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탑과 유령 가족 미래그림책 179
박연철 지음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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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인물이 흥미롭다.
셰익스피어를 꼭 닮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햄릿의 대사를 흉내내기도 한다.

-쓰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인물은 스스로를 이야기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이미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야기를 버리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자."-

기상천외한 스토리가 아닌가!
작가가 쓰다만 이야기를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살려내다니... 그뿐만이 아니라 독자들까지도 이야기에 참여시킨다.
근간에 독자참여형으로 선을 보이는 그림책이 있긴 하던데 이렇게나 직접적인 형태는 못 본 것 같다.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다양한 질문을 하고,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한다는 작가님께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이번 작품은 석판화 기법을 선보였는데, 기울어진 탑의 내부 묘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는 생각을 했다.
독후활동의 단골메뉴인 '뒷이야기 상상하기' 는
아이들이 재미나게 참여하는 활동 중 하나이다.
창작의 과정에 독자를 직접 초대하는 참여형 스토리텔링 그림책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성공적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독자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니 굉장하지 아니한가!

박연철 작가는 그림책과 관련하여 또 하나의 유쾌한 실험을 시도하였다.
이 책의 쌍둥이 그림책 《유령가족과 기울어진 탑》을 동시에 출간한 것이다.
언뜻 보면 똑같지만 두 책은 분명 다른 책이라고 한다. 어떤 점이 다를지 궁금해진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유의미한 창작 동기를 부여한 작가의 열정에 실로 감탄하게 되었다.

등장인물은 셰익스피어를 닮은 작가, 유령 사냥꾼, 여자 아이, 생쥐 그리고 유령 가족이다.
기울어진 탑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피사의 탑을 모델로 삼아 현장감을 주고 있다.
못된 유령 사냥꾼에게 쫓겨난 여자 아이는 정처없이 떠돌다가 기울어진 탑을 발견하게 된다.

-"생쥐야, 오늘부터 우리 여기서 살자."

그런데 그 곳에는 오래 전부터 유령 가족이 살고 있었다.
스토리를 따라 가다보니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유령 가족과 현실 가족의 동거와 조우... 20년도 더 지난 영화라 더 이상의 단서가 없어 찾아낼 수는 없지만 그때의 강렬한 공포가 순간 생각난 것이다.
물론 그림책은 전혀 무섭지 않다.
여자 아이는 유령 가족에게 함께 살게 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유령 가족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처음에 등장했던 작가가 중간 중간 끼어드는 것도 재미있다.

-"이거 내가 아까 버린 이야기랑 똑같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때 유령 사냥꾼이 나타나서 유령 가족과 여자 아이를 기둥에 묶어 버렸다.
서커스단에 팔아 넘기려는 계산이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얘들아!
 그래, 이 책을 보는 너희 말이야.
 제발 우리 좀 도와줘.
 너희가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는 서커스단에 팔려 가야 해.
 우리를 위해 책 왼쪽 귀퉁이를 잡고
 마구마구 흔들어 줘!"
 아이가 크게 외쳤어요.-

절묘하다.
나도 모르게 책 왼쪽 귀퉁이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령 사냥꾼은 창문 밖으로 홀라랑 떨어지고 말았다.

-"오호, 이거 재미난데?
 그래서 어떻게 돼?
 궁금해 죽겠어.
 어서 알려 줘."

이 타임에 또 다시 등장한 작가. 
등장인물들은 이구동성으로 작가에게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 것을 촉구한다.

-생쥐는 곧바로 밧줄을 갉기 시작했고...-

그리고 실제로 일곱 페이지가 텅 비어 있다. 
지금부터는 작가를 대신하여 독자들이 뒷이야기를 채워 나가야 한다.
페이지를 채우고 나면 겉표지와 속표지의 저자란에 자신의 이름을 써 넣을 수 있게 되고, 비로소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그림책이 완성된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잘 지어낼 수 있을 것이다.
파이팅!

"모두의 그림책을 응원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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