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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루 기담
아사다 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몰입도 65%
어느새 햇수까지 바뀌어 버리긴 했지만, 한달도 전에 읽은 소설에 대해서 이제서라도 쓰려고 마음 먹은 것은, 이 소설이 아사다 지로의 소설이라는 점 때문이다.
뻔하고 노골적인 자극에도 쉽게 눈물을 흘리곤 하는 나지만,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참으로 많은 눈물을 흘리게 만든 작가가 바로 아사다 지로 아닌가. 규슈의 오래된 극장에서 본 폿포야라는 영화가 그랬고, 그 후에 찾아 읽은 철도원이라는 소설이 그랬고, 여럿이 극장에서 본, 그래서 눈물 참으려고 몇 배는 더 노력하게 했던 파이란이 그랬고, 추운 겨울 자취방에서 이불 덮고 혼자 읽은 칼에 지다 가 그랬다. 그래 하나같이 눈물 실컷 흘리게 만든 작가가 바로 아사다 지로다.
그런 그의 소설을 읽었으니 당연히 뭐라도 끄적거려야 할 터인데, 몸도 바쁘고 정신 없었다는 핑계 보다는 사실, 마음이 안 따라 줬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남들 눈을 피해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비밀스런 얘기를 한다는 설정이 낯설기도 했거니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이야기들이 그동안 내가 그의 소설에서 받았던 감동이랄까, 어떤 울림 같은 것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기 때문.
하지만, 역시 그의 소설에는 사람이 있다. 문득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을 찾아서 듣게 만드는... 그래서 여전히 이렇게 한달도 넘은 이 시점에, 밤새 자리를 지키는 이 시간에 몇 자라도 적게 만드는 힘이 그가 가진 힘이며, 그가 쓴 소설이 힘이다. 눈물을 흘리게 하거나, 벅찬 감동을 주지는 않지만, 어디서 들은 것 같은 이야기들이야말로 어쩌면 묘하게도 불완전한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닐지.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기이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지. 결국 이만큼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가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여전히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