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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가 알려주는 뇌의 비밀 ㅣ 비밀 시리즈
스테이시 매카널티 지음, 매튜 리베라 그림, 정인호 옮김 / 춘희네책방 / 2024년 2월
평점 :
허걱!
좀비 요리사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말로는 절대 그것을 안 먹겠다고 하더니...
역시 좀비를 믿으면 안되는 거였다.
앞면지에는 여러 가지 동물들의 뇌가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뒤면지를 살펴보니 그 중에서 감쪽같이 사람의 뇌만 사라진 것이다.
범인은 좀비 요리사가 틀림없다.
현장에 남겨진 조리도구가 바로 그 증거이다.
좀비 요리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사람의 뇌라면서도 너의 뇌를 먹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말라고 누차 강조한다.
이러한 말재간에 혹시라도 속아 넘어갈지도 모를 어린이 독자들을 염려한 작가가 다음과 같은 편지글을 남겼다
"뇌를 가진 독자 여러분,
좀비에게 뇌를 조금이라도 나눠 줘서는 안 돼요.
맞아요, 그 친구는 배가 고프고 여러분이 평생 만날 좀비들 중 가장 상냥한 아이지만, 그래도 여러분한테는 뇌가 필요해요. "
부록 페이지에는 위의 편지글 말고도 뇌에 관한 간략한 사실들을 몇 가지 어필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사람은 뉴런의 대부분을 갖고 태어나지만, 새로운 뉴런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하는 대목이다.
'육체는 늙어도 뇌는 늙지 않는다'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뇌를 연구하는 학문을 '신경 과학'이라고 부르는데, 생긴 지 얼마 안 된 흥미로운 분야이다.
우리가 사람의 뇌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 대부분은 밝혀진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더 꼽으라면...
-좀비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전설에 따르면 뇌를 가장 즐겨 먹는다고 해요. 우웩.-
그럼 이제 본문으로 돌아가서 좀비 요리사가 알려주는 뇌의 비밀을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사람의 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어.-
-너의 몸에는 600개가 넘는 근육들이 있어. 하지만 먹음직스러운 뇌는 너의 몸에 딱 한 개만 들어 있단다.-
-뇌는 네 몸의 대장이고 지도자, 혹은 선장이거나 지휘본부, 그리고 메인 컴퓨터와 다름없지만, 컴퓨터보다 훨씬 맛이 좋아.-
-만약 누군가가 네 뇌를 야금야금 베어먹는다해도, 너는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조차 없을 거야. 뇌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거든.-
좀비 요리사가 쉴새없이 떠드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뇌에 대한 학습이 가능해진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있지만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도 적지 않았으며, 한편으로는 뜻밖의 수확을 얻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뇌와 다 자란 어른의 뇌, 75세 노인의 뇌를 비교하면 크기와 무게는 서로 다르지만 가지고 있는 뉴런의 갯수는 거의 같다고 해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우리의 몸을 이해하고 아끼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소중한 삶의 원천이 된다.
세상에는 배움이 넘쳐나고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는 여러 가지 방법도 많겠지만, 소소하게 그림책을 통하여 나의 몸을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