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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이것 좀 하고요 ㅣ 우리 친구 알폰스 2
구닐라 베리스트룀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2년 11월
평점 :
몽글몽글 귀염뽀짝한 그림책을 만났다.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하니 무엇을 더 바라랴!
마지막 장면에서는 오랜만에 한바탕 시원하게 웃어젖혔다.
나만 모르고 있었나보다.
알폰스는 말괄량이 삐삐만큼이나 유명한 스웨덴의 국민 캐릭터라는데...
화려한 수상 이력에 걸맞게 구닐라 베리스트룀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알폰스 시리즈가 25권이나 된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옮긴 사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말이지요.
짖궂은 장난이라든가 친구를 향한 그리움, 유령에 대한 두려움, 싸움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현실은 충분히 마법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현실의 마법을 발견하고 함께 웃고 놀라워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고 싶습니다.-
부록 페이지 '작가의 말'에서도 밝힌 것처럼 알폰스 이야기는 스웨덴 교외에 사는 소년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사건들을 소재로 한다.
그림책 《잠깐만요, 이것 좀 하고요》는 아빠와 함께 등교 준비를 하는 알폰스의 아침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너무나 익숙했었기에 백퍼 공감하면서 재미나게 읽었다.
일하는 엄마로 살면서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아침마다 출근 전쟁을 치러야 했는데 폭격을 맞는 쪽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하지만 그림책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패전이 아니다. 유쾌한 웃음 코드를 심어 뜻밖의 반전을 즐기게 할 뿐만 아니라 긴장감을 일시에 해소시키는 마력이 있다.
이런 시기에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나눈다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서평단으로 알폰스를 만나게 되어 기뻤다.
추천의 글을 쓴 주한스웨덴대사 다니엘 볼벤에 따르면 스웨덴에서 알폰스 이야기는 지금도 여러 세대에 걸쳐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알폰스 이야기가 한국어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대사로서는 물론이고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도 기뻤습니다. 제 아이들과 함께 알폰스 책들을 읽으며 많은 저녁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알폰스의 아버지 오베리 씨는 곧잘 아들과 재미있는 난장판을 만들곤 합니다. 그러면서도 전통적인 훈육 방식과 조화를 이루려고 애를 씁니다.
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삶의 다양성을 보여 주고 세대 간 여러 감정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소통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지금까지 내가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을 통하여 마음의 근육을 충분히 키운다면 보다 현명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침 6시.
"학교 갈 준비 다 했니? "
"네, 잠깐만요, 이것 좀 하고요."
대체 알폰스는 무엇을 하겠다는 것일까?
알폰스의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인형 옷 입히기, 자동차에 바퀴 끼우기, 동물 책에서 뱀 찾기, 찢어진 책장 붙이기, 아빠 신문 가져 오기, 오트밀에 크랜배리 더 넣기.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타임에 꼭 그래야겠니?
이제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다 끝낸 알폰스는 아빠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오트밀을 금방 다 먹고, 그릇을 싱크대에 갖다 두고, 코를 닦고, 이를 닦고, 가방을 챙기고, 외투를 입었다.
오~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반전이군!
아침 7시
"아빠, 준비 끝났어요."
거듭되는 재촉에도 불구하고 느긋하기만 하던 알폰스의 행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충분히 수긍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베리 씨에게 전적으로 투사되는 안타까운 심정은 어쩔 수가 없다.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때문에 돌아버리겠다.제발 빨리 와라!-
식탁을 차려 놓고 국이 다 식을까봐 조바심을 내면서 지금까지도 내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 문장을 어쩔 거냐고!
올가미에 걸려든 짐승처럼 울부짖지 말고 이제 그만 스스로를 해방시키라는 목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
그림책이 전하는 마법의 순간이었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