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평점 :
몰입도 90%
김훈의 소설은 읽으면 뭔가 말을 하고 싶어지고, 글을 쓰고 싶어지게 하는데
반대로 아무것도 섣불리 쓰거나 말하지 못하게도 한다.
정약전으로 하여금 어둠뿐인 '흑산'을 희망이 보이는 '자산'으로 바꾸고 자산어보를 쓸 수 있게 해 주는 창대는 물가의 갈매기들을 보다가 정약전에게 '바위에 모여 있는 것들이, 모여 있으되 무리는 아닐 것'이라며 '모여 있는 것들 안에 다시 작은 무리들이 있는 것인지, 아무런 무리가 아니고 제가끔 혼자인 것들이 여럿 모여 있는 것인지', 질문이라기 보다는 저 자신의 답답함을 드러내는 독백을 던진다. 그리고 정약전은 '사람이 새가 아닌데, 어찌 새의 일을 다 알겠느냐'고 말한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새로운 삶을 증언하면서 죽임을 당한 자들과 돌아서서 현세의 자리로 돌아온 자들'에 대해 썼으나 무수히 많은 사실들과 사연들 중에 자신은 '겨우, 조금밖에는 말할 수 없으며' '말이나 글로써 설명할 수 없는 그 멀고도 확실한 세계를 향해 피흘리며 나아간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또 괴로워한다'고 다시 말한다.
위에서 본 장면의 반복이자 그동안 다른 소설과 에세이, 인터뷰를 통해 해 온 자신의 글, 자신의 글쓰는 행위에 대한 반복 설명이다. 이번 소설은 그의 특징이 여전히 잘 드러나고 여전히 몰입하게 만들지만, 유난히 수다스럽다.
하지만, 김훈'은' 쓰고, 우리는 읽는다. 어찌해 볼 도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