아니고 정말 순전하게 아직은 어린애이므로..
그러나 멀지않은 내일 내 아들은 이 책의 의미를 읽을 것이다.
나는 내 아들이 남자라는 이름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주는 사람이 되지 않길 바라는 어미다.
내 아들은 그렇게 자랄 것이다.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고 존중할 줄 아는 그런 인격체가 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