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3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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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명희 작가님의 단편집은 처음 읽어본다. <버샤>와 <어느 날 난민>을 읽었고, 작년에는 작가님과 우리 지역에서 하는 독후활동에 참여했었다. 그래서 왠지 더욱 친근감이 느껴지는 표명희 작가님의 책을 창비 서평단 활동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의 이야기들은 모두 내 이야기같다. 당근이 그렇고, 2002 월드컵이 그렇다. 반려견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이고 집안의 한 명 쯤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있었던 것도 그러하다. 그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는 <딸꾹질>이다. 딸꾹질은 2002년 월드컵을 소재로 하여 쓰여진 소설이다. 주인공 지완은 열 살 소년으로 깐깐하고 흐트러짐없던 부모님이 월드컵을 겪으며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그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2002년의 여름은 온 나라가 축구로 들썩이던 시절이었는데 이렇게 시니컬하게 월드컵을 바라보는 소년이 있었다는 것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소년다운 모습이 더해지면 결국에는 아이다운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 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우리 집 아이들은 축구를 매우 좋아한다. 밖에 나가서 축구를 직접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유튜브에서 영상 찾아보는 것도 좋아한다. 어제 오후에는 우연찮게 2002년 월드컵 요약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마침 소설로 그때의 이야기를 만나니 얼마나 반갑던지.

우리에게는 다시 오지 못할 2002년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겪었던 그 시절을 나의 다음 세대들은 어떤 무엇으로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시간을 그렇게 흐르고 우리는 추억을 되새기고 그렇게 우리 세대에서 다음 세대가 이어진다. 당시 열 살이던 지완이는 이제 서른 세 살의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지완은 내년에 있을 북중미 월드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학생들과 교실에서 뒷이야기 꾸며쓰기를 해 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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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 (반양장)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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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가장 빛날 때가 있습니다.

유리는 자신의 스파클을 오랜 기다림 속에서 만난 사람이구요.

어떤 이에게의 불행이 나에게 행운이 될 수 있다는, 

어떤 사람의 죽음이 나에게는 새 삶이 될 수 있다는 그 설정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겪는 일들이 이렇게 조화롭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 어떤 재미도 찾지 못하고 살던 유리.

자신의 진로도, 부모님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도, 성적도, 그 어떤 것도 유리를 행복하게 해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 안에서 유리는 자신에게 각막을 이식해 준 사람의 존재가 궁금해지고

그러면서 시온을 만나게 됩니다. 시온은 유리와 둘도 없는 좋은 친구가 되구요.

서로 우정을 확인하고 키워가는 그 과정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소설이에요.

마지막 챕터에서 동생과 함께 비행하는 장면에서는 울컥해 눈물이 흐르기도 했습니다.

우리 각자가 갖고 있는 스파클은 무엇일까요?

그 반짝이는 순간을 우리는 흘려보내지 않고 잡아둘 수 있을까요?

제게 그 반짝이는 순간이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또 제 삶에 오게 될 반짝이는 순간을 그려보며 희망도 갖게 됩니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작품을 써 주신 작가님, 감사드려요.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서평을 쓰고 있지만 이런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행복하네요.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각자의 스파클을 기억해 내시길, 그리고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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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두 개 소설의 첫 만남 33
이희영 지음, 양양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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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소설은 꿈을 꾸지 않는 아이와 꿈을 꾸는 아이가 서로 의지하고 성장하는 결말이 예정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꿈이라는 시공간을 설정하고, 그들은 또 각기 다른 꿈을 꾸지만 그 꿈과 현실이 어우러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 사이에는 환한 빛이 계속 감돌기 때문이다.


방학 동안 엄마를 도와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와 수 년을 함께 해 온 친구를 잃은 '나'는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생들인지도 모르겠다. 각자만의 고독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인지도.

작가는 평범할 것 같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그들이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함을, 그리고 그들은 곧 평범한 우리일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소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흐르다가 쿠키 두 개를 사러 온 어린 아이의 부모에게, 반 친구들에게 오해를 사고 상처를 받는다. 이것 또한 우리 삶에 있어서 흔히 있는 일 아닐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오해를 사고, 오해를 하는.

 친구를 잃은 슬픔을 오롯이 마음으로만 감싸 안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슬픔을 우리는 모두 하나 쯤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서로의 상처와 슬픔을 쿠키 같은 것으로, 그 고소하고 달콤한 것으로 치유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결국 서로 만나고 서로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면 그것이 우리 삶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닐까. 

 그리고 그 치유의 사물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것임을 작가는 '쿠키 두 개'를 통해  말하고 있다. 


반 아이들에게 쿠키를 나눠 준 것도, 꼬마에게 쿠키를 선물한 것도 모두 그냥이었다. 그러고 싶었고 그게 전부였다. 어떤 목적이나 이유 따위 없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단순한 마음을 믿지 않는 걸까? 의심하고 질타를 보낼까?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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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시간 - 날아오르고 깨어나는 밤과 낮
마크 하우버 지음, 토니 에인절 그림, 박우진 옮김 / 가망서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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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만듦새가 일단 너무 예쁘고요. 표지 디자인부터 책 속까지 새라는 단어와도 정말 잘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있어요. 쉽고 빠르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새가 활동하는 그 시간을 상상하며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새가 왜 이런 행동을 이 시간에 하는지 생각하며 읽는 재미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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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3호 - 2024.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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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4년 창작과 비평 봄호.
계간지 <창작과 비평>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
시의적절한 주제로 쓰여지는 글들이나
작가들의 시와 소설 들, 문학평론과 산문까지.
이 계간지에 실린 글들을 읽고 있으면 내 머릿속이 팡팡 튀어오르는 것 같다. 여러 문인과 학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고
또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나 소설가들의 발표되지 않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도 좋다.
나는 이번 호에서 특히 공선옥 작가의 산문 '담양산보'가 좋았다.
공선옥 작가 특유의 유쾌함이 이 산문에 잘 드러나있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금방이라도 담양에 가고 싶어졌다. 죽녹원과 관방제림, 황금리와 재래시장, '명치가 아플 정도로 아프'다는 그 곳에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
유홍준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강인욱선생의 글도 뜻깊었다. 30년 동안 하나의 주제로 많은 독자와 만난 유홍준선생의 뒷이야기도 알 수 있었고, 또 내가 직접 뵈었던 그분의 인상이 강인욱선생이 표현한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윤석열정부 퇴진론에 대한 대화도 흥미로웠다. 뉴스만 틀면 보기도 듣기도 싫은 내용들 뿐인데 대화의 내용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속시원하게 해주니 매우 인상깊었다. 김용민 백은종 두 분의 의견에 동의한다.

봄을 창작과 비평 203호와 함께 하니 책의 표지처럼 더욱 찬란한 봄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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