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낚시라고는 어릴 때 아버지 따라가서 멍텅구리로 붕어 몇 마리 낚아 본 게 다고, 모듬회가 나오면 그 중에 무슨 고기인지 이름을 골라낼 수 있는 게 참치 정도 밖에 없는 나로서는 생계형 낚시꾼의 삶이란 그저 먼 섬나라의 이야기일 뿐. 그런 나의 눈에 이 책이 걸려든 건 중앙일보 기자의 친절한 판촉 기사 때문이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고 형님이 물었다. “손 기자야, 책이 팔릴까?” “제법 나갈 거 같은데요.” “이번 건 좀 나갔으면 쓰겄는데.” “목돈 필요하세요?” “딸내미가 고등학교 들어갔잖여.” 거문도의 자유로운 영혼 한창훈도, 그래 아비다. 부지런히 먹을 것을 물어와야 한다.
내게 한창훈은 갖고 있는 호감보다 갖고 있는 책이 한참 모자란 작가다. 이런 알 수 없는 부채감을 가진 작가의 새 책인데... 당연히 사줘야 한다.
역시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 보따리는 그의 소설만큼이나 구성지고 맛깔스럽다. 삶이 묻어나는 담백한 사진들과 함께 볼 수 있어서 그 느낌은 더 생생했다. 일년 가야 짠내 한번 제대로 못 맡는, 서울서 팍팍하고 허기진 삶을 사는 내가 앞으로 몇번이나 바다로 달려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이젠 밥상에서 만나는 고등어와 갈치에서도 거문도의 파도 소리가 들려올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온전히 작가의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