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역의 달은 서쪽으로 흘러간다 - 세계문화예술기행 2
김영현 지음 / 학고재 / 1996년 11월
평점 :
품절


참 옛날 책이다.

작은 판형에 종이에서도 오래 된 책냄새가 난다. 요즘 나오는 여행책들에서 느껴지는 기름기와 자기 자랑, 마구 찍어 댄 엽서같은 사진들이 아니라, 힘들게 여행하고, 깊은 숨을 마시며 스스로를 성찰하고, 적절한 호흡으로 풍경을 보여준다.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하고 천천히 읽으면서 작가가 10년 전에 고생하며 몸으로 걸어간 길들이 느껴지는 듯했다. 타 본 사람은 안다. 시골길을 10여 시간씩, 길의 요철을 온몸으로 느끼며 달리는 사람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건조해 지는지. 지금은 아마도 잘 포장된 길에, 관광 버스가 더 많이 더 빨리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으리라.

가지 않은 길들은 모두 아름답다. 더욱이 이름만 들어도 왠지 가슴이 설레는 실크로드 아니던가. 오래 전, 사막 언저리, 실크로드 언저리에서 끝난 몽고 방문에서 돌아오면서, 언젠간 나도 실크로드와 차마고도를 순례자 같은 마음으로 천천히 걸을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 물었더랬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 주는 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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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몰입도 65%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 그런지, 매끄럽거나 세련된 감은 없지만 솔직하고 담백한 느낌이 나는 소설이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방황하는 청춘을 거쳐, 안정된 중년(?)에 이르러 비로소 혼자 몸으로 힘들게 자기만 쳐다보며 한 몸 바쳐 희생한 어머니를 생각하게 되지만, 어머니는 두번째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만다. 며느리와 아내로서의 삶은 자의반 타의반 포기하게 되고, 어머니로서의 삶에 전심전력을 다한 어머니의 몸과 마음은 어느새 암세포가 온 몸에 퍼져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는 지경이 된 것.

처음부터 끝까지 마이 페이스인 아버지야 그렇다 치고, 자기도 그에 못지 않은 마이 페이스인 주인공의 모습은 답답하면서도, 어딘지 공감이 가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정신 못 차리고, 타고난 게으름에 '엄니'의 등골을 빼먹고 사는 것은, 게으른 남자들의 어찌 할 수 없는 유전자인가. 꼭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아버지가 나오는 소설이나 영화에 유난히 약해 '눈물콧물' 빼고 뻘쭘해 하는 나이지만, 이번 책에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강요하는 듯한 광고 문구에 대한 반감일 수도 있고, 너무 뻔하고 통속적으로 느껴질 정도인 결말이라 그랬을 수도 있다. 어쩌면 아까 말한 것처럼 답답한 나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비쳐져서 눈물을 흘리는 것조차 뻔뻔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 됐건, 기댈 수 있는 부모님이 고향에 살아계시다는 게 언제까지나 지속되는 현재일 수 없다는 것. 그 '언젠가'가 지금 바로 올 수도 있다는 것. 당장 이번 주말,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좀 더 다정하게 전화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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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 It Up! 1 - 만화로 보는 재즈역사 100년
남무성 지음 / 고려원북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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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재즈의 역사는 곧 뮤지션의 역사다. '

저자의 주장에 맞춰, 그가 짚어주는 재즈의 탄생과 변화 과정, 그리고 그 100년의 역사를 만들어 온 대표적인 뮤지션들의 면면을 살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00년의 흐름을 한 눈에, 그리고 지겹지 않게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역시, 만화로 된 책의 장점이자,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한 저자의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름 대표적인 명반들을 많이 들었다고 생각해 왔는데, 미처 못 들었던 앨범이나 자세히 모르는 뮤지션들이 나오기도 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앨범이나 좋아하는 뮤지션의 이야기가 나올 때면 무척이나 반갑기도 했다.

재즈에 관심 있는 입문자나, 좋아는 하지만 나처럼 편식 중인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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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버스
존 고든 지음, 유영만.이수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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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근에 새로 나오는 책들은 거의 자기 계발서 아니면 재테크 강의, 성공 지침서... 머 이런 류의 책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다들 사는 게 각박하고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된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는 증거겠지. 특히나 이런 우화식 자기 계발서는 직장인들에게 피로회복제로 먹는 박카스와 같은 존재는 아닐지. 지치고 힘들 때 읽고 잠깐 힘을 내게 해주는 기분 전환제 같은 것.

이런 책을 읽고 느낀 가르침으로 의지 충만, 꾸준한 실천으로 성공을 거머 쥔다면 피로 회복제가 아닌 보약이 되겠지만, 인생사 그렇게 우화처럼 쉽게 풀린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먹고 기분 전환이 된다면 일단은 그걸로 제 역할을 다 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들이 계속 나오고, 그 속에서도 나름 옥석이 있는 것은, 박카스나 비타500 아닌 비슷한 짝퉁들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일 터.

마지막으로, 사회 생활을 하기 전의 젊은 사람들은 이런 책을 너무 많이(?) 읽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런 식의 우화를 읽고 잠깐의 기분 전환이 필요한 시기는 아직 아닐테니 말이다. 오히려 지치지 않을 심신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 더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다. 두고두고 힘이 될 보약같은 책이 훨씬 더 많지 않은가.

각설하고, 일단 퇴근길에 재미있게 읽고, 읽고 나서 나도 에너지 CEO 정도는 아니더라도 하루에 한 번쯤은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짓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으니, 이 정도면 약값, 아니 책값은 충분히 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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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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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몰입도 80%.

'사신 치바'에 이어 두번째 읽은 그의 소설.

쉽게 읽히고 나름대로 개성있는 캐릭터와 섬세한 구성이 깔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왠지 '대단하다'고 말하기는 꺼려지는 이 기분은...

성급한 판단일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어쩌면, 그의 소설을 캐릭터와 구성을 마지막에 하나로 맞추는 큐빅 같은 퍼즐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런 강박이 있는 건 아니겠지? 머, 단 두 편을 읽고 난 느낌이니 성급하다는 게 맞겠다만...

이 책에서 가장 강하게 남은 이미지라면 표지의 그림도 그림이겠지만, 음악이라고 해야할 듯 싶다. 이 책에 나오는 뮤지션들과 노래는 나름대로 세심하게 배려한 듯. Here comes the sun 이나 Lush Life, 밥 딜런도 그렇지만, 잊혀지지 않을 이미지는 키스 자렛의 앨범을 들으며 신을 '해체'하는 장면. 아마도 '쾰른 콘서트' 앨범이라고 생각되는데, 곡 중간중간에 나오는 그의 흐느낌 같은 추임새(?)를 들으며 소위 '해체' 작업을 하는 모습이 상상되면서 오싹하게 강렬한 이미지로 남았다. 뭐, It's all r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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