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 세트 - 전13권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요코야마 미쓰테루 그림,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몰입도 95%

한때 혹은 아직도 거실에 있는 책장에 한질씩 꽂혀 있는 대망 시리즈가 만화로 나오다니. 소설이 20권인데 만화책으로 13권이니 그래도 분량은 많이 줄어든 셈. 너무도 길면서 비슷비슷한 이름들과 남자들은 남자들대로,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모두 같은 얼굴을 가진 작가의 특성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가면서 읽어야 하지만, 한 번 책을 잡으면 쉽게 놓을 수가 없다.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이어지는, 일본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도쿠가와 막부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엮은 책이다. 역사소설로서의 재미도 재미려니와 '울지 않는 새는~'으로 시작되는, 누구나 다 알만한 세 영웅이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자기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니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모두 오다 노부나가가 가장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고 생각하며, 그가 조금만 더 오래 살아 일본을 통일했다면, 과연 현재의 일본은 어떤 모습이 되었까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단순한 궁금함에 더해 애석함(일본인의 입장)과 다행스러움(나의 개인적인 입장) 이라는 상반된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삼국지에 여성이 비중 있게 다뤄진 기억이 없고, 가족의 모습이 심도 있게 다뤄진 기억이 없는 것과 비교해 보면 이 책 '대망' 혹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는 전국시대라는 혼란의 시기와 그로 인해 황폐해져 피폐한 삶 속에서 여성과 가정이 얼마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그리고 역시 역사는 영웅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점은 평화에 대한 도쿠가와의 열정이 강조되는 만큼, 그러한 이상을 위한 희생은 어쩔 수 없는 희생이 되고, 미화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많은 여자들이 아이들이, 그리고 가신들이 목숨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평화를 위한, 이상을 위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고귀한 희생으로 미화된다.  평화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면서 더 많은 희생을 낳는 역설이 도쿠가와의 후손들에 의해 현대에 다시 한번 되풀이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무서운, 이중적인 교훈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읽으면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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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황가는 길
정찬주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에머슨은 "그가 하루종일 생각하고 있는 것, 그 자체가 그 사람이다"라고 말했다지. 김영현의 '서역의 달은 서쪽으로 흐른다'에 이어 실크로드 기행문을 벌써 두번째 읽었으니, 내 머리 속에 실크로드와 돈황의 그림자가 꽤나 깊게 드리워져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 최근에 본 차마고도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본 그 황량하고 낯선 풍경들 때문에, 어딘지 멀리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은 나의 깊은 욕구가 자극을 받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선 이 먼 곳, 돈황에 벌써 세 번씩이나 다녀온 자칭 '나그네'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앞서 읽은 책은 사진 한 장 없는, 얇고 작은 오래 된 책으로 정감이 가는 면이 있었다면, 이번 책은 컬러 화보에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 역력하다. 한시와 불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가는 곳마다 그곳에 얽힌 일화와 고사성어를 풀어 주니 친절한 사진과 더불어 보는 재미가 있다.

나그네의 넋두리와 말투가 왠지 어색하게 느껴 지는 건 그저 세대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해 두자. 돈황의 막고굴에서 발견한 조우관을 쓴 삼국인의 모습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까지 알게 해 주었으니, 기행문으로서는 나름의 역할을 다 한 것 아닌가. 나머지는 지은이의 말대로 직접 가서 보고 느낄, 본인에게 남겨진 몫인 것.

그래도 당분간은 기행문이나 여행 서적은 보지 않는 게 좋겠다. 봄이 다가오면 올수록 점점 내 안의 역마살이 풀려날 것만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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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감독
에비사와 야스히사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몰입도 99%

'일본 스포츠 문학의 금자탑'이라는 문구가 약간 낯간지럽긴 하지만, 그래도 스.포.츠.라고 명확히 한계를 짓고 말하는 것이기에 인정.

설 연휴 중간에 읽은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할만큼,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 어렵다. 그만큼 쉽고 재미있게 잘 읽힌다.

야구에 관한 소설이라면 얼마 전 읽은 '삼미슈퍼~'가 거의 유일하고 만화라면 어릴 적 읽은 독고탁의 마구인 더스트볼과 아리랑볼, 비장미 넘치는 공포의 외인구단, 청춘과 사랑이 더 중요했던 H2, 그리고 최근에 읽기 시작한, 사회인 야구를 다룬 퍼펙트 게임 정도가 전부인 현실에서 본격적으로 야구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리고 빠른 편집과 장면 전환으로 영화 같은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슬램 덩크에 가까운 소설이다. 아니, 슬램 덩크가 나오기 훨씬 이전에 나온 소설이니 슬램 덩크의 재미가 이 소설의 재미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오래 전에 씌여졌다고 해도 그 재미는 전혀 바래거나 줄어들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스토리가 약간 일본틱하게 전개된다는 점이 약점일 수도 있으나, 진부한 해피 엔딩과 감동이 아닌 열린 결말이라는 점이 더욱 깔끔하게 느껴진다.

아무튼, V9의 황금기 교진의 전설같은 선수들이나 그밖의 유명한 선수들의 모습도 생생하며, 야구를 생각하면서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스포츠를 좋아하는, 특히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강추다. '야구는 정말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다' 라는 주인공의 주장에 새삼 동감하게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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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 신전의 그림자] 서평단 알림
토트 신전의 그림자
미하엘 파인코퍼 지음, 배수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몰입도 75%

이집트, 피라미드, 살인마 잭, 비밀 결사, 영국 왕실, 봉인된 비밀의 힘... 팩션에 필요한 흥미 요소는 모두 모였다. 남은 것은 얼마나 재미있게, 그럴 듯하게 이들을 엮어서 이야기를 꾸려 나가느냐 하는 것.

숨겨진 보물이나 전설의 무기, 최강의 힘을 찾는 모험은 어찌 보면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 아닐까. 그래서 일찌기 헐리우드에서도 인디애나 존스 이후로 액션 어드벤쳐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고, 영화, 소설, 게임 등 다양한 소스로 이러한 장르가 계속 사랑받고 있지 않은가. 요즘 유행하는 팩션이라는 것도 사실 그것이 성배이든, 절대 반지이든, 호박방이든 사라진 전설 속의 보물이나 비밀을 찾아 나서는 여행이라는 점에서는 이러한 액션 어드벤처의 한 변형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또한 몇년 전에는 툼 레이더라는 걸출한 게임을 통해 여자도 훌륭한 고고학 탐험가가 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를 보여 주었다.

그런 점에서 이 '토트 신전의 그림자'야말로 성공할 수 있는 최상의 요소들을 다 모았다고 할 수 있다. 미이라, 툼레이더, 인디애나 존스... 등등 재미있는 영화들이 계속 연상되니까. 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훌륭한 선수들을 모아 놓아도 그것들이 잘 어울리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는 것.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는 모두 모여 있지만, 스토리가 그걸 받쳐 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영화라면 스펙타클한 볼거리라도 보여 주어 시각적 만족을 주기라도 하겠지만, 독자의 상상력에 의존해야 하는 소설의 입장에서는 캐릭터의 매력과 스토리의 흥미가 무엇보다 중요할 터.

엄청난 두께에 비해 쉽게 술술 읽히는 미덕은 있으나, 스토리가 빈약한 액션 어드벤쳐 소설이라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알라딘 서평단 선정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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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루 기담
아사다 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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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도 65%

어느새 햇수까지 바뀌어 버리긴 했지만, 한달도 전에 읽은 소설에 대해서 이제서라도 쓰려고 마음 먹은 것은, 이 소설이 아사다 지로의 소설이라는 점 때문이다.

뻔하고 노골적인 자극에도 쉽게 눈물을 흘리곤 하는 나지만,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참으로 많은 눈물을 흘리게 만든 작가가 바로 아사다 지로 아닌가. 규슈의 오래된 극장에서 본 폿포야라는 영화가 그랬고, 그 후에 찾아 읽은 철도원이라는 소설이 그랬고, 여럿이 극장에서 본, 그래서 눈물 참으려고 몇 배는 더 노력하게 했던 파이란이 그랬고, 추운 겨울 자취방에서 이불 덮고 혼자 읽은 칼에 지다 가 그랬다. 그래 하나같이 눈물 실컷 흘리게 만든 작가가 바로 아사다 지로다.

그런 그의 소설을 읽었으니 당연히 뭐라도 끄적거려야 할 터인데, 몸도 바쁘고 정신 없었다는 핑계 보다는 사실, 마음이 안 따라 줬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남들 눈을 피해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비밀스런 얘기를 한다는 설정이 낯설기도 했거니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이야기들이 그동안 내가 그의 소설에서 받았던 감동이랄까, 어떤 울림 같은 것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기 때문.

하지만, 역시 그의 소설에는 사람이 있다. 문득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을 찾아서 듣게 만드는... 그래서 여전히 이렇게 한달도 넘은 이 시점에, 밤새 자리를 지키는 이 시간에 몇 자라도 적게 만드는 힘이 그가 가진 힘이며, 그가 쓴 소설이 힘이다. 눈물을 흘리게 하거나, 벅찬 감동을 주지는 않지만, 어디서 들은 것 같은 이야기들이야말로 어쩌면 묘하게도 불완전한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닐지.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기이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지. 결국 이만큼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가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여전히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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