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날씨 - 팝업북으로 만나는 생생한 날씨 똑똑한 책꽂이 33
마이케 비더슈테트 지음, 장혜진 옮김 / 키다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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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북이라서 놀랍고, 자연과학 지식을 챙길 수 있어서 유익하다.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준다는 메시지도 훌륭하다.
어쩜 날씨를 팝업북으로 표현할 생각을 다 했을까?
마이케 비더슈테트 작가는 독일 베를린 출신이다. 팝업북, 인사 카드, 종이 예술 작품을 디자인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베를린 팝업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번역작가인 장혜진 또한 대학에서 지구환경 과학을 전공했다고 하니 신뢰감이 생겼다.
날씨와 기후 속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자연 과학을 놀라운 팝업북을 펼쳐서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는 출판사 서평 그대로 굉장한 그림책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춤한 지식 정보를 유효 적절하게 제공하고 있으며,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도록 다정한 문체로 이야기하듯이 설명한다.

-무시무시한 폭풍이 몰아쳐요. 저기 보세요!-

-어서 도망쳐요. 토네이도가 오고 있어요.-

-톡톡 도도독 쏴아아. 비가 오네요. 우산은 챙겼나요?-

폭풍과 토네이도, 비 오는 날, 사막 기후, 눈의 결정  모습을 팝업으로 연출한 솜씨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그림책의 구성 또한 매우 전략적이다.
앞면지에서 날씨 현상은 왜 생기는지를 알아본 다음 
본문에서는 다양한 날씨를 다루었다. 그리고 뒤면지를 활용하여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지구 환경 문제를 호소력 있게 언급하고 있다.
지식 정보 환경 그림책이면서도 매우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날씨가 우리 삶의 모습과 생각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일까?
맑은 날은 맑은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대로...
모든 날의 일상에는 마법이 통하는 순간이 있어 우리는 그만큼의 추억을 쌓아간다.
표지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해도 온갖 추억들이 소환된다. 
어느 해 여름날, 대관령의 밤하늘을 찢어놓던 하얀 번갯불과 요란한 천둥소리는 지금 생각해 보아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아름다운 봄날의 산책길도 폭죽처럼 떠오른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푸른 물결을 타고 놀던 여름 바다도 그립다. 
그런 가 하면 날씨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있다.
몇 해 전부터는 난데없이 미세먼지 강박증이 생겼다.
유난히 예민해서 미세먼지 많은 날은 완전히 집콕생활을 하게 되는데, 상당히 불편하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쿵쿵거리기도 한다.
실제로 올 겨울 우리 시골집에서도 기온이 너무 내려가는 통에 수도관이 파열되고, 온수 공급관이 얼어버리는 사고가 생겨 무척 당황하였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빈번해지고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각성이 보다 절실하게 다가왔다.
그림책 또한 이 문제를 간과하지 않고 명확하게 짚어준다.
기후 변화는 미래 세대가 아닌 우리 세대에서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급박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이 책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놀라운 팝업북의 세계를 즐기는 동시에 야무지게 지구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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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이것 좀 하고요 우리 친구 알폰스 2
구닐라 베리스트룀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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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몽글 귀염뽀짝한 그림책을 만났다.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하니 무엇을 더 바라랴!
마지막 장면에서는 오랜만에 한바탕 시원하게 웃어젖혔다.
나만 모르고 있었나보다.
알폰스는 말괄량이 삐삐만큼이나 유명한 스웨덴의 국민 캐릭터라는데...
화려한 수상 이력에 걸맞게 구닐라 베리스트룀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알폰스 시리즈가 25권이나 된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옮긴 사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말이지요.
짖궂은 장난이라든가 친구를 향한 그리움, 유령에 대한 두려움, 싸움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현실은 충분히 마법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현실의 마법을 발견하고 함께 웃고 놀라워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고 싶습니다.-

부록 페이지 '작가의 말'에서도 밝힌 것처럼 알폰스 이야기는 스웨덴 교외에 사는 소년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사건들을 소재로 한다.
그림책 《잠깐만요, 이것 좀 하고요》는 아빠와 함께 등교 준비를 하는 알폰스의 아침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너무나 익숙했었기에 백퍼 공감하면서 재미나게 읽었다.
일하는 엄마로 살면서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아침마다 출근 전쟁을 치러야 했는데 폭격을 맞는 쪽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하지만 그림책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패전이 아니다. 유쾌한 웃음 코드를 심어 뜻밖의 반전을 즐기게 할 뿐만 아니라 긴장감을 일시에 해소시키는 마력이 있다.
이런 시기에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나눈다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서평단으로 알폰스를 만나게 되어 기뻤다.
추천의 글을 쓴 주한스웨덴대사 다니엘 볼벤에 따르면 스웨덴에서 알폰스 이야기는 지금도 여러 세대에 걸쳐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알폰스 이야기가 한국어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대사로서는 물론이고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도 기뻤습니다. 제 아이들과 함께 알폰스 책들을 읽으며 많은 저녁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알폰스의 아버지 오베리 씨는 곧잘 아들과 재미있는 난장판을 만들곤 합니다. 그러면서도 전통적인 훈육 방식과 조화를 이루려고 애를 씁니다.
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삶의 다양성을 보여 주고 세대 간 여러 감정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소통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지금까지 내가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을 통하여 마음의 근육을 충분히 키운다면 보다 현명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침 6시.
"학교 갈 준비 다 했니? "
"네, 잠깐만요, 이것 좀 하고요."

대체 알폰스는 무엇을 하겠다는 것일까?
알폰스의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인형 옷 입히기, 자동차에 바퀴 끼우기, 동물 책에서 뱀 찾기, 찢어진 책장 붙이기, 아빠 신문 가져 오기, 오트밀에 크랜배리 더 넣기.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타임에 꼭 그래야겠니?
이제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다 끝낸 알폰스는 아빠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오트밀을 금방 다 먹고, 그릇을 싱크대에 갖다 두고, 코를 닦고, 이를 닦고, 가방을 챙기고, 외투를 입었다.
오~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반전이군!

아침 7시
"아빠, 준비 끝났어요."

거듭되는 재촉에도 불구하고 느긋하기만 하던 알폰스의 행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충분히 수긍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베리 씨에게 전적으로 투사되는 안타까운 심정은 어쩔 수가 없다.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때문에 돌아버리겠다.제발 빨리 와라!-

식탁을 차려 놓고 국이 다 식을까봐 조바심을 내면서 지금까지도 내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 문장을 어쩔 거냐고! 
올가미에 걸려든 짐승처럼 울부짖지 말고 이제 그만 스스로를 해방시키라는 목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
그림책이 전하는 마법의 순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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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이승희 지음 / 고래뱃속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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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가시 투성이 그림책이다. 
마치 종이를 뚫고 나올 듯 기세등등하다.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된 일러스트가 눈물나게 디테일해서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었다.
폭력적인 타인의 말에 가시가 박혀본 적이 있다면 더욱 그러할 터이다.

야! 장난이야~니가 멘탈이 약해서 그래.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넌 몰라도 돼.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니까!

우리는 미처 몰랐다. 
농담처럼 가볍게 던지는 이런 말들조차도 누군가에게는 감당키 힘든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가시나무 숲속의 너에게-

그림책의 헌사를 읽으면서 순간 떠오르는 기억들...
소심하고 진중한 성격이라 남에게 싫은 소리는 못하고 사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타인이 나에게 함부로 구는 것도 받아넘기기 힘들었다. 
내 속에서도 가시나무가 하나 둘 자라나기 시작하였다.
처음이었다.
이런 나에게 불쑥 다가와 손을 내미는 그림책 친구라니!

'동판화 기법으로 파낸 선 한 뼘 한 뼘마다, 이 땅 가시나무 숲들을 위한 작가의 간절한 기도가 실려 있는 것만 같습니다.' 

가슴을 파고드는 출판사 서평에 나도 모르게 이끌렸다.
누구라도 피해갈 수 없는 가시나무이지만 떨치고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아보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책을 만났다.

등장인물은 두 사람이다.
온 몸을 관통하는 가시덤불에 사로잡혀 깜깜한 어둠 속에서 몸부림치는 소녀. 그리고 묵묵히 그 곁을 지키는 소년.

-그런데 여기.
 부수지도 떠나지도 않는 마음이 있어.-

그림책 속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삶이 버거워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 주변에 소년과 같은 존재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그러한 비극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알아.
 네가 무엇을 품고 있는지.
 가시덤불 속에서도 잃지 않았다면
 가시밭길 위에서도 피워낼 수 있어.
 나는 믿어.
 네 안에 있는 그 꽃.-

서로가 품고 있는 희망을 꽃처럼 꺼내 보이며 오늘도 힘껏 걸어가 보자.
길 위에서 만나는 수많은 영혼들의 가시덤불을 아프게 바라보기로 하자.

작가가 이끄는대로 그림책의 페이지를 넘겨가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심코 내뱉은 내 말에 상처 입은 타인은 없었을까?
내가 받은 상처만 커다랗게 보였던 지난 시간 속에서 정작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림책을 읽으며 충분히 위로 받았지만 또 다른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다.
말의 힘을 믿는만큼 한 마디 말이라도 서로 조심해야 한다고...
상처가 가득한 그림책을 품에 넣고 가만가만 쓰다듬어 보았다.
손끝에 전해져 오는 이 슬픔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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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탑과 유령 가족 미래그림책 179
박연철 지음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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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인물이 흥미롭다.
셰익스피어를 꼭 닮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햄릿의 대사를 흉내내기도 한다.

-쓰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인물은 스스로를 이야기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이미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야기를 버리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자."-

기상천외한 스토리가 아닌가!
작가가 쓰다만 이야기를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살려내다니... 그뿐만이 아니라 독자들까지도 이야기에 참여시킨다.
근간에 독자참여형으로 선을 보이는 그림책이 있긴 하던데 이렇게나 직접적인 형태는 못 본 것 같다.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다양한 질문을 하고,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한다는 작가님께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이번 작품은 석판화 기법을 선보였는데, 기울어진 탑의 내부 묘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는 생각을 했다.
독후활동의 단골메뉴인 '뒷이야기 상상하기' 는
아이들이 재미나게 참여하는 활동 중 하나이다.
창작의 과정에 독자를 직접 초대하는 참여형 스토리텔링 그림책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성공적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독자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니 굉장하지 아니한가!

박연철 작가는 그림책과 관련하여 또 하나의 유쾌한 실험을 시도하였다.
이 책의 쌍둥이 그림책 《유령가족과 기울어진 탑》을 동시에 출간한 것이다.
언뜻 보면 똑같지만 두 책은 분명 다른 책이라고 한다. 어떤 점이 다를지 궁금해진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유의미한 창작 동기를 부여한 작가의 열정에 실로 감탄하게 되었다.

등장인물은 셰익스피어를 닮은 작가, 유령 사냥꾼, 여자 아이, 생쥐 그리고 유령 가족이다.
기울어진 탑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피사의 탑을 모델로 삼아 현장감을 주고 있다.
못된 유령 사냥꾼에게 쫓겨난 여자 아이는 정처없이 떠돌다가 기울어진 탑을 발견하게 된다.

-"생쥐야, 오늘부터 우리 여기서 살자."

그런데 그 곳에는 오래 전부터 유령 가족이 살고 있었다.
스토리를 따라 가다보니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유령 가족과 현실 가족의 동거와 조우... 20년도 더 지난 영화라 더 이상의 단서가 없어 찾아낼 수는 없지만 그때의 강렬한 공포가 순간 생각난 것이다.
물론 그림책은 전혀 무섭지 않다.
여자 아이는 유령 가족에게 함께 살게 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유령 가족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처음에 등장했던 작가가 중간 중간 끼어드는 것도 재미있다.

-"이거 내가 아까 버린 이야기랑 똑같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때 유령 사냥꾼이 나타나서 유령 가족과 여자 아이를 기둥에 묶어 버렸다.
서커스단에 팔아 넘기려는 계산이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얘들아!
 그래, 이 책을 보는 너희 말이야.
 제발 우리 좀 도와줘.
 너희가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는 서커스단에 팔려 가야 해.
 우리를 위해 책 왼쪽 귀퉁이를 잡고
 마구마구 흔들어 줘!"
 아이가 크게 외쳤어요.-

절묘하다.
나도 모르게 책 왼쪽 귀퉁이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령 사냥꾼은 창문 밖으로 홀라랑 떨어지고 말았다.

-"오호, 이거 재미난데?
 그래서 어떻게 돼?
 궁금해 죽겠어.
 어서 알려 줘."

이 타임에 또 다시 등장한 작가. 
등장인물들은 이구동성으로 작가에게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 것을 촉구한다.

-생쥐는 곧바로 밧줄을 갉기 시작했고...-

그리고 실제로 일곱 페이지가 텅 비어 있다. 
지금부터는 작가를 대신하여 독자들이 뒷이야기를 채워 나가야 한다.
페이지를 채우고 나면 겉표지와 속표지의 저자란에 자신의 이름을 써 넣을 수 있게 되고, 비로소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그림책이 완성된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잘 지어낼 수 있을 것이다.
파이팅!

"모두의 그림책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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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로와 곤돌라의 기나긴 여행 - 2023년 1차 문학나눔 도서 선정 향긋한 책장 3
최은영 지음, 오승민 그림 / 시금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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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면 기념품 하나씩은 꼭 사가지고 온다. 
나의 경우에는 진짜 딱 한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대부분 수납장 속에 깊숙하게 들어가 있어 잊혀지기 마련이다.
물론 가끔씩 들여다보고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겠지만 결국 언젠가는 쓰레기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림책은 우리가 외면하는 바로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때 필요에 의해서 또는 단순한 욕심에서 내가 가졌던 수많은 것들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되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바다를 건너온 머그컵과 냉장고 자석이 주인공이다.
이탈리아 여행지에서 부부는 여행 기념품을 하나씩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천사가 새겨진 머그컵은 '안젤로'. 냉장고 자석은 '곤돌라'로 불리며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안젤로, 오늘도 지루한 하루였지? 사람들이 이제 우리를 잊은 걸까?"-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바다를 건너 고향에 가고 싶어. 함께 떠나지 않을래?"-

진짜 궁금하지 않은가?
머그컵과 냉장고 자석이 어떻게 떠날 수 있는지 말이다. 동식물이 아닌 사물은 공간 이동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흥미로웠다.

-"그런데...바다까지는 어떻게 가야 할까?"-

-"바람이 불 때마다 뒹굴뒹굴 굴러가지."-

바로 이 문장을 읽는데 가슴이 턱 막히는 것이다.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나 무모한 도전 말고는 다른 길이 없는 이들의 처지가 가여워서 그랬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둘은 결국 바다에 도착하게 된다.
고향에 온 것만 같았다.
여행을 떠난 뒤 처음으로 걱정도 없이 깊은 잠에 들었다.
그런데 둘의 운명은 여기서 갈려버린다.
손잡이는 깨어지고, 여기 저기 구르다보니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안젤로는 머그컵으로서 살아가야 할 의미를 잃고 돌이 되기로 결심한다. 반면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곤돌라는 그런 안젤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돌이 되지 말라며 울부짖는다.

-"곤돌라,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난 이제 편안해. 네가 옆에 있고, 바람은 향긋하고, 파도 소리가 들려. 꼭 고향에 온 것 같아."-

안젤로의 작별 인사가 내 마음에도 간절하게 와 닿았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나의 마지막 순간도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억지 부리지 않고, 매달리지 않으며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안젤로처럼...
믿고 의지했던 안젤로의 죽음은 더할 수 없이 슬펐지만 곤돌라는 혼자서라도 바다를 건너야만 했다.
이탈리아에 꼭 가고 싶어했던 안젤로의 소원을 대신 이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 번 더 가슴을 울리는 장면이었다.

오승민 작가가 그려내는 바다 풍경은 차갑고 거칠다.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곤돌라의 마음처럼 외롭고 처절하다. 게다가 쓰레기 천지, 플라스틱 바다라니...
그러고보니 각종 쓰레기가 밀려다니던 바닷가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몹시 불쾌했던 기억이 있다.
플라스틱이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500년 이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수거되지 않고 떠도는 저것들을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림책 속 플라스틱 바다는 결코 과장되지 않은 현실 상황인 것이다.
이곳에 먼저 와 있던 플라스틱 숟가락과 곤돌라의 대화도 의미심장하였다.

-"우린 그런 운명이야. 잠들 수도 없고, 다른 생명의 몸 속으로 들어가면 그 생명을 죽이지."-

무분별하게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충격에 휩싸인 곤돌라의 절규가 내 귓가에서 아우성치는 듯 하였다.

-'새를 죽이지 않고도 바다를 건널 방법을 내가 꼭 찾을게. 너의 꿈을 내가 대신 이뤄 줄게."-

플라스틱 문제를 다룬 환경 그림책이라고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그림책이 담고 있는 가치는 인본에 중심을 두고 있다.
물건 하나를 사도 신중해야 하며, 내 물건에 대한 애착심을 돈독히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함부로 다루어서 파손되거나 부주의로 분실하고는 또 새 물건을 사들이는 것에 대하여 경각심을 갖게 한다.
사랑과 우정에 대한 남다른 시각 또한 새롭고 신선해서 좋았다.

그림책은 다행히 해피엔딩이다.
뒤면지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경직된 독자의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입힌다.
감각적인 색채의 그림도 좋고, 무엇보다 서사적 매력이 특별하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맘껏 자랑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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