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훔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림으로 만난 세계의 미술가들 외국편 1
염명순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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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란 화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무슨 그림을 그렸을까?

이 화가가 그린 그림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을까?

저자는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위 질문에 답을 찾아보길 바란다고 말한다.

 

고흐의 삶을 찬찬히 따라가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고 화가가 되기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동생 테오와 관계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고흐가 교제를 했던 화가, 여인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 원본 속 고흐가 그린 색다른 그림도 담겨있다. 어린 시절 그린 스케치, 전도사 일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그린 그림도 있다.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해서 주변 사람의 이해를 받지 못한 젊은 시절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광부 모습을 그대로 화폭에 담고자 한다. 전도사 일을 접고 집에 돌아와서는 주변 농부의 모습을 화폭에 옮긴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잠시 마음을 나눴던 여인 시엔의 그림을 그렸다. ‘슬픔이란 제목처럼 표정도 눈물도 볼 수 없지만 무릎에 머리를 얹은 옆모습에서 슬픔이 묻어난다.

파리에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이사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유화를 그린다. 루브르 박물관을 드나들며 그림을 공부하고 들라크루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네델란드 시절부터 좋아했던 밀레의 그림에 마음을 온전히 빼앗긴다. 상징주의 화가, 인상파 화가와 우정을 쌓아간다. 파리시절 고흐의 그림이 점점 변화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점묘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점점 강한 색채의 물결치는 듯 한 붓질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를르에서 보낸 시절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아를르 풍경을 담은 그림, 그곳에서 사귄 사람들의 그림도 풍부하게 실려 있다. 아를르에서 봄을 맞아 그린 밝고 화사한 <꽃 핀 복숭아나무>는 고흐의 작품 중 밝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그림 중 하나다. 화가의 다른 내면을 볼 수 있어 새롭다. 고갱이 오기를 기다리며 느끼는 설렘이 담긴 의자 그림, 고갱이 떠나고 나서 불안한 내면이 담긴 작품 등이 있다. 발작이 일어나 입원한 정신요양원에서도 멈추지 않고 그림을 그린 고흐의 창작 열정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고흐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를 시간 흐름에 따라 알 수 있다.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얽힌 이야기, 고흐의 생활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또 다른 재미다. 글을 읽지 않고 풍부하고 다양한 고흐의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다양한 정보와 작품이 많아 고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읽지 않고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그림을 골라 보고 설명을 읽는 방식을 택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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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의 삶, 그림으로 배우다 - 인물화,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선정 2013 올해의 청소년 도서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3
조인수 지음 / 다섯수레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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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시대든지 그림 속에 나타내는 뜻을 이해하는 그 시대만의 공감이 있다. 현재의 뜻이나 지식이 아닌 그림이 그려진 시대의 상징, 의미를 알면 그림에서 많은 것이 보인다. 일상생활 속에서 영화, 만화 캐릭터에 관심을 보이는 지금의 분위기처럼 옛 사람은 그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그림에 정신, 이상, 기원을 담으려했다.

군자의 삶, 그림으로 배우다는 인물화를 중심으로 우리 옛 그림을 보여준다. 큰 판형(220*280mm)의 책 속에 그림도 큼직하게 들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기 좋다. 학자, 임금, 노부인, 미인을 그린 초상화, 옛이야기 속 인물을 그린 고사 인물화, 부처, 시선을 그린 도석인물화로 분류해서 보여준다.

초상화를 그릴 경우 터럭 한 올도 다르지 않게 그린다.’라는 원칙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잘생기게 그린다거나 과장하지 않고 얼굴에 있는 감추고 싶었을 곰보자국까지 그대로 그렸다. 얼굴에 있는 검버섯, 주름, 털 한 올 한 올 그린 것을 보면 정밀하고 세심함에 놀라게 된다. 그림 속 주인공의 품성과 정신까지 표현하고자 했던 의지를 보게 된다. 밟고 있는 돗자리의 무늬, 옷에 있는 장식까지 꼼꼼하게 모두 그렸다. 한국화는 난 몇 줄기 있고 하얀 여백이 많은 풍경화가 전부로 알고 있었다. 한국화는 여백의 미라고 막연히 알고 있던 내 상식을 확실히 깨주는 정교함이었다. 무지가 한 번 더 깨졌다.

조선시대 초상화보다는 드문 자화상 중에서 <윤두서 자화상>은 단연 독보적이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윤두서의 강렬한 눈빛과 섬세하게 한 올 한 올 그린 수염은 아주 사실적이다. 수준 높은 그림 실력을 갖춘 화가가 세밀한 관찰과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탐구한 결과일 것이다.

고사 인물화를 보면 담고 있는 이야기가 많다. 윤덕희의 <서호방학>에는 절벽 아래 배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는 선비와 날고 있는 학이 있다. 한 남자가 한가하게 뱃놀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는 더 많은 것이 담겨있다. 조선시대 선비는 추구하는 것이 많았다. 입신양명을 이루어 부모님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 효의 끝이라고 할 정도로 공부를 하여 과거 급제를 하고 벼슬을 얻는 것이 큰 목표였다.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이름을 날리는 방법은 관직을 얻는 것이었다. 학문을 닦아 높은 경지에 이르는 것 또한 중요했다. 하지만 선비는 세속을 벗어나 자연에 파묻혀 살면서 매화를 감상하고 책을 읽고 뜻 맞는 친구와 함께 학문을 논하고 싶어 하는 꿈도 함께 꾸었다. 벗어나고 싶어도 쉽사리 던질 수 없는 현실에서 꿈을 갖고 살았다.

실제로 속세를 벗어나 산속으로 들어간 인물이 있었다. 중국의 임포(967~1028)라는 사람이었다. 조국이 멸망하자 산으로 들어가 장가도 들지 않고 매화나무를 심고 학 한 쌍을 키우면서 유유자적 은거했다. ‘매처학자(매화를 부인 삼고 학을 자식으로 삼았다)’라고 불렸다. 먼 곳에 가 있을 때 손님이 찾아오면 시중드는 동자가 학을 주인에게 보낸다. 임포는 학을 보면 손님이 온 것을 알고 집으로 돌아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선비들은 은일자로 임포를 존경했다. 그의 이상을 따라가고 싶어 했고 닮고 싶은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임포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금의 나도 그런 삶에 대해서 동경이 생겼다.

아 얼마나 멋진 삶인가?’

관직을 그만두고 자연을 벗 삼아 살아 꿋꿋한 선비의 이상으로 추앙 받은 또 다른 인물은 도연명이었다. 정선의 <동리채국>에서 도연명을 만날 수 있다. 다른 그림에서도 고고한 선비의 기상을 닮은 국화와 함께 있는 선비는 대부분은 도연명을 상징한다. , , 입신양명 중요하게 여겨지던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무거운 현실에서 벗어나 추구하고자 했던 이상향을 그림으로 그려 곁에 두고 한 숨 돌렸을 것을 생각하게 된다. 현대인의 취업, 성공을 위한 노고와 다른 무게로 느껴지지 않는다. 더 가혹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해 본다. 개인의 성공보다는 집안과 나라, 백성의 삶까지 염두 해 두었을 그들의 고뇌가 느껴진다.

유교를 숭배하고 불교나 도교 등을 배척한 시대에도 그림 속에는 많은 신선, 보살이 남아있다. 키가 작고 머리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대머리에 정수리가 높은 노인이 사슴이나 학과 있다면 사람의 운명, 수명을 관장하는 수성노인일 가능성이 높다. 장수를 기원하면서 생일에 선물을 하였다. 나이 많은 신하, 노인을 위해 임금이 연하에 선물로 하사한 그림도 <수성노인도>이었다. 일본에서도 이런 풍습이 유행하여 우리나라에서 통신사로 일본에 갔던 화원이 <수성노인도>를 많이 그렸다고도 한다.

세발 달린 두꺼비를 타고 있는 인물은 유해섬이라는 신선으로 재물을 많이 얻도록 해 준다는 믿음이 있어 많이 그렸다. 이정의 <기섬도>에서는 두꺼비가 크게 그려져 있지만 작은 두꺼비를 엽전으로 희롱하고 있는 유해섬을 그린 그림도 많다. 이사한 집에 거품이 일듯이 번성하라는 기원을 담아 선물하는 요즘의 마음과 같은 것이라 여겨진다.

산수화라고 생각했던 그림 속에 그 이상 많은 것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가슴에 놀라움과 새로움이 가득 찼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적절하다. 나 보다 먼저 보고 아는 것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책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림 속에 담은 뜻을 하나씩 하나씩 알아 갈수록 즐겁다. 모를 때는 무심코 지나쳐버린 그림을 이제는 머물러서 한참을 보게 된다. 책은 안내자 역할을 훌륭하게 해 준다. 책에서 본 그림을 전시회에서 실물크기로 만나면 감회가 새롭다. 책에 머물지 않고 한 발 나아가 미술관에 가 보면 더 많은 즐거움과 감동이 있다. 그곳에서도 아는 만큼 더 보인다.

우리그림은 서양그림에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이 있다. 우리 그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정서가 있다. 닮고 싶고 따라 해 보고 싶어진다. 볼 기회가 적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우리그림을 자주 접해보면 좋겠다. 자주 접해 보고 알아가지 않으면 구슬이 뿐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좋은 그림이 아무리 많아도 내가 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좋은 우리그림에 관련된 책을 보는 것을 시작으로 많은 보배를 만들어가는 기쁨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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