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점점 알콜 중독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어제는 비긴 어게인을 보고 오는 길에 흥을 주체할 수 없어서
편의점에서 맥주 두 병을 사들고 와서
OST를 찾아 들으며 페이퍼를 썼는데...
오늘은 비오는 날 밤 한공주를 마저 보고
도저히 술을 참을 수가 없어서
와인을 꺼내 먹으며 혼자 한숨만 푹푹 쉬고 있다.
사실 한공주를 보기 시작한 건 아마 한달도 더 전이었지 싶다.
무슨 내용인지는 대강 알고 있었기에
보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나 주인공 한공주를 연기한 배우 천우희는
정말 현실 속에서 보는 한공주 그녀인 것처럼 보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묵묵히 한공주를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내게는 한공주를 살아내는 모습으로 보여
영화 초반부터 무척이나 날 먹먹하게 했다.
여배우가 이런 역할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대강이나마 알고 있기에.
그렇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현실 속의 한공주와
영화 속에서 한공주를 연기하는,
아니 한공주를 살아내는 배우 천우희에게 감정 이입이 되면서
나는 영화를 계속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한 20분 정도 보다가 끄고,
한 10분 정도 보다가 끄고 하길
한 달 정도 한 것 같다.
아마도, 천우희가 주인공으로 나온 최근의 인터넷 드라마
'출중한 여자'를 보지 않았다면
한공주를 다 보기 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렸을 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출중한 여자 속의 천우희는
그 나이에 어울리는
건강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었고,
그래서 나도 한공주를 다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역시나 끝까지 본 영화는
날 먹먹하게 하고...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해
촬영 내내 우울해 하던 여배우도 생각나고....
엔딩 크레딧에서 천우희 소속사가 나무인 걸 보고
그래도 잘 관리해 주겠네 하고 안심하다가도
갑자기 예전 갑작스레 떠난 여배우
마지막 소속사가 나무였다는 기억도 나고...거 참.....
사과 받으면서도 도망가야 하는
현실의 한공주들이 생각나서
나도 그냥 울적하다.
어제 포스팅한 내용 중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playing for change 얘기를 잠깐 했지만,
과연 영화는 이 미친 현실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뜬금없지만,
천우희는 써니에서 본드녀...
친구로 나오는 정인선은 살인의 추억 마지막 장면의 소녀를 연기한 배우다.
주목할 만한 배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