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하림 글, 지경애 그림 / 그리고 다시, 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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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하림 가수의 싱어롱 챌린지에 이은 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 출판되었다.
'우사일'(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의 시작은 일을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하루, 일과 쉼이 공존하는 하루, 이런 하루가 모두에게 당연하게 여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림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동안 나는, 반복해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랫말이 아름답고 멜로디가 평이해서 누구라도 금방 배울 수 있다.
진심을 다하여 또박또박 말하듯이 노래하는 가수 하림의 목소리가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기를...

지경애 그림 작가의 따스한 시선 또한 아름답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포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은 곱씹어 읽어 볼수록 눈물 맛이 났다.
페이지 속 어느 너머에서 발버둥치는 나를 발견한 듯 하여 소스라치기도 하고, 잃어버리거나 놓쳐버린 시간들과 조우하며 그리움을 한껏 키우기도 하였다.
호소력 짙은 감성을 붙잡고 어느새 뒤면지에 가 닿으면 '우사일'의 노래 가사 전문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모두 다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소중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내가 일하다 다치면 엄마 가슴 무너지고요.
 집에 못돌아가며는 가족은 어떡합니까.
 우리는 모두 다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저녁엔 집에서 쉬고 휴일에는 여행도 가는
 그런 평범한 일들이 왜 나는 어려운가요.
 우리는 모두 다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소중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노래하는 그림책의 진솔한 이야기는 의외로 힘이 세다.
그리하여 오늘 하루도 별일 없음에 감사하며, 이제 더는 외로운 사람이 생겨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우사일' 프로젝트의 진심이 세상 구석구석을 밝히는 화사한 꽃으로 피어나기를...따뜻한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서 메마르고 거칠어진 우리네 마음 속을 촉촉하게 적실 수 있기를...
이 그림책이 지금 내 곁에 있어서 참 좋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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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덜덜
손영목 지음 / 발견(키즈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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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덜덜 떨리는 순간을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작가의 목소리부터 들어보자.

"어른들은 '덜덜덜' 떨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자동차 운전을 했을 때, 회사에 첫 출근을 했을 때  그리고 처음으로 그림책을 출간했을 때 긴장해서 '덜덜덜' 떨었습니다. 어른이 돼 보긴 처음이라 그런가 봅니다. 두 번째 그림책을 만드는 것도 처음이라 여전히 '덜덜덜' 떨립니다."

'떨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불안이나 분노, 두려움을 느끼거나 추위를 느끼면서 손이나 몸의 움직임이 매우 심하게 요동치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위의 풀이가 맞다.
하지만 이 그림책에서는 커다란 반전이 있다.
'떨리는 건 언제나 재밌는 일'이라는 것이다.
진짜 그럴까?
표지 그림 속 아이는 다이빙 대 위에서 그야말로 덜덜덜 떨고 있다.
다이빙이 처음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작가는 아이의 두려움 탈출을 돕기 위하여 블랙홀 상황을 신명나게 연출하였다.
덜덜랜드의 창조는 연이어 감탄을 부른다.
선풍관람차, 드라이바이킹, 회전렌지목마, 세탁서핑과 같은 놀이기구들이 즐비한 곳에서 실컷 즐기기를 권하고 있다.

-청소기가 떨면 수북했던 먼지가 사라져.
 선풍기가 떨면 더웠던 얼굴이 시원해져.
 전자레인지가 떨면 차가운 음식이 따뜻해져.
 세탁기가 떨면 더러운 옷이 깨끗해져.
 덜덜덜 떨고 나면 나도 새롭게 변할 거야.-

과연 그러하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발상의 전환을 꾀하는 불꽃같은 긍정 메시지 하나가 더 있으니...

-떨리는 건 정말 설레는 일이야!-

그리고 아이는 마침내
'풍덩'

세상의 모든 떨림들에게 전하는 그림책의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다.
유난히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의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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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 요정 - 설날 그림책
안영은 지음, 보람 그림 / 키즈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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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 다섯 남매의 설빔은 복주머니가 달랑거리는 색동 한복이었다.
그렇게 차려입고 세배를 다니면 세뱃돈이 제법 들어왔다.
복주머니는 돈주머니였다.
불현듯 그 시간에 가 닿는다.
설날이 다가오면 집안에는 활기가 돌았다.
음식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손님들이 많이 드나들었다.
불현듯 떠오르는 감미로운 기억은 그림책이 나에게 주는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복주머니 요정은 새해가 다가오면 바빠져요.
새해에 쓸 다섯 가지 복을 구해 와야 하거든요.-

커다란 복주머니를 챙겨 서둘러 길을 나서는 복주머니 요정의 모습이 동글동글 복스럽다.
따라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록 맘에 쏙 드는 캐릭터이다.
앞ㆍ뒤면지의 그림도 귀엽고 재미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을 품은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보이는 듯 하였다.

모험을 좋아하는가?
그런데 모험을 떠난 길 위에서 일 년 동안 똥을 누지 못한 호랑이를 만난다면 어떨까?
그물에 걸린 채 구슬피 울고 있는 대왕 문어는?
무시무시한 사자 두 마리가 눈앞에서 서로 싸우고 있다면?
떡을 먹으려는 순간, 갑자기 배 고픈 할머니가 나타나서 먹을 것을 청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읽기 전에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이러한 장치에 대하여 먼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자신의 의견과 비교하면서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시공간의 설정, 그리고 초자연적인 힘이 작용하는 전통적인 서사구조는 매우 흥미롭다.
어린이 독자들이 푹 빠져들만한 포인트가 많아서 인기 만점이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날 아침, 설빔을 곱게 차려 입은 그림책 속 아이의 세배를 받으며 마지막 페이지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복주머니에 담긴 소중한 의미를 새삼 일깨워주는 그림책 이야기!
복주머니 요정의 다섯 가지 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만나보시라.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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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가 알려주는 뇌의 비밀 비밀 시리즈
스테이시 매카널티 지음, 매튜 리베라 그림, 정인호 옮김 / 춘희네책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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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좀비 요리사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말로는 절대 그것을 안 먹겠다고 하더니...
역시 좀비를 믿으면 안되는 거였다.

앞면지에는 여러 가지 동물들의 뇌가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뒤면지를 살펴보니 그 중에서 감쪽같이 사람의 뇌만 사라진 것이다.
범인은 좀비 요리사가 틀림없다.
현장에 남겨진 조리도구가 바로 그 증거이다.

좀비 요리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사람의 뇌라면서도 너의 뇌를 먹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말라고 누차 강조한다.
이러한 말재간에 혹시라도 속아 넘어갈지도 모를 어린이 독자들을 염려한 작가가 다음과 같은 편지글을 남겼다
"뇌를 가진 독자 여러분,
 좀비에게 뇌를 조금이라도 나눠 줘서는 안 돼요.
 맞아요, 그 친구는 배가 고프고 여러분이 평생 만날 좀비들 중 가장 상냥한 아이지만, 그래도 여러분한테는 뇌가 필요해요. "

부록 페이지에는 위의 편지글 말고도 뇌에 관한 간략한 사실들을 몇 가지 어필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사람은 뉴런의 대부분을 갖고 태어나지만, 새로운 뉴런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하는 대목이다.
'육체는 늙어도 뇌는 늙지 않는다'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뇌를 연구하는 학문을 '신경 과학'이라고 부르는데, 생긴 지 얼마 안 된 흥미로운 분야이다.
우리가 사람의 뇌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 대부분은 밝혀진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더 꼽으라면...

-좀비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전설에 따르면 뇌를 가장 즐겨 먹는다고 해요. 우웩.-

그럼 이제 본문으로 돌아가서 좀비 요리사가 알려주는 뇌의 비밀을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사람의 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어.-

-너의 몸에는 600개가 넘는 근육들이 있어. 하지만 먹음직스러운 뇌는 너의 몸에 딱 한 개만 들어 있단다.-

-뇌는 네 몸의 대장이고 지도자, 혹은 선장이거나 지휘본부, 그리고 메인 컴퓨터와 다름없지만, 컴퓨터보다 훨씬 맛이 좋아.-

-만약 누군가가 네 뇌를 야금야금 베어먹는다해도, 너는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조차 없을 거야. 뇌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거든.-

좀비 요리사가 쉴새없이 떠드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뇌에 대한 학습이 가능해진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있지만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도 적지 않았으며, 한편으로는 뜻밖의 수확을 얻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뇌와 다 자란 어른의 뇌, 75세 노인의 뇌를 비교하면 크기와 무게는 서로 다르지만 가지고 있는 뉴런의 갯수는 거의 같다고 해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우리의 몸을 이해하고 아끼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소중한 삶의 원천이 된다.
세상에는 배움이 넘쳐나고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는 여러 가지 방법도 많겠지만, 소소하게 그림책을 통하여 나의 몸을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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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는 까만 애벌레 - 한글 이중모음 그림책 감동이 있는 그림책 43
노은실 지음 / 걸음동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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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이중모음 그림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러므로 그림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중모음 11자를 익힐 수 있게 된다.
글자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이중모음은 어려울 수 있다.
발음도 쉽지 않지만 쓰이는 단어도 헷갈린다.
그림책을 애써 지은 작가의 마음이 보이는 듯 하였다.

본문에서는 다양한 이중모음이 들어간 순우리말 낱말 몆 가지를 덤으로 배우게 된다.

월컹덜컹 
에구데구
왜퉁스레
의초롭게
왁자지껄
웨죽웨죽

'왜퉁스레'와 '웨죽웨죽'과 같은 말은 솔직히 나도 몰랐다.
하물며 아이들의 경우에는 평소에 접할 기회가 잘 없으므로 받아들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책의 이런 장면을 통해서라면 어떨까?

저자는 현재 초등학교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재밌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서 '그림책 작가 되기'에 도전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로 첫 번째 그림책 《무지개 애벌레 ㅏ ㅑ ㅓ ㅕ》가 세상에 나왔다.
표지 그림에서 책 보는 까만 애벌레가 흥미롭게 읽고 있는 바로 그 책이다.

앵두나무 애벌레가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기도 하고, 나뭇잎 미끄럼틀을 타면서 재미나게 논다.
웨죽웨죽 신이 나서 팔을 내저으며 걸어다니노라면 나비, 잠자리, 무당벌레와도 친구가 된다는 내용은 비록 단순하지만, 그림책 속 애벌레들처럼 여럿이 함께 소리내어 읽기 좋다.
몇 번을 반복하여 읽다보니 저절로 외워진다.
매우 훌륭한 이중모음 말놀이가 완성된 셈이다.

- ㅐ  앵앵앵앵  앵두나무 애벌레야
- ㅒ  얘기얘기  재미있는 얘기 해줄까?
- ㅔ  에구데구  소리지르며 울지 마
- ㅖ  옛날 옛적  어느 따뜻한 봄날, 무지개 애벌레가...
- ㅘ   왁자지껄  이야기꽃이 피면
- ㅙ   왜퉁스레   애벌레들이 하나 둘씩 다가와
- ㅚ   왼손 오른손  두 손을 꼬옥 잡고
- ㅝ   월컹덜컹   나뭇잎 미끄럼틀 함께 타네.
- ㅞ   웨죽웨죽   신이 나서 팔을 내저으면   
- ㅟ   윙윙윙윙   나비, 잠자리, 무당벌레 곤충들이 날아와
- ㅢ   의초롭게   사이좋은 친구가 되네.

우리 집 마당에도 앵두나무가 한 그루 있다.
혹시라도 책 보는 까만 애벌레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보석처럼 영롱한 빨간 앵두가 익어가는 그 날을 가만히 기다려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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