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어니스트 헤밍웨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하창수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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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실 겁없이 시작해 버렸던 것 같다.
단편선이라고 해서 조금 얕봤던 것도 있고, 단편 한작품씩 끊어읽으면 스트레스 없이 읽겠다 싶었다.
근데, 작품이 무려 32편이나 실려있고, 마지막에 실려있는 '노인과 바다'는 단편이라고 표현하기도 뭣한 그런 분량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조금씩 여유를 갖고 읽으면 부담은 없을 구성인데, 문제는 차례대로 3편의 작품을 읽고나서 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너무 어두운거다. 아니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어둡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뭐 죄다 죽어버리니까... 다음작품에도 또 주요등장인물이 죽나?라는 의심부터 하기 시작했다. 죽어도 좀 멋있게 죽으면 그나마 위안이 될텐데 이건 뭐 갑자기 허무하게 훅 죽어버리니, 헤밍웨이를 제대로 처음 읽는 나로서는 적잖이 당황하게 됐다.

이 단편집 자체가 정확하게 시기순으로 난열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는 뒤에 배치된 것일수록 최근 것에 속했다.
특히나 마지막으로 실린 작품인 노인과 바다는 1950년대 작품으로 훅 점프를 한다. 이전 작품까지는 1930년대 작품이다.
다행히, 내 취향적으로도 앞쪽에 배치된 작품들 보다 점점 읽기 수월한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허무함이 줄었고, 어느정도 납득이 되는 스토리도 생겼다.
그리고 확실히 노인과 바다는 이전 작품들과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았다. 다른 작품에 비해 양이 두배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는.
뭐랄까 묘사가 생생하다고 할까?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는 노인의 모습과 상황이 꽤 생생하게 그려진다. 심지어 상어가 등장했을 때 같이 절망하고 그랬다 내가.

하지만, 내가 이 단편선에서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닉'이 아닐까 싶다.
꽤 여러편에 단편에서 계속해서 등장하고, 닉의 어린시절이야기에서 부터, 성인이 되고 아버지가 된 닉의 모습까지 정말 여러작품에 등장을 한다. 어찌보면 헤밍웨이의 단편집은 닉이 거의 먹여살리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근데, 읽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닉이라는 캐릭터에 헤밍웨이 자신을 투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닉이 겪고있는 상황이나 가지고 있는 생각들, 취미까지도 헤밍웨이 자신의 모습과 너무 비슷하지 않나 하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또, 단편에 등장하는 소재들이 낚시나 사냥, 복서나 격투기 선수의 등장, 도박등을 이용한 경기조작 등 꽤나 선호하는 소재들이 정해져있는 느낌이다. 이는 작가소개를 읽으면서 더 느끼게 된 부분이기도 하지만, 실제 본인의 경험이나 관심사를 작품에 많이 활용하는 듯한 생각이 든다. 32편이나 되는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꽤 자세히 묘사하고, 상황설명이 생생하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았는데, 그게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외국어가 참 많이 등장한다. 프랑스어에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등번역 자체를 원어를 그대로 발음대로 적어주고 괄호안에 그 의미가 적혀있어서, 번역자가 참 번역하기 힘들었겠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자후기에 아주 재미있는 말이 적혀있었다.

"끝으로, 각종 유럽어들(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을 주석 하나 달지 않고 사용한 헤밍웨이의 '고약한' 작법에 무척이나 애를 먹었는데..."

주석도 달지 않았다니, 역시나 대단한 헤밍웨이다.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건, 생각보다 헤밍웨이가 어둡고 우울하다는 것. 그래서 자살을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긍정적이지 않은 에너지가 굉장히 강했다. 쉽게 덤볐다가, 완독하고 나니 꽤 큰 산을 하나 넘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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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꿈 2017-04-18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은 저랑 감상이 반대네요.
저는 작품만 보면 헤밍웨이가 자살한 게 오히려 충격일 정도였어요.

마시마로 2017-04-18 18:20   좋아요 1 | URL
아.. 그러셨구나... 전 왜 그렇게 느꼈을까요...^^;; 뭔가 작품이 이상적이라기보다, 지독하게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강해서였을지도 몰라요..

까치의 꿈 2017-04-18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주목하는 부분이 제각각이라 이렇게 다른 감상이 나와서 재미 있네요.
현실적이라는 느낌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문체가 워낙에 드라이한 데다 할 말만 딱 하고 마는 느낌이라 무슨 르포를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ㅋ

마시마로 2017-04-18 18: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근데 뭐, 문체 자체는 나름 매력도 있는 것 같아요...ㅎㅎ

Gothgirl 2017-04-19 05:10   좋아요 1 | URL
기자니까말이지유..

까치의 꿈 2017-04-19 08:32   좋아요 0 | URL
그렇쥬. ㅋ
김훈처럼 글쓰기도 기자 하면서 익혔다니까유. ㅋ

블랑코 2017-04-18 18: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큰 산 넘으려면 멀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요오~~~~ ㅠㅠ

까치의 꿈 2017-04-18 18:40   좋아요 0 | URL
힘내셔유~ (ㅜㅜ)
레이먼드 챈들러 좋아하실 것 같아서 이런 문체 좋아하실 줄 알았는디...

블랑코 2017-04-18 18:47   좋아요 0 | URL
레이먼드 챈들러가 의외로 요상하게 안 맞아요 ㅎㅎㅎ

까치의 꿈 2017-04-18 18:49   좋아요 0 | URL
엌! 그랬나유? (ㅇㅇ;)
(뭘 믿고 맞는다고 생각했을까...)

마시마로 2017-04-18 18:50   좋아요 0 | URL
화이팅이요! 저는 뒤로갈수록 그나마 좀 나았던 것 같아요...
 
[eBook] 대망 8 대망 8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박재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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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히데요시가 죽었다.
조선정벌을 갔다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후회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히데요시 사후의 상황들이 그려진 것이 이번 8권의 주된 내용이다.
조선전쟁을 통해서 이미 2부류로 갈라져있었는데, 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결국 다시 혼란이 올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타이밍이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운의 문제인지.. 이미 대세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이에 반감을 가진 이시다 미쓰나리와의 대결구도로 이어진다. 분명 히데요시가 살아있을 때에는 미쓰나리가 머리가 잘 돌아가는 인재였는데, 히데요시 사후에 이렇게까지 전세가 역전될 줄은 몰랐다. 물론 이에야스가 주인공인 소설이기에 조금 더 과장되어 그려졌을수도 있으나, 점점 악의축으로 이미지가 굳혀져가는 미쓰나리가 조금 불쌍하기도 했다.
대망시리즈를 진짜 처세술이나 정치적인 측면을 공부하려고 읽는 사람들이라면, 8권에서 보여준 이에야스의 작전은 많은 공부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히데요시가 한창 활동할 시기에는 대부분 '인내'라는 목표를 가지고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움직여왔다고 한다면, 8권의 중반부터 나타나는 이에야스의 행동은, 리더가 되었을때 어떻게 사람과 상황을 움직여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참고 인내하는 시기를 지나, 천하의 중심이 본인이라고 자각한 이후에 행동하기 시작하는 이에야스의 모습을 통해서, 리더로서 사람을 부리는 방법, 명분을 세우는 방법, 상황을 '만들어가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9권에서 아마 그 유명한 세키가하라전투가 등장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마 그 이후로는 이에야스가 진짜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재미있게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읽는 속도가 늦어지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긴 하지만, 워낙 절대적으로 양이 많은데다가 한달에 한권씩 완독해나가는 정도라면 괜찮은 페이스인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4권이니 힘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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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다나 아사노에게 반역심은 없어. 하지만 나가모리나 마사이에에게 그따위 꿈을 그리게 했다...... 다시 말해 참소받는 것은 받는 쪽에도 그만큼 미숙한 틈이 있기 때문이야. 틈은 곧 소중한 자기에 대한 불충실, 좀더 꿋꿋하게 있었다면 마사이에도 나가모리도 그따위 소리는 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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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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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1년대여를 했던 책들의 공격이 슬슬 시작되고 있다. 기한은 대부분 여름즈음까지가 많지만, 몰아서 읽으려면 그때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서, 왠만하면 1년대여로 빌린 책들을 하나씩 우선적으로 읽으려고 하고 있다. 이 책도 그 중에 하나인데, 작년에 내가 '글쓰기'에 대한 부분에 꽤나 관심이 있었나보다. 아무래도 논문을 쓰는 중이라서 그런가, 관련된 책들이 몇권씩 있더라. 그 중에서 먼저 손이 가는 한 권을 집었는데 그 책이 바로 이 '글쓰기의 최전선'이라는 책이다.

저자는 현재 일반인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인데, 글쓰기에 대한 어떠한 전공을 한 사람은 아니다. 본인 부터가 한사람의 평범한 사람으로서, 또 주부로서 그 입장에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칭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 안에서도 잰체하지 않고 일상과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글쓰기 모임에서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부분들과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들도 전문 작가나 기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읽는 내내 부담스럽지가 않다. 뭐라고 할까, 독자에게 친절하다고나 할까? 글쓰기라는 것에 어느정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듬어주는 그런 느낌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글쓰기' 라기보다 '삶'을 이야기 한다. '글'이라는 것이 정말 많은 것들을 표현해내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소재도 필요하고, 생각을 해야하고, 또 경험이 필요하다. 머리가 좋아서, 혹은 문장력이 좋아서, 또는 어휘를 많이 알고 있어서 글을 잘 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소위 문장력이라는 것 조차도 어떠한 룰이나 매뉴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경험을 통해서 그것이 풍부해지고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강하게 다가왔다. 소재 자체가 글이 되는 경우도 있고, 상황과 경험 자체가 문장력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이게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었다. '글'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글이 나타내고자 하는 목적이고, 또 그 글이 끼치게 되는 영향력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책인 주제(?)에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르포가 무엇인지, 소설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터뷰라는 것은 어떠한 것인지를 모두 '삶'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책은 정말로 술술 읽힐정도로 쉬운 문체로 쓰여있는데, 생각보다 오래 남는 책이다. 지금 후기를 쓰면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왜 이책을 구매하지않고 대여를 했을까하는 후회도 잠깐 했다.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독서모임을 할때 책을 '읽는'것과 '쓰는'것을 함께 하라는 이야기였다. 나 역시 독서를 좋아하고, 그러다보니 주위에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고, 또한 독서모임도 해보곤 했었다. 대부분은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읽기와 쓰기를 함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독후감정도는 쓰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책을 읽고 나름의 기록을 남기는 것은 진짜 도움이 많이 되고 있기는 하다. '쓰기'를 통해서 나름의 결과물을 하나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읽기'만큼에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또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이 굉장히 와 닿았다. 나 역시 글쓰기에 대해서 어느정도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나는 글쓰기에 달란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나름의 쓰기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연습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생각이 들 만큼 이 책은 무언가를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글쓰기에 문턱을 조금은 낮춰준 것 같아서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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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망고셩 2017-03-29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할때 쓰기를 같이하라는 말 공감되네요.
확실히 메모하면서 한 독서는 후기남기기가 편하고 살도 더 붙더라고요.
그냥 쭉 읽기만한 책은 완독보고서 쓰기가 겁나더라는 ^^

마시마로 2017-03-29 02:1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완독하고나서 조금씩 후기를 쓰기 시작하니깐, 이제 그거 쓰기 겁나서 읽을때부터 좀 더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 것 같아요..ㅎㅎ

Gothgirl 2017-03-29 09: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쭉 읽고 쓰려면 분명 몇군데서 뭔가 괜찮은 생각을 했던거 같은데 그게 기억이 안나요ㅈ그렇다고 매번 뭘 메모해놓자니 뭘 자꾸 주렁주렁 들고다녀야하고.. 요즘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이에요
 
[eBook] 블로그의 신 - 천만 방문자를 부르는 콘텐츠의 힘
장두현 지음 / 책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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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나의 리더기로 굴러들어온 책이라 읽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딱 블로그를 이전한 시기라서 나름 더 잘 읽힌 면도 있는 것 같다.
사실 블로그라는 것이, 굉장히 전문적으로 쓰고 관리하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거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블로그라는 개념도 모르던 시절에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시작으로 지인들과 연락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이후에 싸이월드 블로그로 옮기면서 조금더 큰 화면에서 이것저것 꾸며보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뭐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대세에 따라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요즘에는 카카오스토리나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이것저것 많이 올려가며, 철새 이동하듯이 지인들과 함께 여기저기로 옮겨다녔다. 물론 그러한 SNS는 현재도 사용중이고, 그래도 요즘엔 나름 용도별, 관계별로 나누어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외국에 나와서 생활하고 있는 나로서는 SNS가 하나의 연락수단이 되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나의 일상을 보고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상당시간을 SNS를 중심으로 사용하면서 느낀 것이, 내 글이 점점 짧아진다는 것이었다. 글이 짧아지는 것이야 무슨 문제가 있겠냐만은, 글이 짧아지다보니 내 생각자체가 단순해지는 느낌, 혹은 생각을 하다가 중간이 귀찮아서 끊어버리고 적당한 선에서 정리를 해버리는 느낌이 나 스스로 들었다.
물론, 대부분 주저리주저리 하며 쓰는 사적인 내용이 대부분이고, 대단한 어떠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그러한 것들 조차도 이전보다 조금 대충하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나서 수다라도 떤다면 그러한 부분이 해소가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해외에 나와서 혼자 지내다보니, 한국어로 수다를 떨고, 내 생각을 말 쏟아내는 그러한 기회가 줄어들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 네이버 블로그였다. 그냥 만들기만 하면 되는 블로그였으니, 어렵지않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 읽은 책의 리뷰도 쓰기 시작하고, 내가 좋아하는 문구류에 대한 활용이나 느낌등을 적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알게되었고, 블로그를 통해서 소통하게 되면서 웹상에서의 친구들도 나름 생겼다. SNS에서 실질적인 지인들을 통해 사귀어왔던 사람들과는 달리,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거나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는것도 하나의 즐거운 일이 되었다.

최근에 블로그를 이전하게 되면서 이렇게 저렇게 나름 설정을 바꿔보기도 하고, 또 이전에 썼던 글들을 옮겨오기도 하면서 블로그라는 것 자체에 관심을 좀 갖게되었다. 그러다보니 이 책도 읽게되었던 것인데, 저자는 블로그를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소재자체가 특이하게도 블로그에 대한 팁을 주는 블로그이다. 아마 그러다보니 이러한 책까지 쓰게 되었겠지. 물론 아는 내용들도 참 많이 적혀있다. 그리고 나름 검색해가며 배워갔던 내용들도 담겨있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이분 블로그 한번 들어가봐야겠네..가 아닐까 싶다.
사실 난 전문블로거는 아니고, 단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나 나에 대한 기록을 남겨놓으려는 것 뿐인 개인블로거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내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100명이 넘었다는 걸 알게됐다. 블로그를 옮기면서 아직까지도 조금 아쉬운것이, 그래도 내 블로그를 찾아왔던 사람들과 계속 연결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보 하나를 알게되어서, 이전 블로그 시스템의 이웃을 연결하는 배너를 달 수 있다는 걸 알게되서 실전에 옮겨보게 된 것이 어쩌면 하나의 수확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블로그에 대한 팁이나, 실제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때 분명 좋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 같다. 하지만, 또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이러한 팁은 저자의 블로그를 통해서나, 혹은 검색을 통해서도 어느정도 충분히 알게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내가 이러한 내용을 '굳이' 책으로 읽으면서 느끼게 되었던 것은, 오히려 '블로그' 그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게 아닐까 싶다. 나는 왜 블로그를 하고 있고, 또 그것을 통해서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것은 내 블로그를 찾아오는 다른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일까? 검색하던 정보와는 전혀 쓸모없는 페이지에 들어오게 되어서 오히려 짜증을 유발하는 블로그는 아닐까? 등등에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것도 계속 해가다보면 나름 나만의 기준이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요즘처럼 블로그가 홍수처럼 쏟아져서 하나의 정보의 장을 만들어가게 되다보니, 쉽게 만든 블로그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컨텐츠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의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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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피그말리온 열린책들 세계문학 176
조지 버나드 쇼 지음, 김소임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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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읽기시작했을때, 이 작품이 희곡인것을 알고 어느정도 각오를 하고 읽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읽은 희곡들이 셰익스피어의 것들이 많았고, 또 이 작품 직전에 읽은 희곡이 무려 실러의 '도적 떼'였기 때문이다. 이 작품들을 읽으면서 난 희곡이랑은 잘 맞지 않는가보다.. 매력을 잘 모르겠다..라고 계속 느끼고 있어서인 것 같다. 하지만, 1막을 채 다 읽기도 전에 느끼게 된 것이, 아마도 지금까지 읽은 희곡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일단, 이전의 희곡들과는 달리 현대적이라고 해야할까, 지문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것들 그리고 대사 자체가 비교적 현실적이다. 과장된 수사와 알수없는 단어들의 나열로 내용파악하기가 어려웠던 이전의 희곡들과는 다르다. 전통적인 연극보다는 한편의 드라마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가장 큰 인상이었다.

제목에서 보여지는 것 처럼 이 작품은 피그말리온 신화를 모티브로 해서 쓰여졌는데, 결말은 신화와 다른방향으로 매듭지었다. 이는 작가가 완전히 의도한 결말이고, 아마도 그래서 난 이 작품에 한표 더 던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뮤지컬의 원작이기도 하다보니 아무래도 연애나 사랑에 관한 색깔이 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러한 관점으로는 전혀 보고있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연애소설로는 전혀 보이지 않고, 사회비판적인 색깔이 강하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러한 전개를 위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분명히 하고있다는 점이 또한 독서를 하기 쉽게 하는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 내가 인상적으로 보았던 인물은 일라이자의 아빠인 둘리틀이었는데, 사회빈곤층의 굉장히 나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이나 행동은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가감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은근히 사이다로 느껴지는 대사들이 꽤 있었다. 예를들어,
"그게 비극입니다, 부인. 포기하라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배짱이 없습니다. 우리 중 누가 그런 배짱을 가지고 있습니까?"
와 같은 부분을 보면, 자신을 은근히 비꼬며 그럼 포기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히긴스 부인의 말에 너무나도 솔직한 답변을 한다. 이는 아마도 작품에 등장하는 상류층들의 허위허식이나 자신을 꾸며서 자기자신을 하나의 이상적인 캐릭터로 만들어가는 이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인물은 여주인공인 일라이자일 것이다. 그녀는 히긴스 덕분에 상류사회에 합류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서 당당해진다.
"나는 꽃을 팔았지 나를 팔지는 않았어요. 당신이 나를 숙녀로 만들어 버려서 나는 이제 어떤 것을 팔아도 어울리지 않아요. 나를 발견했던 그곳에 그대로 놔두지 그랬어요."
어찌보면 이 무슨 적반하장인가 싶기도 하다. 가르쳐 놨더니 이런다. 뭐 어쩌라는거야? 같은 식의 반응이 나올 법도 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듣는 귀가 좋다는 말이 몇번이나 나오고 있는데, 음성학을 배우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이는 분명히 큰 탤런트, 그러니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다. 히긴스가 피그말리온과 같이 완전히 그녀를 창조해 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히긴스는 하나의 기회를 만들어 준 계기이며, 분명히 그 미션을 완성해 나간 것은 일라이자의 노력과 재능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정작 당사자는 상류사회에서 통할 수 있는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를, 직접 신사의 표본을 보여준 피커링 대령의 덕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제가 윔폴 거리에 처음 온 날 저를 둘리틀 양이라고 불러 주신 거요. 그게 제게는 자기 존중의 시작이었어요. 그리고 대령님에게는 자연스러운 거라서 알아차리지도 못할 자잘한 행동들이 몇 백개나 있었어요. 일어나신다든지, 모자를 벗으신다든지, 문을 열어 주신다든지..."
이처럼 그녀의 자존감 회복을 포함해서, 언어나 말 뿐만이 아닌 몸에 베인 습관과 행동들을 통해서 자연스레 습득해갔던 과정들이 어쩌면 더 중요했다고 본다.
결국 히긴스 교수는 피그말리온과 같은 창조주로 설정이 되었으나, 정작 실질적으로 그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의외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족이긴 하지만, 결국엔 일라이자와 결혼하게 되는 프레디의 캐릭터는 개인적으로 맘에 들지는 않는다. 그의 친절함은 칭찬할 만 하지만, 이상적인 캐릭터는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아마도 작가는 그래서 더욱 그러한 결말을 만들었겠다 싶기도 하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 작품이 음성학과 언어를 소재로 전개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참 흥미로웠는데, 마침 최근에 일본인에게 한국어 과외를 하게 되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발음할 때에 우리가 일차적으로 느끼는 이미지라든가, 이차적으로 외국인인데 이렇게 한국말을 할 수 있다니!라는 감탄사로 이어지는 사고의 전환도 생각해 보게 되었고, 나 또한 일본어를 공부해서 지금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는 입장으로써 네이티브에 가까운 발음을 하고싶다는 생각과 열정이 커서, 과연 이건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사실 언어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수단인데, 이미 대화는 문제없이 할 수 있는 수준인데, 네이티브와 같은 수준으로 일본어를 사용하고 싶다는 끊임없는 열망은 정말 사회적인 요인이 크다고 본다.

실제로, 몇년 전까지 우리 연구실에는 외국인 유학생이 딱 2명이었는데, 중국인 유학생 1명과 나였다. 세부전공분야도 같았고, 성별도 같았는데, 언어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다면, 그 친구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독학을 한 친구이고, 나는 한국에서 일문학을 전공하고 온 상태였다. 대화에서는 전혀 둘 다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인데, 그 친구의 약점은 존경어와 겸양어에 서툴다는 것이었다. 사실 일본어는 존경어부터 훈련하면 이후에 반말은 금방 익숙해질 수 있는데, 반대의 경우가 되면 굉장히 힘들어진다. 문제는 이 공간이 학교, 연구실이라는 학술적인 목적을 갖는 특수한 공간이었고, 그친구에게는 자연스레 어떤 이미지가 붙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던 그 친구는 정작 학업적인 면에서는 꽤나 고전을 해야만 했다.

'언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포괄적인 개념과 영향이라는 것이 정말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굉장히 사회적인 것이며, 또한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고, 이를 작품에 소재로 가져다 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작가가 참 대단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결론은, 난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어서 이 작품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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