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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잘못일까요? - 엄마, 아빠의 불화가 나 때문일까 고민하는 아이를 위한 책, 유아를 위한 생활동화 속속들이 시리즈 05
제니퍼 무어-말리노스 글, 마르타 파브레가 그림, 이경희 옮김, 이루다 도움글 / 예꿈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내 아이에 읽히고 싶은 이유.
1. 엄마 아빠도 싸운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2. 그렇지만 그건 너때문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
3. 생각이 다르면 서로 싸우기도 한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
4. 싸운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5. 때로는 떨어져 있는 것도 사랑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6. 싸움은 서로의 문제이지 결코 누구 때문이 아니라는 걸 절대절대 강조하고 싶어서
내 남편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허구헌날 조금만 거슬리면 소리를 꽥꽥 질러대는 나로서는 아이 앞에서만 성인군자인 내 남편이 죽이고 싶게 밉다.
나한테 좀 그렇게 자상해보라지~(내 안의 성인아이는 질투의 화신이 된다)
어느날 나는 작정하고 남편에게 따졌다. 도대체 아이가 잘못한 일도 엄하게(소리지르기와 엄하게 다루기 구별도 못하는 나 ㅡ.ㅡ)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남편을 달달 볶았다.
남편 왈,
아이가 세살이나 되었을 무렵 샤워를 시키다가 밖에서 꽥꽥대는 나를 향해 소리를 꽥 질렀단다.
그때 본 아이의 눈빛...... 울듯울듯 하면서 애처롭게 웃던.......을 잊을 수가 없단다.
생각해보시라
세살이 겨우 된 아이의 공포에 질린 웃음을.......
아이가 지금은 아홉살이 되었다.
얼마전 밤 크게 싸움이 났다 남편과
발단은 아이이야기 였다.
나는 안방문을 꼭 닫고 내나름 조용조용 말했는데 그것은 내 생각일 뿐이다.
남편도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거의 발악 수준으로 다투고 남편은 현관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나가버렸다. 현관문을 꽝 닫는 소리를 제 방에 들어가 방문을 닫고 있는 내 아이도 들었을것이다.
나는 안방에서 한참을 울다가 퍼뜩 아이생각에 아이방으로 갔다.
방문은 잠겨있고.... 아무리 두들겨도 열리지 않았다.
베란다를 통해 겨우 아이방에 들어가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제정신이 들었다.
아이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쓰고 울다가 잠들어 있었다.........
이 책이 배송된 날 아이가 먼저 읽고 그다음 내가 읽고 아무렇지도 않게 난 아이에게 물었다.
너도 이런적 있어....?
있지..
어땠어 그때?
내가 잘못했으니까 엄마 아빠가 싸웠지.... 그래서 무서웠지.... 다음날도 다음날도 엄마도 아빠도 무서웠어. 그런데 그 다음날 서로 사과하고 풀려서 내가 다시 행복해졌지...
나는 아홉살 내 아이 앞에 할 말이 없다.
키가 훌쩍 내 목까지 커버린 아이인데도 엄마 아빠의 싸움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을 한다.
혹시라도 자기때문에 우리가 불행해져 버릴까봐.......
나는 다시 아이에게 설명한다.
봐... 이거 애들 그림책인거 같아도 너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어.
너 알지? 네 잘 못 아닌거?
응 알아.. 그리고 우린 행복하잖아...
아이가 네살이든 아홉살이든 열세살이든..
엄마 아빠의 싸움으로 불안한 아이가 있다면 이 그림책 권해주고 싶다.
아이도 엄마도 많이 생각하게 될 책이니까...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건 있지... 너를 생각하지 못한 내 잘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