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가시 투성이 그림책이다. 마치 종이를 뚫고 나올 듯 기세등등하다.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된 일러스트가 눈물나게 디테일해서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었다. 폭력적인 타인의 말에 가시가 박혀본 적이 있다면 더욱 그러할 터이다. 야! 장난이야~니가 멘탈이 약해서 그래.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넌 몰라도 돼.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니까! 우리는 미처 몰랐다. 농담처럼 가볍게 던지는 이런 말들조차도 누군가에게는 감당키 힘든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가시나무 숲속의 너에게- 그림책의 헌사를 읽으면서 순간 떠오르는 기억들... 소심하고 진중한 성격이라 남에게 싫은 소리는 못하고 사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타인이 나에게 함부로 구는 것도 받아넘기기 힘들었다. 내 속에서도 가시나무가 하나 둘 자라나기 시작하였다. 처음이었다. 이런 나에게 불쑥 다가와 손을 내미는 그림책 친구라니! '동판화 기법으로 파낸 선 한 뼘 한 뼘마다, 이 땅 가시나무 숲들을 위한 작가의 간절한 기도가 실려 있는 것만 같습니다.' 가슴을 파고드는 출판사 서평에 나도 모르게 이끌렸다. 누구라도 피해갈 수 없는 가시나무이지만 떨치고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아보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책을 만났다. 등장인물은 두 사람이다. 온 몸을 관통하는 가시덤불에 사로잡혀 깜깜한 어둠 속에서 몸부림치는 소녀. 그리고 묵묵히 그 곁을 지키는 소년. -그런데 여기. 부수지도 떠나지도 않는 마음이 있어.- 그림책 속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삶이 버거워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 주변에 소년과 같은 존재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그러한 비극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알아. 네가 무엇을 품고 있는지. 가시덤불 속에서도 잃지 않았다면 가시밭길 위에서도 피워낼 수 있어. 나는 믿어. 네 안에 있는 그 꽃.- 서로가 품고 있는 희망을 꽃처럼 꺼내 보이며 오늘도 힘껏 걸어가 보자. 길 위에서 만나는 수많은 영혼들의 가시덤불을 아프게 바라보기로 하자. 작가가 이끄는대로 그림책의 페이지를 넘겨가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심코 내뱉은 내 말에 상처 입은 타인은 없었을까? 내가 받은 상처만 커다랗게 보였던 지난 시간 속에서 정작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림책을 읽으며 충분히 위로 받았지만 또 다른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다. 말의 힘을 믿는만큼 한 마디 말이라도 서로 조심해야 한다고... 상처가 가득한 그림책을 품에 넣고 가만가만 쓰다듬어 보았다. 손끝에 전해져 오는 이 슬픔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